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 김성제 서울디지털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객원교수
비상구 앞에 물건을 쌓아두지 않는 일, 작업 전 보호장비를 확인하는 일, 위험한 상황을 발견했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고 알리는 일. 안전은 이처럼 작고 평범한 행동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방심과 “일정을 먼저 맞춰야 한다”는 조급함이 원칙을 밀어내곤 한다. 사고가 발생한 뒤 규정을 보완하고 교육을 강화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익숙한 방식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안전을 규정과 점검만의 문제로 다뤄서는 한계가 있는 이유다.
기업에 안전은 더 이상 생산과 경영의 부수적인 조건이 아니다.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지 못하는 기업은 구성원의 신뢰를 얻기 어렵고, 소비자와 지역사회로부터도 책임 있는 기업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사고로 인한 작업 중단과 피해 보상, 신뢰 하락까지 고려하면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지탱하는 핵심 투자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추진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기업 경영의 주요 기준으로 자리 잡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도 이러한 방향을 담고 있다. SDGs가 인간의 존엄과 안전한 공동체, 기후변화 대응을 공동의 과제로 제시한다면, ESG는 기업이 환경과 노동, 인권, 안전에 어떤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그중 사회(S) 영역에서 산업안전과 노동환경은 기업의 책임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다.
다만 제도와 설비를 갖췄다고 해서 안전이 저절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현장의 위험을 가장 먼저 발견하는 사람은 그곳에서 일하는 구성원이다. 작은 이상을 즉시 알리고, 동료의 위험한 행동을 외면하지 않으며, 불편하더라도 정해진 절차를 지키는 태도가 뒷받침돼야 안전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생명을 존중하고 공동체의 위험을 함께 줄이려는 이러한 책임의식을 ‘안전인성’이라고 할 수 있다.
안전인성은 사고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기 위한 개념이 아니다. 안전을 지키는 일차적 책임은 위험을 관리해야 할 기업과 제도를 마련하고 감독해야 할 정부에 있다. 기업은 충분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위험을 제기한 구성원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관리자는 생산성과 일정 때문에 안전수칙이 밀려나지 않도록 분명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여기에 구성원의 책임 있는 행동이 더해질 때 제도는 서류에 머물지 않고 현장에서 힘을 발휘한다.
안전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규정과 사고 사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실제 상황에서 위험을 발견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학교에서는 생명 존중과 공동체 책임을 생활 속에서 익히게 하고, 기업에서는 작업자가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망설임 없이 작업을 멈추고 알릴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안전을 말하는 사람을 까다로운 사람으로 보는 조직에서는 어떤 첨단 장비도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지속가능경영은 거창한 선언이나 평가등급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경영진이 안전을 생산보다 앞에 두고, 관리자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구성원이 서로의 생명을 지키는 행동을 실천할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안전은 제도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개인의 선의에만 맡겨서도 안 된다. 책임 있는 제도와 경영, 그리고 생명을 먼저 생각하는 안전인성이 함께할 때 안전은 조직의 문화가 되고 지속가능경영의 토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