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16일과 17일 경남 거제와 통영 등 경남 일부 지역에 내린 200년 만의 기록적 폭우로 침수와 산사태 등 피해가 잇따르자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됐다. 소방당국은 20건의 인명구조 활동을 벌여 모두 136명을 구조했다.
이번 집중호우로 17일 저녁까지 확인된 인명피해는 사망 1명과 경상 3명 등 4명이다.
사망자는 거제시 옥포동 아파트 1층에 혼자 살던 20대 남성으로 조선소 근로자로 확인됐다. 그는 아파트 뒷산에 산사태가 발생해 집 안에 들이닥친 토사에 파묻혔다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집중호우에는 빼놓을 수 없는 재난이 있다. 바로 산사태다. 산사태는 평소에는 멀쩡해 보이던 산비탈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흙과 돌, 나무 등이 빗물과 뒤섞여 아래쪽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현상이다. 최근에는 짧은 시간에 매우 많은 비가 내리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산사태 위험도 커지고 있다.
특히 조심할 것은 ‘비가 그쳤으니 안전하겠지’라는 생각이다. 많은 비가 내린 뒤에는 땅속에 상당한 수분이 남아 있어 비가 약해지거나 그친 뒤에도 지반이 붕괴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집중호우가 끝난 후 적어도 이틀까지는 산자락 주변의 접근을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산림청 산사태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산사태 피해 면적은 연평균 269.5ha에 이른다. 같은 기간 연평균 인명피해는 2.9명이다.
해마다 피해 규모는 차이가 크다. 한 지역에서 가장 큰 피해를 낸 것은 2011년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로 도심 산사태의 위험성을 전국에 각인시킨 대표적 사례다. 2011년 7월 26일부터 27일까지 서울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고, 우면산 여러 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산에서 쏟아진 토사는 산자락과 도로 건너 고층아파트와 마을을 덮쳤고 16명이 숨지고 2명이 매몰되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 수만 보면 2002년 태풍 루사 때의 산사태로 무려 35명이나 목숨을 잃었고 2003년 태풍 매미 때는 10명, 2006년 태풍 에위니아로 9명, 2011년 집중호우 및 우면산 산사태로 43명, 2020년 장마·집중호우·태풍으로 9명, 2023년 집중호우로 13명, 2024년 2명이다.
◇산사태 왜 발생할까
산림청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잦은 집중호우를 산사태 증가의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집중호우나 태풍이 발생한 해에 피해가 크게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물이다. 비가 많이 내리면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면서 토양의 무게가 증가한다. 동시에 토양 입자 사이의 결합력이 약해지고 지반 내부의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면 산비탈이 버틸 수 있는 힘이 급격히 떨어진다. 결국 중력에 견디지 못한 토사가 아래쪽으로 무너져 내리게 된다.
짧은 시간에 폭우가 집중되면 위험성은 더 커진다. 이미 장기간 비가 내려 지반이 물을 머금고 있는 상태에서 다시 강한 비가 쏟아지면 산비탈의 안정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산의 지질과 경사도 중요한 요인이다. 토층이 두껍거나 물을 쉽게 머금는 지질, 경사가 급한 곳은 산사태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산림 훼손이나 무리한 개발, 도로 건설 등으로 지형과 배수체계가 바뀌는 경우에도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
산사태의 무서움은 눈사태처럼 ‘속도’에 있다. 산 위에서 흙이 조금씩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대규모 토사가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다. 흙뿐 아니라 큰 돌과 나무, 각종 구조물이 함께 떠밀려 내려오기 때문에 산 아래에 있는 주택이나 도로, 차량, 사람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2011년 큰 피해를 낸 우면산 산사태 원인을 둘러싸고 여러 분석이 제기됐었다.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다시 강한 비가 내리고, 흘러내린 돌과 흙, 나무 등이 배수로를 막으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자연적 요인에 더해 산사태 대비 부족이라는 인위적 요인도 결합됐다는 결론이 제시됐다.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는 우면산 사례처럼 산자락 바로 아래 주택과 아파트에서 발생한다. 특히 산을 깎아 조성한 주택지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산사태 예방하려면?
산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에는 몇 가지 이상징후가 나타날 수 있다. 땅에서 갑자기 물이 솟아나거나 계곡물이 평소보다 급격하게 탁해지는 경우, 산비탈에서 돌이나 흙이 떨어지는 경우 등이다. 바람이 거의 없는데도 나무가 흔들리거나 기울어지는 현상, 땅이 울리는 소리가 나는 경우도 위험신호다.
예방의 첫걸음은 위험지역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다. 산림청에는 '산사태정보시스템;이 있다. 여기서 산사태 예보와 위험 지역을 확인하면 된다.
집이나 건물이 산자락에 있다면 주변 배수시설과 축대, 옹벽, 담장 등을 평소에 점검해 위험요인을 발견하면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배수로가 막히면 빗물이 한곳에 집중돼 지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
산사태 위험이 커졌을 때는 등산이나 캠핑 등 산지에서의 야외활동은 즉각 중단하고 산사태 예보와 재난문자를 확인해야 한다. 산사태가 실제 발생하면 산사태가 내려오는 방향을 피해 가능한 한 높은 곳으로 신속히 이동해야 한다.
산사태는 자연재해이지만 피해 규모는 사전 대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2022년에는 국지성 집중호우와 태풍 힌남노 등의 영향으로 산사태 피해 면적이 327ha에 달했지만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 산을 바라보며 ‘설마 무너지겠어’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할 수 있다. 산사태는 예고 없이 발생하지만, 그 전에 나타나는 작은 신호와 위험정보를 놓치지 않는다면 피할 수 있는 재난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