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NOW] 극한 폭염이 국민 식생활 패턴도 바꾼다…“외식 안 해요”

아이스크림·아이스커피 판매 두 자릿수 증가.. 빙수·냉면 배달 주문도 급증
폭염 피해 외식·장보기 대신 배달·간편식 선택.. 편의점 배달 매출 최대 3배 늘어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 “너무 더워서 외식할 엄두가 나지 않아요. 요즘은 집에서 에어컨을 켜놓고 배달시켜 먹습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40대 직장인 박모씨는 평소 일주일에 서너 차례 가족과 저녁 외식을 했지만 최근에는 외식 횟수를 크게 줄였다. 집에서 음식점까지 이동하는 짧은 거리조차 부담스러울 만큼 더위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배달비가 들더라도 폭염 속에서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것보다는 낫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4일 기상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남 양산의 낮 최고기온이 지난 2일 42.5도까지 치솟은 데 이어, 4일 서울의 낮 기온도 38도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극한폭염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식생활 패턴까지 달라지고 있다.

 

뜨거운 음식보다 빙수와 냉면, 아이스크림, 아이스커피를 찾는 수요가 늘었고, 외식과 장보기를 줄이는 대신 배달음식과 가정간편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집콕 식생활’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지역에는 처음으로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졌고, 기상당국은 불필요한 외출과 야외활동을 최대한 줄일 것을 당부했다.

 

'아이스'가 불티.. 아이스크림 20%·아이스 아메리카노 37% 증가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차가운 음식과 음료 판매에서 나타났다. 빙그레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아이스크림 판매량은 한 달 전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10% 넘게 증가했다. 롯데웰푸드의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빙과 매출도 장마가 이어졌던 직전 주보다 25% 증가했다.

 

커피전문점에서도 뜨거운 음료 대신 얼음이 든 제품으로 수요가 몰렸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아이스 카페 아메리카노 판매량은 한 달 전 같은 기간보다 약 37% 증가했다. 과일과 차를 활용한 ‘핑크 피치 리프레셔’ 판매량도 43% 늘었다.

 

이디야커피의 아이스 음료 판매량은 같은 기간 전월 동기 대비 11%, 직전 같은 기간보다 19% 증가했다. 폴바셋에서도 지난달 25∼31일 아이스크림과 아이스커피 매출이 직전 주보다 각각 21%, 16% 올랐다.

 

편의점에서도 얼음과 생수, 이온음료, 아이스크림 판매가 크게 뛰었다. GS25의 지난달 1∼28일 아이스크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9.7% 상승했다. 탄산음료는 9%, 기능성 음료는 8.2%, 얼음은 5.1% 증가했다. 

 

특히 폭염이 심했던 지난달 25, 26일 GS25의 얼음과 이온음료 매출은 직전 주 같은 요일보다 각각 42.0%, 41.7% 급증했다. CU에서는 지난달 1∼28일 생수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8%, 이온음료는 11.2%, 얼음컵은 13.0% 증가했다. 세븐일레븐도 아이스크림 매출이 21%, 냉장주스는 16% 올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날씨 변화가 매출에 즉각 반영되는 업종”이라며 “폭염이 지속되는 동안 얼음컵과 아이스크림, 이온음료 등 냉장·냉동 상품의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냉면·빙수뿐 아니라 삼계탕도 ‘배달로’ 갑니다

폭염은 사람들이 무엇을 먹는지뿐 아니라, 음식을 어디에서 어떻게 먹는지도 바꾸고 있다. 밖에 나가 음식점을 찾기보다는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거나 가정간편식을 데워 먹는 방식이 늘어난 것이다.

 

배달의민족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빙수 주문량은 한 달 전 같은 기간보다 63% 증가했다. 콩국수는 52%, 냉면은 28% 늘었다. 대표적인 여름철 차가운 음식의 주문량이 일제히 증가한 것이다.

 

더위를 식히는 음식과 함께 보양식 수요도 배달로 몰렸다. 같은 기간 삼계탕 주문량은 한 달 전보다 81% 증가했다. 중복이었던 지난달 25일 하루만 놓고 보면 한 달 전보다 무려 503% 급증했다.

 

장어구이 주문은 38%, 장어덮밥은 20%, 오리구이는 19% 올랐다. 폭염으로 체력이 떨어졌다고 느낀 소비자들이 보양식을 찾으면서도, 뜨거운 거리와 음식점 대기 줄은 피하려 한 결과로 풀이된다.

 

7월 전체 기간을 놓고 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지난달 1∼28일 배달의민족에서 녹차 빙수 주문은 이전 비교 기간보다 61.6% 늘었다. 삼계탕은 17.6%, 스무디는 10.3% 증가했다.

 

폭염 때 배달이 늘어나는 현상은 과거에도 확인됐다. 통계청이 역대급 폭염이 나타났던 지난 2018년 7월 온라인쇼핑 동향을 분석한 결과,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전년 동월보다 91.2% 증가한 4,667억 원을 기록했다. 당시 통계청은 폭염과 열대야로 외출을 줄이면서 배달음식과 간편식 구매가 증가한 점을 주요 원인으로 들었다.

 

너무 더워 코앞 편의점도 배달.. CU 배달 매출 202% 급증

외식뿐 아니라 직접 장을 보러 가는 수요도 줄었다. 가까운 편의점에서 얼음이나 생수를 사는 일조차 배달로 해결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CU의 지난달 1∼28일 배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2.3% 급증했다. GS25의 배달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69.2% 늘었다. 폭염 속에서 몇 분 거리의 편의점 방문까지 줄이는 소비 행태가 나타난 것이다.

 

온라인 장보기와 즉시배송도 강세를 보였다. 배민B마트의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국·탕·찌개 상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밀키트는 47% 증가했다.

 

SSG닷컴의 쓱배송 주문 건수는 전년 동기보다 15% 늘었고, 냉동 가정간편식 매출은 44%, 냉장 가정간편식은 30% 증가했다. 롯데마트 온라인 배송도 직전 주보다 17%,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늘었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밖에서 먹던 음식을 집으로 배달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가정 내 조리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는 의미다. 가스레인지나 인덕션 앞에서 장시간 불을 사용하는 대신 전자레인지로 간단히 데울 수 있는 완제품이나 밀키트를 선택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CJ제일제당이 선보인 들기름 막국수와 평양냉면 제품의 오프라인 매출은 직전 주보다 150% 급증했다. 아워홈 온라인몰의 지난 6월 삼계탕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한낮 대신 심야에 먹고 산다

폭염은 식사와 장보기 시간도 바꾸고 있다. 해가 떠 있는 낮 시간을 피해 밤늦게 음식과 음료를 구매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CU의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콜드 상품 매출은 직전 주보다 약 30%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의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전체 매출도 14% 늘었다. 낮 동안 달궈진 도시의 열기가 밤까지 이어지는 열대야 속에서도,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아지는 시간에 맞춰 외출하고 있다.

 

반면 냉방이 잘된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의 식음료 매장은 폭염 특수를 누렸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방문객은 직전 주보다 각각 30%, 14%, 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식음료 매출도 각각 40%, 20%, 21% 늘었다.

 

집에서 배달음식을 먹거나, 외출하더라도 냉방이 완비된 대형 복합시설 안에서 식사와 쇼핑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식으로 소비가 양극화되는 모습이다.

 

반대로 냉방시설이 부족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는 손님이 줄고 있다. 일부 시장에서는 폭염 때문에 채소와 과일, 떡 등 신선식품의 폐기량이 급증했고, 젖소의 원유 생산량 감소로 생크림 등 유제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사례도 나타났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정책연구실장은 “경기 침체와 원재료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계절적 영향까지 소상공인을 위협하고 있다”며 “자연재해에 준하는 상황으로 보고 긴급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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