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콜롬비아를 강타한 규모 7.4 강진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이번에는 인도네시아 동부에서 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했다. 지진 발생 불과 몇 시간 만에 수십 명의 사망자가 확인됐고, 진앙과 가까운 일부 지역은 산사태와 통신 두절로 구조대의 접근조차 쉽지 않아 피해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국가재난관리청(BNPB)과 외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58분쯤 동부 누사틍가라티무르주 플로레스섬 북부 해상에서 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약 10㎞로 비교적 얕았다. 강한 흔들림은 플로레스섬 대부분 지역에서 감지됐다.
BNPB의 오후 3시 집계 기준 사망자는 최소 38명으로 늘었다. 중상자 2명과 경상자 11명 등 최소 13명이 다쳤고 약 2,000명이 긴급 대피했다. 오전 한때 현지 구조당국이 사망자 20명, 부상자 6명이라고 발표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몇 시간 사이 희생자가 크게 늘어난 셈이다.
이후 구조대가 피해지역에 진입하면서 사망자는 같은 날 최소 47명까지 증가했다. 아직 접근하지 못한 마을도 남아 있어 당국은 인명피해 규모가 추가로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잠든 새벽 덮친 강진.. 집 무너지고 산사태로 도로 끊겨
피해가 집중된 곳은 플로레스섬 북부의 나게케오와 시카, 망가라이 일대다. 일부 주민들은 잠을 자던 중 건물이 무너지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누사틍가라주 주민 노나는 로이터에 “지진이 엄청났고 흔들림도 매우 강했다”며 집 안에 있던 가족 13명이 모두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현지 구조당국은 무너진 주택과 공공시설 잔해를 수색하고 있지만 산사태가 도로 곳곳을 막으면서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진앙에 가까운 나게케오 지역으로 향하는 육로가 차단되고 이동통신까지 불안정해 한때 구조대가 현장에 접근하지 못했다. 일부 구조대는 선박을 이용해 피해지역으로 들어가는 방안까지 추진했다.
BNPB의 초기 피해 조사에서는 주택 157채가 심하게 파손됐고 41채가 중간 정도, 148채가 경미한 피해를 입었다. 학교 87곳과 의료시설 18곳, 종교시설 5곳, 관공서 6곳에서도 피해가 확인됐다.
마우메레에서는 항구 터미널 일부가 무너졌고 다른 지역에서는 가톨릭 신학교 강당 지붕이 붕괴하는 등 건물 피해도 잇따랐다. 주민들이 놀라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면서 부상을 입는 사례도 발생했다.
지진 2분 뒤 쓰나미 경보.. 수천 명 차량 타고 고지대로
강진 직후에는 쓰나미 공포까지 플로레스섬을 덮쳤다. 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질청(BMKG)은 지진 발생 직후 해안지역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나게케오와 마우메레, 엔데 등에서는 주민들이 오토바이와 자동차, 트럭 등을 이용해 고지대로 대피하면서 도로 곳곳에 긴 행렬이 만들어졌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1m 안팎의 해수면 변화가 관측됐다. 다만 대규모 쓰나미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BMKG는 약 3시간 뒤 경보를 해제했다. 당국은 경보 해제 이후에도 해수면 변화를 계속 감시하고 주민들에게 해안 접근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본진 이후에도 강한 여진이 계속됐다. 규모 6 안팎의 여진까지 이어지면서 이미 손상된 건물이 추가로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상당수 주민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야외에 머물렀다.
닷새 전 콜롬비아선 규모 7.4.. 사망 290명 안팎
이번 지진은 불과 닷새 전 남미 콜롬비아에서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강진이 발생한 직후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지난 10일 콜롬비아 서부 초코주 산호세 델 팔마르 인근에서 규모 7.4의 지진이 발생했다. 칼리와 페레이라 등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까지 강한 진동이 전달되면서 주택과 학교, 병원, 종교시설 등이 잇따라 붕괴했다.
15일 기준 콜롬비아의 사망자는 약 290명으로 늘었고 140명가량이 실종됐다. 부상자도 4,000명에 육박했다. 여진이 269차례 이상 이어지면서 구조 작업에도 어려움이 계속됐다.
17일에는 사망자가 약 290명, 부상자는 4,200명 이상으로 집계됐고 수만 채의 주택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구조 골든타임이 지나면서 현지 구조작업도 생존자 수색에서 희생자 수습과 복구 단계로 점차 전환되고 있다.
두 지진을 놓고 보면 규모 자체는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지진이 7.7로 콜롬비아의 7.4보다 강하다. 그러나 인명피해는 현재까지 콜롬비아가 훨씬 크다.
지진 피해가 단순히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진원의 깊이와 위치, 인구밀도, 건축물의 내진 수준, 지반 상태, 구조대 접근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최근 강진의 피해 규모를 분석하면서 지진의 진동 방식뿐 아니라 취약한 건축물과 도시계획, 내진 기준 준수 여부가 인명피해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콜롬비아의 경우 칼리와 페레이라 등 인구가 많은 도시지역의 건축물 붕괴가 대규모 희생으로 이어진 반면, 플로레스는 인구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대신 산악지형이 많아 산사태와 도로 단절이 구조를 어렵게 만드는 양상이다.
34년 전에도 플로레스서 규모 7.7.. 쓰나미로 2,000명 이상 숨져
플로레스 주민들에게 이번 지진이 더욱 공포스러운 것은 과거의 비극 때문이다. 지난 1992년 12월 플로레스섬에서는 이번과 같은 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했다. 당시 지진 뒤 대규모 쓰나미가 해안지역을 덮치면서 2,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매우 높은 파도가 관측되면서 마을 전체가 초토화됐다.
인도네시아는 이른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자리 잡고 있어 세계에서 지진과 화산활동이 가장 활발한 국가 가운데 하나다. 2004년에는 수마트라섬 아체 앞바다에서 규모 9.1의 초대형 지진이 발생한 뒤 인도양 쓰나미가 이어져 인도네시아에서만 17만명 안팎이 희생됐다.
이번 플로레스 지진 역시 규모 7.7에 진원이 얕았다는 점에서 큰 피해가 우려됐다. 다행히 대형 쓰나미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산사태와 건물 붕괴, 통신·전력망 피해가 겹치면서 구조 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실제 17일 현재 사망자는 최소 54명, 부상자는 130명을 넘어섰으며 수천 명의 주민이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본진 뒤 여진도 1,000차례 이상 관측되면서 주민들은 독립기념일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한 채 추가 지진에 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콜롬비아에서 인도네시아까지 불과 닷새 간격으로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잇따르면서 지진 위험지역을 중심으로 불안도 커지고 있다"며 "피해 현장은 하나같이 지진 이후의 건물 붕괴와 산사태, 통신 두절, 구조 지연이 인명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