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사회적 재난] ③에어컨 하루 종일 틀면? 전기요금 폭탄?

폭염 속 냉방 비용 줄이기 A~Z

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전기요금이 무서워서 에어컨을 마음대로 틀지 못하겠어요.”

 

이 말은 맞기도 하고 일부 틀리기도 하다. 일부 지역에 40도를 넘는 폭염이, 밤에도 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연일 이어지면서 에어컨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가전이 됐다.

 

하지만 많은 가정이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에어컨 장시간 사용을 망설인다. 과연 에어컨을 하루 종일 켜면 전기요금 폭탄을 맞게 될까.

 

정답은 이렇다.

 

“무조건 자주 끄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에어컨의 원리를 이해하고 현명한 사용법을 숙지하면 예상보다 상당히 적은 전기요금으로 여름을 날 수 있다.”

 

핵심부터 미리 말하면 에어컨을 작동하는 총시간보다 어떤 온도로 켜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에어컨 운전 방식부터 확인하자

 

에어컨의 운전 방식은 두 가지다. 인버터형과 정속형인데 최근 10년 이내에 구매했다면 거의 다 인버터형(2011년 이후 생산 대다수)이다.

 

많은 사람들이 에어컨을 켰다 껐다 반복하면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버터형 에어컨은 원리가 다르다.  인버터형은 설정 온도에 도달하면 컴프레서(압축기) 회전수를 낮춰 최소 전력으로 운전한다. 따라서 껐다 켜기를 반복하는 것보다 계속 켜두는 것이 전력 소모를 훨씬 줄여준다.

 

구형 모델인 정속형은 설정 온도에 도달하면 꺼지고, 온도가 올라가면 다시 최대 출력으로 가동되는 구조다. 따라서 처음에 강하게 틀어 실내를 냉각시킨 후 껐다가, 더워지면 다시 켜는 방식이 유리하다.

 

따라서 외출 시간이 두세 시간 정도로 짧은 경우에는 끄기보다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이다.

 

◇처음 켤 때가 중요하다...처음부터 ‘강풍’으로

 

많은 사람들이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 에어컨을 켤 때 약풍이나 미풍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는 대표적인 오해다. 에어컨 전력 소비의 90% 이상은 바람을 내보내는 팬이 아니라 실외기(압축기)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초기 가동 시 바람 세기를 ‘강풍’이나 ‘파워 냉방’으로 설정해 실내 온도를 목표치까지 빠르게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목표 온도에 빨리 도달할수록 실외기 가동 시간이 줄어들어 전력 소모를 대폭 아낄 수 있다.

 

에어컨은 처음 가동할 때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실내 온도를 희망 온도까지 낮추기 위해 압축기가 최고 출력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반면 목표 온도에 도달하면 압축기의 회전수를 낮추어 최소한의 전력만 사용한다.

 

 

◇가장 경제적인 희망 온도는 26~27도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에어컨 희망 온도는 26~27도다. 실내 온도를 24도 이하로 설정하면 압축기가 장시간 강하게 작동해 전력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한다. 반면 28도 이상으로 설정하면 냉방 효과가 떨어져 체감 불쾌감이 커질 수 있다.

 

폭염 시기에는 처음 24~25도로 빠르게 냉방한 뒤 26~27도로 올려 유지하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다. 일반적인 실험 데이터에 따르면 설정 온도를 1도 올릴 때마다 냉방 전력소비량이 약 7~10% 절감된다. 2도 올리면 15~20% 절감되는 것이다.

 

◇선풍기를 함께 사용해라

 

체감온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선풍기나 서큘레이터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선풍기 소비전력은 에어컨의 수십 분의 1 수준이지만 공기 순환을 도와 체감온도를 2~3도나 낮춰준다.

 

에어컨 바람을 맞은 차가운 공기가 실내 전체로 빠르게 순환되면서 목표 온도 도달 시간이 대폭 단축되기 때문이다. 냉기 순환을 도와 절전 효과가 커져 대략 냉방 효율이 20% 이상 향상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잠잘 때는 ‘취침 모드’로

 

밤새 에어컨을 틀어야 할 정도의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잘 때는 취침 모드나 절전 모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사람의 체온은 수면 중 점차 낮아지기 때문에 에어컨이 자동으로 온도를 조금씩 올리며 운전한다. 냉방병을 예방하고 전기요금도 줄일 수 있다.

 

◇실외기 주변과 필터를 청소해라

 

실외기 주변에 물건이 쌓여 있거나 햇볕에 직접 노출되면 열 방출이 어려워져 전력 소모가 많아진다. 실외기 주변을 비워두고, 차양막이나 은박 돗자리 등을 활용해 직사광선을 가려주면 냉방 효율이 급격히 올라간다.

 

필터에 먼지가 쌓이면 공기 순환이 막혀 냉방 능력이 떨어지고, 전기 소모량이 3~5% 증가한다. 최소 2주에 한 번씩 필터를 세척하는 게 좋다.

 

◇커튼과 블라인드를 활용해라

 

한낮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태양열은 실내 온도를 크게 높인다. 암막커튼이나 블라인드만 사용해도 냉방 부하를 많이 줄일 수 있다.

 

◇제습 모드도 전력 소모 차이 없다

 

제습 모드로 틀면 전기요금이 적게 나온다는 말들이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제습 모드 역시 습도를 낮추기 위해 실외기를 계속 가동하므로 냉방 모드와 전력 소비량에서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쾌적함을 위해서는 냉방 모드로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전기요금 누진제를 조심해라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은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kWh당 단가가 높아지는 3단계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다.

 

여름철에 냉장고, TV, 세탁기 등 기본 사용량이 월 250~300kWh 정도인 가정이 에어컨 사용으로 200~300kWh를 추가 사용하면 총 사용량이 500~600kWh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때는 높은 구간의 요금이 일부 적용돼 체감 요금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누진제를 피하려면 사용 시간을 무조건 줄이기보다 설정 온도와 사용 방식을 최적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루 종일 켜면 전기요금은 얼마나 나올까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에어컨 용량과 주택 구조, 가족 수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30평대 아파트 기준으로 18평형 인버터 스탠드 에어컨을 하루 15시간 사용할 때 24도로 설정하면 8만~9만5천 원, 26도로 설정하면 4만5천~5만5천 원 정도 나온다. 2도만 낮춰도 약 3만5천~4만 원 절약하는 셈이다. 선풍기를 병행하면 더 적게 나온다.

 

유의해야 할 점은 전력요금 누진제다.

너무 덥다고 실내온도를 22~23도로 낮게 유지하거나 문을 자주 열고 닫으면 전력 사용량은 크게 증가한다.

 

[전기요금 절약하는 7가지 비결]

 

첫째, 에어컨과 선풍기를 함께 사용한다.

둘째, 희망온도는 26~27도를 유지한다.

셋째, 암막커튼과 블라인드로 직사광선을 차단한다.

넷째, 에어컨 필터를 2주에 한 번 정도 청소한다.

다섯째, 실외기 주변에 물건을 두지 않는다.

여섯째, 취침 모드와 절전 모드를 적극 활용한다.

일곱째, 문을 자주 열고 닫지 않는다.

 

이제 한반도의 여름은 과거와 다르다. 기후위기로 인해 폭염은 일시적 이상기상이 아니라 새로운 일상이 되고 있다.

 

냉방은 사치가 아니라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중요한 것은 에어컨을 끄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 적정온도와 효율적인 사용법으로 전기요금과 건강을 함께 지키는 일이다. 폭염 시대의 절약은 ‘참는 기술’이 아니라 ‘똑똑하게 사용하는 기술’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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