폭우 끝나니 폭염.. 서울엔 폭염주의보, 전국이 더위로 몸살

서울 19개 자치구 폭염주의보…해제 나흘 만에 다시 폭염특보
물폭탄 할퀸 남부도 비 그치자 후텁지근…수도권·충청·남부 체감 33도 안팎
기상청 “당분간 무더위”…폭우→폭염 오가는 ‘극단의 여름’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남부지방을 할퀸 기록적인 폭우가 채 물러가기도 전에 다시 폭염이 찾아왔다.

 

18일 기상청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 19개 자치구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됐고, 전라권과 일부 경북·제주 등에도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불과 하루 전까지 거제와 통영 등에 시간당 1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지만 비구름이 물러난 자리로 고온다습한 공기가 들어오면서 전국 곳곳이 다시 찜통더위에 갇힌 모습이다.

 

올여름 한반도를 괴롭히고 있는 ‘극과 극’의 날씨가 또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40도 안팎의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다 광복절 연휴에는 남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고, 비가 그치자마자 다시 폭염이 고개를 들었다.

 

기상청은 18일 오전 11시 서울 동남권과 동북권, 서남권 등 19개 자치구에 폭염주의보를 발효했다. 서울 동남권에 남아 있던 폭염주의보가 지난 14일 해제된 지 불과 나흘 만이다.

 

폭우 지나간 지 하루 만에…서울 다시 폭염주의보

이번 폭염주의보 대상은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동남권 4개 구와 노원·도봉·강북·성북·중랑·동대문·성동·광진 등 동북권 8개 구, 강서·양천·구로·영등포·동작·관악·금천 등 서남권 7개 구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서울시는 폭염특보가 다시 발효되자 폭염 종합지원상황실 가동에 들어갔다. 상황총괄반과 생활지원반, 에너지복구반, 의료방역반 등을 운영해 기상 상황과 피해 발생 여부를 점검하고 독거노인과 노숙인 등 폭염 취약계층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폭염특보가 발효된 19개 자치구도 자체 상황실을 운영하고 냉방·응급구호물품 등을 확보했다.

 

서울의 더위가 더욱 야속하게 느껴지는 것은 얼마 전 경험한 기록적인 폭염 때문이다. 지난 7일 서울 노원구 자동기상관측장비에서는 기온이 40.1도까지 올라 서울에서 2018년 이후 처음으로 40도를 넘어섰다. 이후 비와 흐린 날씨로 더위가 한풀 꺾이는 듯했지만 불과 열흘여 만에 다시 폭염특보가 등장했다.

 

남부는 ‘물폭탄’ 맞은 뒤 다시 후텁지근

남부지방의 날씨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경남 거제와 통영, 부산·울산 등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거제에서는 17일 한 시간에 124.5㎜의 비가 내려 1972년 관측 시작 이후 시간당 강수량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루 강수량도 600㎜를 훌쩍 넘었다. 산사태가 아파트를 덮쳐 사망자가 발생했고 도로와 주택이 침수되는 등 큰 피해가 이어졌다.

 

하지만 비구름이 빠져나가자 이번에는 더위가 다시 밀려오고 있다. 기상청은 18일 일부 중부지방과 전라서부, 일부 경북권, 제주도를 중심으로 폭염특보를 운영하면서 수도권과 충청권,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최고체감온도가 33도 안팎까지 오르는 무더위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남부지방은 최근 많은 비로 대기 중 습도가 높은 상황이다. 기온 자체가 폭우 이전의 38~40도 수준까지 오르지 않더라도 습도가 높으면 땀이 잘 증발하지 않아 사람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높아진다.

 

기상청은 습도가 10%포인트 높아질 때 체감온도가 약 1도 상승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폭우가 지나간 남부지방에서는 ‘뜨거움’에 ‘습함’까지 더해진 후텁지근한 더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경남은 아직 비…비와 폭염 공존하는 날씨

다만 18일 남부지방의 상황을 모두 ‘폭염’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전날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부산·경남 남해안에서는 이날 오전까지도 비가 이어졌다. 기상청은 오전 10시 현재 경남권과 제주도 일부에 시간당 10~30㎜의 비가 내리는 곳이 있다고 밝혔다.

 

18일 예상 강수량은 부산·경남 남해안 10~60㎜, 울산·경남 내륙 5~30㎜, 경북 남동부 5~20㎜ 등이었다. 제주에도 10~60㎜가 예상됐다. 특히 거제와 통영 등 경남 남해안은 사흘간 쏟아진 폭우로 이미 지반이 크게 약해진 상태다.

 

기상청은 추가 비가 많지 않더라도 산사태와 토사 유출, 시설물 붕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한쪽에서는 산사태와 침수 피해 복구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지역에서는 폭염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폭우 뒤 폭염…복구 현장에는 더 힘든 더위

폭염이 다시 찾아오면서 가장 우려되는 곳은 수해 복구 현장이다. 거제와 통영 등에서는 아직 산사태로 밀려온 토사를 치우고 침수된 주택과 도로를 정비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수해 복구는 대부분 야외에서 이뤄진다. 작업자들이 장화와 장갑, 보호장비를 착용한 채 흙과 폐기물을 치워야 해 폭염이 겹칠 경우 온열질환 위험이 일반적인 야외작업보다 높아질 수 있다.

 

높은 습도 역시 부담이다. 땀이 제대로 증발하지 않으면 몸의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체온이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두통과 어지럼증, 근육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시원한 장소에서 쉬어야 한다.

 

침수 주택의 위생관리도 문제다. 높은 온도와 습도에서는 침수된 음식물과 생활폐기물이 빠르게 부패할 수 있고 세균이나 곰팡이 번식도 빨라진다.

전문가들은 "수해지역 주민에게 폭염은 단순히 ‘덥다’는 불편을 넘어 복구 자체를 어렵게 하는 또 하나의 재난 상황"이라며 "필요하다면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통해 빠르게 복귀를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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