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日구마모토 강진에 한국도 ‘흔들’.. 정부, 지진 대응체계 긴급 점검

규모 7.1 이어 6.1 연속 강진.. 국내 유감신고 789건 접수
행안부, 기상청·국립재난안전연구원·지질연 전문가 회의 개최
공공시설물 내진율 82.7%.. 2035년 100% 목표, 민간 건축물은 과제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서 규모 7.1 강진이 발생한 뒤 국내에서도 “건물이 흔들렸다”는 신고가 잇따르면서 한반도 지진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지진으로 국내에서 직접적인 인명·재산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전국에서 접수된 유감신고만 789건에 달했다. 정부는 전문가 회의를 열고 국내 지진·지진해일 대응 체계와 주요 시설물 내진 성능, 국민 행동요령 홍보 체계를 긴급 점검했다.


행정안전부는 29일 ‘일본 구마모토현 규모 7.1 지진 관련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전날인 28일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규모 7.1과 6.1의 연속 강진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2016년 경주와 2017년 포항에서의 잇단 5도 수준의 지진을 고려할 때 단층분석과 내진설계를 비롯해 장기과제와 함께, 지속적인 시민대응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 지진에 부산·경남·전남도 ‘흔들’.. 국내 피해는 없어

이번 지진은 일본 규슈 지역에서 발생했지만, 국내에서도 흔들림이 감지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28일 오후 기준 일본 구마모토현 지진과 관련한 국내 유감신고는 789건 접수됐다. 지역별로는 부산이 291건으로 가장 많았고, 울산과 경남 등 남부권을 중심으로 신고가 이어졌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인명 및 재산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상청도 일본 구마모토현 지진의 영향으로 국내 일부 지역에서 약한 흔들림이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29일 밤에도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 남남서쪽 해역에서 규모 5.8 지진이 다시 발생했고, 이 영향으로 경남 남해·하동, 전남 여수 등에서 계기진도 2의 흔들림이 관측됐다. 계기진도 2는 조용한 상태나 건물 위층에 있는 일부 사람이 진동을 느끼는 정도다.

 

일본 기상청 기준으로 28일 발생한 구마모토 강진은 규모 7.1, 진원 깊이 약 10㎞로 추정됐다. 구마모토현 일부 지역에서는 일본 진도 계급 가운데 가장 높은 진도 7의 흔들림이 관측됐고, 한때 쓰나미 주의보도 발령됐다. 진도 7은 사람이 서 있거나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의 매우 강한 흔들림이다. 

 

“직접 피해 없지만 안심할 수 없다”.. 행안부 전문가 자문회의

이와 관련, 행안부가 전문가 자문회의를 긴급 개최했다. 이번 지진은 일본에서 발생했지만, 국내에서도 다수의 유감신고가 접수되며 인접 국가 대형 지진의 영향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행안부 자연재난대응국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는 기상청, 국립재난안전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부산대 등 지진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행안부는 회의에서 일본 지진의 발생 원인과 국내 영향, 지진·지진해일 대비 태세, 국민 행동요령 홍보 강화, 관계기관 협조체계를 중점 점검했다.

 

참석자들은 일본 지진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직접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면서도, 대규모 지진과 지진해일 가능성에 대비한 감시와 관계기관 협조체계를 계속 점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회의에서는 특히 국내 지진·지진해일 대비 태세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일본 규슈와 한반도 남부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남해안과 제주·부산·경남 지역은 일본 서남부 해역 지진이나 지진해일의 간접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 대형 지진이 발생했을 때 기상청의 지진 분석과 재난문자 발송, 해양수산부의 지진해일 감시, 지자체의 주민 대피 안내, 소방·경찰의 현장 대응이 끊김 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번 지진으로 국내에 직접 피해는 없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국내 지진 및 지진해일 대비·대응 태세를 다시 한번 철저히 점검해 국민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경주·포항 이후 달라진 한반도 지진 인식.. "예외 없다"

한국이 지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2016년 경주 지진과 2017년 포항 지진을 통해 확인됐다.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은 1978년 기상청 계기 관측 이후 국내 최대 규모 지진으로 기록됐다. 당시 흔들림은 영남권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감지됐고, 문화재와 건축물 피해가 발생할 정도였다. 

 

이듬해인 2017년 11월 15일에는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는 경주보다 작았지만, 진원이 얕고 도심과 가까워 피해는 더 컸다. 기상청 2017년 지진연보에 따르면 포항 지진은 계기 관측 이래 역대 두 번째 규모였고, 부상자 92명, 이재민 1,797명, 시설 피해 2만7,317건, 피해액 약 551억 원을 남겼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사상 처음으로 연기되는 등 사회적 충격도 컸다.

 

경주와 포항 지진은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라는 인식을 바꿨다. 규모 5대 중반의 지진만으로도 학교, 주택, 병원, 도로, 시험 일정 등 도시 기능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이번 구마모토 지진을 계기로 국내 활성단층 조사와 내진 성능 강화를 다시 강조한 것도 같은 이유다.

 

활성단층 조사와 국가기반시설 내진 강화가 핵심

행안부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국가 지진재난 관리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활성단층 조사와 연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활성단층은 과거 지질시대에 움직였고 앞으로도 다시 움직일 가능성이 있는 단층을 말한다. 단층 위치와 특성을 제대로 파악해야 어느 지역이 상대적으로 취약한지, 원전·댐·교량·철도·항만 같은 국가기반시설을 어느 수준으로 보강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판 경계에 직접 놓인 일본과 달리 판 내부 지역에 속한다. 그러나 판 내부라고 해서 지진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주·포항 지진처럼 기존 단층을 따라 응력이 방출되면 중규모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동남권에는 양산단층과 울산단층 등 주요 단층대가 분포해 있고, 해역 단층에 의한 지진해일 가능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전력·통신 등 국가기반시설의 내진 성능 강화도 주문했다. 대형 지진이 발생하면 건물 피해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전력망이 끊기면 병원과 통신, 교통, 상수도 운영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통신 장애는 구조 요청과 재난정보 전달을 어렵게 만들고, 도로·교량 피해는 구조대와 장비 접근을 늦춘다. 결국 지진 대비는 개별 건물 보강을 넘어 도시 기능을 유지하는 문제다.

 

공공시설물 내진율 82.7%.. 민간 건축물은 여전히 약한 고리

정부는 공공시설물 내진 보강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행안부는 공공시설물을 대상으로 2035년까지 내진율 100%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내진보강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5년 기준 공공시설물 내진율은 82.7%다. 행안부는 민간시설물의 내진 성능 확보를 위해 비용 보조와 세제 혜택 등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민간 건축물이다. 공공시설물은 정부 계획에 따라 보강이 가능하지만, 민간 건물은 소유자의 비용 부담과 낮은 인식, 정보 부족이 걸림돌이 된다. 특히 오래된 다세대주택, 상가, 소규모 건축물은 내진 성능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국민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은 관공서가 아니라 집과 직장이라는 점에서 민간 건축물 내진 보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포항 지진 당시에도 일부 필로티 건축물과 노후 건축물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규모 5.4 지진이 도심 가까이에서 발생했을 때 외벽과 기둥, 천장재가 손상되며 주민 불안이 커졌다. 지진 피해를 줄이려면 신축 건물의 내진설계뿐 아니라 기존 건축물의 성능 평가와 보강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대피장소 1만1,366곳.. “알고 있어야 피할 수 있다”

정부는 지진 발생 시 주민 대피를 위한 시설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행안부는 지진에 대비한 옥외대피장소 1만1,366곳과 지진해일 긴급대피장소 680곳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 6월까지는 전국 대피장소에 대한 일제 점검을 마쳐 관리 상태를 확인했다.

 

그러나 대피장소가 지정돼 있다는 것과 국민이 실제 위치를 알고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지진은 예보가 어렵고, 흔들림이 시작되면 판단할 시간이 많지 않다. 집이나 사무실 근처 옥외대피장소가 어디인지, 해안 지역에서는 지진 뒤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빨리 이동해야 하는지,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아야 한다는 기본 행동요령을 평소 숙지해야 한다.

 

행안부는 올해 ‘지진안전 AI 영상공모전’을 열고, 재난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교육과 지진 체험·대피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홍보와 훈련이 일회성 캠페인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학교, 병원, 요양시설, 대형 쇼핑몰, 지하철역처럼 사람이 많은 시설에서는 반복 훈련과 현장별 대피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지진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피해는 줄일 수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취약 건물을 보강하고, 국민이 대피장소와 행동요령을 몸에 익히게 하는 게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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