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사회적 재난] ⑤한국 도시는 왜 이리 뜨거운가

폭염을 키우는 ‘도시 열섬’의 역습
한국 도시화율 92%...같은 기온이라도 도시가 더워
폭염 대책은 ‘도시를 어떻게 식힐 것인가’로 옮겨가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한낮의 아스팔트 도로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사진이 언론 1면을 장식한다. 건물 사이 좁은 골목에서는 숨이 턱 막힐 정도의 열기가 느껴진다. 밤이 되면 도시민들은 강가나 고가도로 아래에서 열대야를 피한다. 한여름 한국의 대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기후변화로 한반도 자체가 뜨거워지고 있는 데다 도시의 구조가 그 더위를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인구와 건물이 집중된 대도시에서는 ‘도시 열섬(Urban Heat Island)’ 현상이 폭염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최근 10년(2016~2025년)의 폭염은 과거 10년(1973~1982년)보다 전국적으로 10~30일가량 일찍 시작하고, 종료 시점도 약 10일 늦어졌다.

 

서울의 폭염 시작일은 과거 10년 평균 7월 19일에서 최근 10년에는 6월 24일로 무려 25일 빨라졌다. 폭염이 이제 ‘한여름의 짧은 사건’이 아니라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이어지는 장기적인 재난이 되고 있는 것이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만든 ‘거대한 가열판’

 

도시가 주변보다 뜨거워지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열섬 현상이다. 말 그대로 도시가 주변보다 뜨거운 하나의 ‘섬’처럼 나타나는 현상이다.

 

도시의 도로와 건물은 대부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여 있다. 이들 재료는 태양열을 흡수했다가 밤에도 천천히 방출한다. 낮에 뜨거워진 도로와 건물이 밤까지 열을 내뿜으면서 도시의 기온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숲과 흙으로 덮인 지역에서는 식물의 증발산과 토양의 수분 증발이 주변을 식히는 역할을 한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이러한 자연적인 냉각장치가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자동차, 공장, 건물의 냉난방시설에서 나오는 인공열까지 더해진다. 특히 폭염 때 에어컨 사용이 급증하면 실내는 시원해지지만 실외기는 뜨거운 열을 도시로 내뿜는다. 사람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냉방을 가동할수록 도시 바깥은 다시 뜨거워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빽빽한 건물은 바람길까지 막는다

 

도시가 뜨거운 이유는 단순히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때문만이 아니다.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도시 구조도 중요한 원인이다.

 

높은 건물이 밀집하면 바람이 통과할 길이 줄어든다. 특히 건물들이 ㄷ자나 ㅁ자 형태로 둘러싸인 공간에서는 공기가 원활하게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체되면서 열기가 머물 수 있다.

 

도시의 ‘바람길’은 폭염 때 더욱 중요하다. 바람은 단순히 시원한 공기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 축적된 열을 외부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결국 같은 35도라도 탁 트인 농촌이나 해안지역과 고층 건물이 밀집한 도심에서 사람이 느끼는 더위는 다를 수밖에 없다.

 

◇도시의 밤이 더 위험하다

 

도시 열섬의 가장 무서운 점은 낮보다 오히려 밤의 더위다. 폭염이 지속되면 인체는 밤 동안 열을 식히면서 회복해야 한다. 그러나 도심의 건물과 도로가 낮 동안 축적한 열을 밤까지 방출하면서 기온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기상청이 발표한 최근 분석에서도 열대야가 과거보다 일찍 시작하고 늦게 끝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서울에서는 과거 10년 평균 폭염 종료일이 8월 15일 무렵이었지만 최근 10년에는 8월 21일로 늦어졌다. 폭염과 열대야가 길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열대야가 길어지면 수면 부족과 피로가 누적되고, 특히 고령자와 만성질환자 등 폭염 취약계층의 건강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도시 열섬은 단순히 ‘불쾌한 더위’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도시형 재난으로 봐야 한다.

 

◇‘녹색 도시’가 폭염을 막는다

 

그렇다면 도시를 어떻게 식힐 것인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해법 가운데 하나는 도시의 녹지 확대다. 나무와 숲은 그늘을 만들어 햇빛을 차단할 뿐 아니라 증발산을 통해 주변의 열을 낮춘다. 공원과 가로수, 도시숲, 옥상녹화, 벽면녹화 등을 확대하는 이유다.

 

도시 열섬을 완화하기 위한 연구에서도 공원·녹지 조성, 수목과 식생 확대, 옥상녹화 등이 주요 대책으로 제시돼 왔다.

 

최근에는 건물 옥상뿐 아니라 벽면과 외벽까지 식물을 활용하는 ‘입체녹화’도 주목받고 있다. 건물이 많은 도시는 지상에 녹지를 확보할 공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자체를 바꾸는 방법도 있다. 햇빛을 덜 흡수하는 차열성 포장이나 물을 저장했다가 증발시키는 보수성 포장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에서도 일부 보도와 자전거도로, 버스전용차로 등에 차열성 포장을 시범 적용하고 있다.

 

◇폭염 대책, 이제는 ‘사람’에서 ‘도시’로

 

폭염 때 무더위쉼터를 늘리고 취약계층에게 물품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도시 자체가 열을 저장하고 방출하는 구조라면 폭염 때마다 사람들에게 “더위를 피하라”고 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도시를 덜 뜨거운 구조로 바꾸는 것이 폭염 대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도시화율이 매우 높은 나라다. 2025년 읍·면 지역을 포함한 도시화율은 92%를 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 대부분이 도시에서 생활하는 만큼 도시의 폭염 대응력은 곧 국가 전체의 폭염 대응력과 직결된다.

앞으로의 폭염정책은 ‘몇 개의 무더위쉼터를 운영할 것인가’를 넘어 ‘도시를 어떻게 식힐 것인가’로 확대돼야 한다.

 

나무 한 그루, 그늘 하나, 바람길 하나가 단순한 도시 미관의 문제가 아니다. 폭염이 사회적 재난이 된 시대에는 도시의 녹지와 그늘, 바람길이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안전 인프라​가 된다.

 

한국의 도시는 지금 뜨겁다. 그리고 기후변화가 계속될수록 더 뜨거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제 필요한 것은 애초에 도시가 열을 덜 품도록 도시의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폭염은 하늘에서 내려오지만, 그 피해의 크기는 우리가 만든 도시가 결정하고 있다.

 

관련기사

37건의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