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로봇이 바꾸는 산업안전] ⑦사이버 공격과 보안…스마트공장의 숨은 위험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이건 가상의 시나리오다) 새벽 2시 30분. 경기도의 한 대형 제조공장은 평소처럼 야간 생산이 한창이다. 수십 대의 산업용 로봇이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고 있고, 자율주행 운반로봇은 생산라인과 창고를 오가며 부품을 실어 나르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중앙관제실 모니터에 경고창이 떴다.

“생산설비 통신 오류 발생.”

 

몇 초 뒤 일부 생산라인이 멈췄다. 이어 로봇 두 대가 비정상적인 경로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비상정지 버튼이 눌리면서 공장 전체가 긴급 정지 상태에 들어갔다. 다행히 실제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원인을 조사하던 담당자들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외부 네트워크를 통해 침입한 악성 프로그램이 생산설비 제어망에 접근했던 것이다.

 

공장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말했다.

 

“예전에는 산업안전이라고 하면 기계에 손이 끼이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컴퓨터 화면 속에서 시작된 공격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공장은 이제 거대한 컴퓨터가 됐다. 과거의 공장은 비교적 단순했다. 기계는 기계대로 움직였고, 작업자는 현장에서 직접 설비를 조작했다.

 

하지만 스마트공장은 다르다. 생산설비와 로봇, 센서, CCTV, 물류시스템, 에너지 관리장치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AI는 생산량을 분석하고, 센서는 온도와 압력을 측정하며, 로봇은 실시간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작업을 수행한다.

 

문제는 컴퓨터가 해킹될 수 있듯 공장도 공격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은 해킹이라고 하면 개인정보 유출이나 금전 피해를 떠올린다. 하지만 산업현장에서의 사이버 공격은 훨씬 위험할 수 있다. 

 

 

만약 해커가 화학공장의 압력제어 시스템을 조작한다면? 가스 저장탱크의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발전소 냉각장치를 멈춘다면? 대규모 설비 고장이나 화재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스마트 물류센터의 자율주행 로봇을 조작하면? 작업자와 충돌하거나 물류시스템 전체가 마비될 가능성이 있다.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사이버 공격이 물리적 사고로 이어지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고 경고한다. 철문은 잠겼지만 네트워크는 열려 있는 것이다.

 

최근 산업현장에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원격제어 시스템 도입이 늘고 있다. 관리자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공장 설비 상태를 확인하고 일부 장비는 외부에서도 제어할 수 있다. 편리함은 커졌지만 공격 경로도 함께 늘어났다.

 

실제로 현장 보안 전문가들은 중소 제조업체 상당수가 사이버 보안에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공장 출입문은 철저히 통제하면서도 정작 네트워크 보안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보이지 않는 문이 더 위험하다.

 

특히 오래된 생산설비가 문제다. 20년 전 설치된 제어시스템이 지금도 그대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당시에는 해킹 자체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 장비도 많다.

 

AI 기술이 산업현장에 확대되면서 새로운 위험도 나타나고 있다. AI는 데이터를 먹고 성장한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 AI가 학습하는 데이터를 조작한다면? AI는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설비 이상 신호를 정상으로 판단하거나, 위험 상황을 감지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AI 데이터 공격’이라고 부른다. 겉으로는 정상처럼 보이지만 AI의 판단을 왜곡시키는 방식이다. AI가 안전관리의 핵심 역할을 맡게 될수록 이러한 위험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산업안전과 정보보안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산업안전 담당자와 정보보안 담당자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일했다. 한쪽은 안전모와 추락방지망을 점검했고, 다른 한쪽은 컴퓨터 바이러스를 막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산업용 로봇과 AI 시스템, 자율주행 운반장치가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두 분야는 하나로 합쳐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은 안전관리팀과 정보보안팀이 공동으로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고 원인을 찾기 위해 기계를 조사했다면 이제는 서버와 데이터 기록까지 함께 분석해야 한다. 산업안전의 개념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 재난’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산업현장의 가장 큰 위험 중 하나가 사이버 재난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국가 핵심시설인 발전소, 정유시설, 반도체 공장, 철도 시스템, 항만 물류망은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위험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계가 삐걱거리거나 연기가 나는 것은 눈에 보이지만, 네트워크 속에서 진행되는 공격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산업혁명 시대 노동자의 안전을 지켜준 것은 안전모와 안전화였다. AI 시대 산업현장을 지키는 장비는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될지 모른다. 바로 ‘사이버 보안’이다.

 

공장의 미래는 더욱 스마트해질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해질수록 안전은 더 복잡해진다. 산업안전의 새로운 과제는 단순히 기계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세상과 현실 세계를 동시에 지키는 것. 그것이 AI 시대 산업안전이 마주한 가장 거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