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이 끓는다] ③바다도 끓는다…수온 상승이 바꾸는 해양 생태계

산업화 이전보다 해수면 온도 1도 상승
물고기 집단 폐사, 사라지는 어종, 죽어가는 산호
한류성 어종 감소, 아열대 어종 증가,적조·해파리 발생 증가
산호초 사라지고 해양 생물다양성 감소
양식장 어류·패류 집단 폐사…수산업 위기
수산물 가격 상승과 식량안보 위협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폭염은 육지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해수면 온도 역시 올라가면서 육지 폭염 이상의 생태계 변화를 지구인들에게 돌려준다.

 

“바다는 지구의 에어컨”이라는 말이 있다.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 바다는 태양으로부터 받은 막대한 열을 흡수하고 저장하면서 지구의 기온 상승을 완화하는 거대한 조절장치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혁명 이후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에 축적된 초과 열에너지의 대부분은 바다가 흡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제 바다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올여름 세계 곳곳의 바다는 기록적인 고수온을 나타내고 있다. 지중해와 북대서양, 태평양은 물론 우리나라 연안에서도 평년보다 높은 수온이 이어지며 양식장 물고기 집단 폐사와 해양생태계 변화가 잇따르고 있다. ‘해양 폭염(Marine Heatwave)’이다.

 

육지의 폭염이 사람과 농작물을 위협한다면, 해양 폭염은 바다 생태계와 수산업, 나아가 인류의 식량안보를 뒤흔드는 또 하나의 기후재난이다.

 

◇바다도 폭염을 겪는다

 

해양 폭염은 특정 해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훨씬 높은 상태가 며칠이 아니라 수주, 때로는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과거에는 매우 드물었던 해양 폭염이 최근에는 거의 매년 세계 여러 바다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 원인은 육지와 마찬가지로 지구온난화다. 대기 중 온실가스가 늘어나면서 지구가 흡수하는 열이 증가했고, 그 열의 상당 부분이 바다에 저장되고 있다.

 

문제는 바다가 흡수한 열이 쉽게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다는 거대한 열 저장고이기 때문에 한번 수온이 올라가면 오랫동안 높은 상태를 유지한다. 결국 바다는 점점 더 뜨거워지는 것이다. 바다가 저장한 열에너지는 원자폭탄 수십억 개가 방출하는 에너지에 맞먹는 규모로 평가된다.

 

◇해수면 온도 얼마나 올라갔나

 

기후전문가들의 일반적 분석에 따르면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해수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약 0.9~1.0℃ 정도 상승한 것으로 평가된다.

 

얼핏 보면 작은 변화처럼 보이지만, 바다는 엄청난 양의 열을 저장하기 때문에 0.1℃의 변화도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사람의 체온이 36.5℃에서 37.5℃로 1℃만 올라가도 몸에 이상을 느끼는 것처럼 바다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주변 바다는 더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 한반도 주변 해역은 세계 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따뜻해지는 지역으로 꼽힌다. 동해는 최근 수십 년 동안 수온이 꾸준히 상승하며 아열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남해와 제주 해역은 고수온 발생 빈도와 지속 기간이 증가해 양식장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서해는 여름철 표층 수온 상승과 함께 적조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

 

 

◇바뀌는 물고기 서식지

 

수온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물고기다. 대부분의 어류는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지 못하는 변온동물이다. 따라서 바닷물의 온도가 조금만 변해도 먹이활동과 성장, 번식, 이동이 모두 영향을 받는다.

 

차가운 바다를 좋아하는 어종은 점점 북쪽이나 더 깊은 바다로 이동하고, 따뜻한 물을 선호하는 어종은 새로운 해역으로 올라온다.

 

우리나라 연안에서도 이런 변화가 뚜렷하다. 동해에서는 명태와 대구 같은 한류성 어종이 크게 줄어든 반면, 방어와 참다랑어, 아열대성 어종의 출현은 늘어나고 있다. 제주와 남해에서는 과거 보기 어려웠던 열대성 어류가 발견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물고기의 이동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민들은 오랫동안 축적한 조업 경험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고, 어획량 감소와 어종 변화로 소득 불안정을 겪는다.

 

◇산호초는 바다의 ‘위험 신호등’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민감하게 보여주는 생태계가 바로 산호초다. 산호는 식물이 아니라 동물이다. 몸속에 공생조류를 품고 살아가는데, 수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스트레스를 받아 공생조류를 내보낸다. 그러면 형형색색이던 산호는 하얗게 변한다. 이것이 바로 ‘산호 백화현상’이다. 이게 오래 지속되면 산호는 결국 죽는다.

 

산호초는 ‘바다의 열대우림’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세계 해양생물의 약 4분의 1이 산호초 생태계에 의존한다. 산호가 사라지면 수많은 물고기와 무척추동물의 서식지도 함께 사라진다.

 

◇양식업 피해

 

우리나라 수산업도 해양 폭염의 영향을 직접 받고 있다. 고수온이 지속되면 양식장에서는 물고기들이 먹이를 잘 먹지 않고 성장도 느려진다. 수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체온 조절이 어려워지고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 발생도 증가한다.

 

여기에 바닷물 속 산소 농도까지 낮아지면 집단 폐사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실제로 여름철마다 전복과 우럭, 광어, 멍게, 참돔 등의 양식 생물이 대량 폐사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양식 어민들은 산소 공급장치와 냉각시설을 가동하지만 전기료 부담은 커지고, 폭염이 장기화될 경우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적조와 해파리도 늘어난다

 

바다가 뜨거워질수록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적조와 해파리의 증가다. 고수온과 영양염류가 결합하면 특정 미세조류가 폭발적으로 증식하면서 적조가 발생한다. 적조는 바닷물의 산소를 감소시키고 독성물질을 배출해 양식장 피해를 키운다.

 

해파리 역시 따뜻한 바다를 좋아한다. 최근 우리나라 연안에서도 대형 해파리 출현 시기가 빨라지고 개체 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해파리는 해수욕객에게 상처를 입힐 뿐 아니라 어망을 훼손하고 어획 활동에도 큰 피해를 준다.

 

◇바다가 산소를 잃고 있다

 

바닷물이 따뜻해질수록 산소는 줄어든다. 차가운 물은 산소를 많이 품을 수 있지만 따뜻한 물은 그렇지 못하다. 고수온이 계속되면 바닷속 산소 농도가 낮아지고 저산소 수역이 형성된다. 이곳에서는 물고기와 조개, 게 등 많은 생물이 살아남기 어렵다.

 

해양학자들은 앞으로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이러한 저산소 해역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해양생태계 변화는 인간의 식탁으로

 

해양 폭염은 단순히 바다 생물의 문제가 아니다. 어획량이 감소하면 수산물 가격은 오르고, 특정 어종은 점점 귀해질 수 있다. 우리 식탁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생선이 앞으로는 고가의 수산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낯선 아열대성 어종이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기후변화가 우리의 식생활까지 바꾸는 셈이다.

 

◇바다가 보내는 마지막 경고

 

기후변화의 가장 강력한 완충장치였던 바다가 한계에 다다르면 기후변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바다는 육지보다 변화가 느린 것처럼 보이지만, 한번 변화가 시작되면 회복에는 수십 년, 때로는 수백 년이 걸린다. 산호초는 다시 자라기 어렵고, 사라진 어종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결국 바다의 변화는 인간의 삶과 경제, 식량안보, 국가안보까지 영향을 미치는 복합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바다가 끓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기후위기가 이미 지구 시스템 전체를 바꾸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신호다. 바다가 보내는 경고를 외면한다면, 그 대가는 결국 인간이 치르게 될 것이다.

 

◇해양 폭염이 가져올 6가지 변화

 

-해수면 온도 상승

-한류성 어종 감소, 아열대 어종 증가

-‘산호 백화’와 해양 생물다양성 감소

-양식장 어류·패류 집단 폐사

-적조·해파리 발생 증가

-수산물 가격 상승과 식량안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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