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에어컨 ‘풀가동’ 조심해야.. 냉방기기 화재 5년간 31명 사망

에어컨·선풍기 화재로 31명 사망·136명 부상…재산피해 142억 원
지난해 에어컨 화재 7월 117건·8월 103건…10건 중 8건 전기적 원인
실외기 먼지·막힌 통풍구·문어발식 배선이 ‘불씨’…단독 콘센트 사용해야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가정과 사업장의 에어컨이 사실상 하루 종일 가동되면서 냉방기기 화재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 장시간 가동으로 실외기와 모터에 열이 축적되는 데다, 노후나 용량이 부족한 멀티탭까지 겹칠 경우 작은 이상이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주의가 요망된다.

 

소방청은 26일 최근 5년간 에어컨과 선풍기에서 발생한 화재가 모두 2,184건으로 집계됐다며 냉방기기 사용 전 전선과 콘센트, 실외기 상태를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들 화재로 31명이 숨지고 136명이 다쳤으며, 재산피해는 141억9,146만 원에 달했다.

 

연도별 냉방기기 화재는 2021년 374건에서 2022년 371건, 2023년 395건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4년 530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514건이 발생해 2년 연속 500건을 넘어섰다.

 

기기별로 보면 에어컨 화재가 1,564건으로 전체의 71.6%를 차지했다. 선풍기 화재는 620건으로 집계됐다. 에어컨 화재로 19명이 숨지고 105명이 다쳤으며, 선풍기 화재에서는 12명이 사망하고 31명이 부상을 입었다.

 

특히 에어컨 화재로 인한 재산피해는 약 99억 원에 달했다. 선풍기 화재의 재산피해도 약 43억 원으로 나타나, 비교적 작은 가전제품에서 시작된 불이라도 주변 가연물이나 건물 내부로 번질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에어컨 화재 79%가 전기적 원인

냉방기기 화재는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7, 8월에 집중됐다. 지난해 에어컨 화재는 7월 117건, 8월 103건 발생해 두 달 동안에만 220건이 발생했다. 선풍기 화재 역시 같은 기간 큰 폭으로 늘었다.

 

가장 큰 원인은 전기적 요인이었다. 최근 5년간 에어컨 화재의 79.2%인 1,239건이 전기적 문제로 발생했다. 선풍기 화재도 전체 620건 가운데 424건, 68.4%가 전기적 원인으로 조사됐다.

 

접촉 불량으로 전선이나 플러그에서 열이 발생하는 현상과 노후 전선의 합선, 여러 전기제품을 한 콘센트에 연결하면서 생기는 과부하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장시간 사용에 따른 모터 과열과 기계적 마찰, 전원 차단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비우는 사용자 부주의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냉방기기는 일반 생활가전보다 순간적으로 많은 전력을 사용한다. 특히 에어컨을 용량이 작은 멀티탭에 연결하거나 냉장고·전자레인지 등 소비전력이 큰 제품과 함께 사용하면 배선과 콘센트 온도가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

 

플러그가 콘센트에 완전히 꽂히지 않았거나 연결 부위에 먼지가 쌓인 상태에서 습기까지 더해지면 ‘트래킹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전류가 먼지와 수분을 따라 흐르며 탄화된 통로를 만들고, 결국 불꽃과 화재로 이어지는 현상이다.

 

실외기 불에 주민 30여 명 대피

실제 지난 18일 오후 5시 23분쯤 전남광주 북구 동림동의 한 아파트 12층에서 에어컨 실외기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이 사고로 40대 남성 2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고 주민 30명이 긴급 대피했다. 불은 신고 접수 약 20분 만에 꺼졌지만, 고층 아파트 실외기 화재가 자칫 외벽이나 위층으로 번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실외기가 설치된 베란다나 별도 공간에 종이상자, 스티로폼, 화분, 쓰레기 등 가연물을 쌓아두는 것도 위험하다. 실외기에서 발생한 열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 냉방 효율이 떨어질 뿐 아니라 압축기와 전선의 온도가 높아져 화재 위험이 커진다.

 

실외기 여러 대가 좁은 공간에 밀집돼 있거나 통풍구가 벽과 지나치게 가까운 경우에도 열이 빠져나가지 못한다. 실외기 주변에는 충분한 통풍 공간을 확보하고 먼지와 낙엽 등 가연물을 주기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이진황 창녕소방서장은 최근 냉방기기 안전점검과 관련해 “여름철 전기화재는 사전 점검과 안전수칙 실천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며 “냉방기기 사용 전 자율 안전점검을 생활화해 안전한 여름을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한 냄새·소음 나면 즉시 전원 차단

소방청은 에어컨을 가급적 벽면의 전용 단독 콘센트에 연결하고, 문어발식 콘센트나 노후 멀티탭 사용은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불가피하게 멀티탭을 사용할 때도 제품의 정격용량과 에어컨 소비전력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사용 전에는 전선 피복이 벗겨졌거나 눌린 곳이 없는지, 플러그와 콘센트가 변색되거나 그을리지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 전선을 테이프로 임시 보수한 채 사용하거나 헐거운 콘센트에 계속 꽂아 쓰는 것도 금물이다.

 

선풍기는 모터와 안전망에 쌓인 먼지를 제거하고, 회전을 방해하는 물체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장시간 연속 사용하거나 선풍기 모터 부분을 수건이나 옷으로 덮어두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위험하다.

 

가동 중 타는 냄새가 나거나 평소와 다른 소음과 진동이 발생하고, 플러그나 콘센트가 손으로 만지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워졌다면 즉시 전원을 차단해야 한다. 물을 뿌리거나 임의로 제품을 분해하지 말고 제조사나 전문 수리업체의 점검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최용철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여름철 안전대책과 관련해 “무더위뿐 아니라 냉방기기 사용 증가에 따른 화재 위험 요인도 함께 커진다”며 실효성 있는 예방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소방청 관계자는 “냉방기기 사용이 늘어나는 여름철에는 작은 부주의도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에어컨은 전용 단독 콘센트를 사용하고 실외기 주변을 청결하게 관리하는 한편,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는 뽑아두는 등 기본적인 전기화재 예방수칙을 생활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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