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소방청, 4.5년만에 전국 화재위험경보 ‘심각’ 상향

5일 오후 3시부터 최고 단계 발령.. 전국 소방관서 특별경계태세 강화
화재 하루 평균 84.4건→116.9건.. 한 달 새 38.5% 급증
서울 6일 낮 39도 예보.. 냉방기기 과부하·노후 배선·배터리 화재 비상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연일 계속되는 기록적인 폭염이 온열질환을 넘어 전국적인 화재 위험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에어컨과 선풍기가 밤낮없이 가동되면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고, 전기설비와 노후 배선에는 과부하가 쌓이고 있는 탓이다. 특히, 강한 햇볕에 노출된 차량과 창고 안에서는 보조배터리와 각종 충전식 기기의 온도도 위험 수준까지 오를 수 있어 주의 요망된다.

 

소방청은 5일 오후 3시를 기해 전국 소방관서에 내려진 화재위험경보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했다고 이날 밝혔다. 폭염 장기화에 따라 화재 발생이 실제로 빠르게 증가한 데다, 서울의 6일 낮 최고기온이 39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되는 등 당분간 극한 더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국 단위 화재위험경보가 ‘심각’ 단계로 올라간 것은 4년 5개월 만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전국 대부분 지역에는 폭염특보가 내려져 있고,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일부 전라권에는 일반 폭염경보보다 대응 수위가 높은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돼 있다. 기상청은 6일 전국 낮 최고기온이 30∼39도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서울은 39도까지 올라 기상관측 이래 처음으로 40도에 근접할 가능성도 거론되는 등 살인적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화재 하루 평균 84건에서 117건으로.. 폭염에 불길 키운다

소방청이 경보 단계를 끌어올린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폭염과 함께 화재 발생 건수가 뚜렷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일부터 9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화재는 하루 평균 84.4건이었다. 그러나 폭염이 본격화한 7월 10일부터 27일까지는 100.8건으로 19.4% 증가했다. 이어 폭염이 절정으로 치달은 7월 27일부터 이달 4일까지는 하루 평균 116.9건이 발생해 직전 기간보다 다시 15.9% 늘었다.

 

7월 초와 최근을 직접 비교하면 하루 평균 화재가 84.4건에서 116.9건으로 32.5건 늘었다. 증가율은 약 38.5%다. 폭염이 길어질수록 화재 위험도 단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경보 상향은 단순히 기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기온 상승으로 냉방기기 가동 시간이 길어지고 전력수요가 늘면서, 전기설비의 과부하와 과열이 실제 화재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특히 에어컨은 압축기와 실외기 가동 때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데, 전용 콘센트가 아닌 용량이 부족한 멀티탭에 연결하거나, 냉장고·전자레인지 등 다른 고용량 전기제품과 함께 사용하면 배선과 접속부의 온도가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

 

전선이 오래돼 피복이 갈라졌거나 콘센트가 헐거운 상태라면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접촉 불량으로 전기저항이 증가하면서 플러그와 콘센트 주변이 과열되고, 먼지와 습기가 쌓인 곳에서는 누전이나 단락으로 불이 날 수 있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밤낮없는 냉방기기 가동…실외기도 ‘열 스트레스’

폭염이 장기화할수록 냉방기기가 식을 시간이 줄어든다는 점도 문제다. 낮에는 외부 기온이 40도 안팎까지 오르고, 밤에도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에어컨과 선풍기를 거의 24시간 가동하는 가정과 사업장이 늘고 있다.

 

에어컨 실외기는 실내의 열을 외부로 내보내는 장치다. 그러나 실외기 주변이 벽이나 짐으로 막혀 있거나 여러 대가 좁은 공간에 밀집해 있으면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한다. 여기에 먼지와 낙엽, 종이상자 등 가연물까지 쌓여 있으면 모터나 전선에서 발생한 작은 불꽃이 큰 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소방청은 지난 2일부터 ‘폭염119안전대책본부’를 중심으로 비상근무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이번에 화재위험경보가 ‘심각’으로 올라감에 따라 전국 소방관서는 별도 해제 시까지 특별경계태세를 유지하게 된다.

 

소방관서장은 지휘선상에서 근무하며 소방차량과 인력, 장비의 즉시 출동 태세를 점검한다. 대형화재가 발생할 경우 긴급구조통제단을 곧바로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전통시장과 산업시설, 노후 공동주택 등 화재취약대상에 대한 순찰과 예찰도 강화하고 있다.

 

전통시장은 점포가 밀집해 있고 전기배선이 복잡한 곳이 많아 한 점포에서 시작된 불이 인접 점포로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 공장과 창고는 냉방·환기설비뿐 아니라 생산설비까지 장시간 가동돼 전력 부하가 커질 수 있다. 노후 공동주택도 오래된 배선과 전기설비, 좁은 실외기 설치 공간 등이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소방청은 지방자치단체와 전력 관계기관 등과 위험정보를 공유하고 비상연락체계를 유지하는 한편, 재난방송과 안전문자를 통해 폭염기 화재예방 수칙을 집중적으로 알릴 방침이다.

 

배터리도 폭염 속 ‘위험물’로... 고온 속 안전 주의 

이번 화재위험경보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배터리 안전이다. 휴대전화 보조배터리와 전동공구, 전기자전거·전동킥보드 배터리 등 리튬이온 배터리를 직사광선이 비치는 차량 내부나 고온의 장소에 방치하면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폭염 때 밀폐된 차량 내부 온도는 외부보다 훨씬 빠르게 오른다. 이런 환경에 보조배터리나 충전식 전자기기를 장시간 두면 배터리 셀이 손상되거나 부풀어 오를 수 있다. 손상된 배터리에서는 내부 단락으로 열이 발생하고, 심할 경우 연기와 불꽃이 분출하는 열폭주로 이어질 수 있다.

 

충전 중 제품에서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나거나 지나치게 뜨거워지고, 배터리 외형이 부풀거나 변형된다면 즉시 충전을 중단해야 한다. 침대와 소파, 이불 위처럼 열이 빠져나가기 어려운 곳에서 충전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송호영 소방청 화재예방국장은 “폭염이 지속되는 시기에는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기기를 장시간 사용하면서 전기설비에 과부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사용하지 않는 전기기기의 전원을 차단하고, 에어컨 실외기 주변의 먼지와 가연물을 제거하는 등 생활 속 화재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특히, 배터리와 보조배터리, 전동기기는 직사광선이 비치는 차량 내부나 고온의 장소에 보관하지 말고, 충전 중 이상한 냄새나 열, 변형이 발견되면 즉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에어컨은 단독 콘센트.. 플러그 열감도 확인 필수

가정과 사업장에서는 에어컨을 가능한 한 벽면의 전용 단독 콘센트에 연결해야 한다. 소비전력이 큰 냉방기기를 여러 제품이 연결된 멀티탭에 꽂으면 정격용량을 초과할 수 있다. 멀티탭을 불가피하게 사용한다면 허용 전력과 제품의 소비전력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플러그와 콘센트가 변색됐거나 그을린 흔적이 있는지, 전선 피복이 벗겨지거나 눌린 곳은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에어컨 가동 중 플러그나 콘센트가 손으로 만지기 어려울 정도로 뜨겁다면 즉시 전원을 끄고 점검을 받아야 한다.

 

실외기 주변에는 최소한의 통풍 공간을 확보하고, 종이상자와 쓰레기, 낙엽 등 불에 탈 수 있는 물건을 치워야 한다. 실외기에서 평소와 다른 소음이나 진동이 발생하거나 타는 냄새가 나면 계속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선풍기 역시 모터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청소하고, 옷이나 수건으로 모터 부분을 덮어서는 안 된다. 외출하거나 장시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원을 끄고 플러그를 뽑아두는 것이 안전하다.

 

화재가 발생하면 전기제품에 물을 붓는 것은 위험하다. 가능하다면 안전하게 전원을 차단한 뒤 즉시 대피하고 119에 신고해야 한다. 불이 이미 천장이나 벽면으로 번졌다면 직접 진화를 시도하기보다 문을 닫고 신속히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이 우선이다.

 

전문가들은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상황에서는 전력망과 냉방기기, 배선, 배터리까지 동시에 압박한다"며 "화재가 늘어난 뒤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설비가 과열되기 전에 사용을 줄이고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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