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화재가 발생하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집 밖으로 뛰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들으면 “일단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부터 떠오른다.
그런데 그게 맞는 생각일까?
화재 안전 전문가들은 아파트 화재에서 “무조건 밖으로 빨리 대피하라”는 원칙은 항상 정답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화재가 난 위치와 연기의 유입 여부에 따라서는 집 안에 머무는 것이 더 안전한 경우도 있다.
아파트 화재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불길만이 아니다. 실제로는 화재로 발생한 뜨거운 연기와 유독가스가 짧은 시간에 복도와 계단을 가득 채우면서 인명피해를 키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불이 난 세대에서 빠져나온 연기가 계단실이나 복도로 퍼지면 상황은 급격히 달라진다. 불이 난 곳과 멀리 떨어진 세대의 주민이라도 연기가 가득 찬 복도와 계단을 통과해야 한다면 대피 과정에서 연기를 흡입해 쓰러질 위험이 커진다.
그렇다면 아파트에서 불이 났을 때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불이 난 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내 집 안으로 연기가 들어오고 있는지다.
만약 자신의 집에서 불이 났다면 상황은 다르다. 화재 초기 진압이 불가능하거나 불길과 연기가 커지고 있다면 즉시 집 밖으로 나와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현관문을 열기 전에 반드시 문손잡이나 문 주변의 열기를 확인하는 것이다. 문이 뜨겁다면 문밖에 이미 화염이나 고온의 연기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무작정 문을 열어서는 안 된다.
반대로 다른 세대에서 불이 났지만 자신의 집 안으로 연기가 들어오지 않고, 현관문 밖 복도에 연기가 가득하다면 섣불리 밖으로 나가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현관문을 닫고 문틈으로 연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조치한 뒤 119에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다. 창문을 통해 외부에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집 안에 있으면 무조건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다. 화재 상황은 건물 구조와 화재 위치, 연기 확산 방향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상황 판단이 핵심이다.
특히 아파트는 세대마다 방화문과 벽체 등으로 구획돼 있어 화재가 발생한 세대의 불이 곧바로 모든 세대로 번지는 구조는 아니다. 하지만 복도와 계단을 통해 연기가 빠르게 퍼질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한 대피가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다.
아파트 화재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원칙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다. 화재로 전기가 차단되거나 엘리베이터가 화재층에 멈출 수 있고, 문이 열렸을 때 뜨거운 연기와 화염이 유입될 위험도 있다. 대피가 필요하다면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다만 계단에 이미 짙은 연기가 가득하다면 무조건 진입해서는 안 된다. 연기가 낮게 깔려 있더라도 계단 내부의 온도와 유독가스 농도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화재 때 가장 중요한 행동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대피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먼저 연기와 화염의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조건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나갈 수 있는 상황인지 판단한 뒤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119에 신고하면서 동·층·호수와 함께 현재 집 안에 연기가 들어오는지, 현관 밖 상황은 어떤지를 설명하는 것이 구조에 도움이 된다.
아파트 화재에서 가장 위험한 행동은 공포에 휩싸여 아무런 판단 없이 문을 열고 뛰쳐나가는 것이다. 화재는 몇 분 사이에도 상황이 바뀔 수 있다. 불이 난 세대와 자신의 세대가 같은지, 현관 밖에 연기가 있는지, 안전한 대피로가 확보돼 있는지에 따라 행동은 달라져야 한다.
원칙은 이렇다. 나갈 수 있으면 안전하게 대피한다. 나가는 길이 위험하다면 집 안에서 연기 유입을 막고 구조를 요청한다. 화재에서 생명을 지키는 것은 무조건적인 대피가 아니라,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는 능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