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이 끓는다] ②폭염은 지구 생태계를 뒤흔든다

식물은 말라가고, 동물은 이동
지구 생명체의 생존 및 서식 지도 변화
밀접하게 연결된 생태계의 대변혁 초래

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집중호우를 내린 장마가 끝나가고 있다. 기상청은 제주는 이미 장마가 끝난 걸로 보인다며 중부와 남부도 다음 주 초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올해 유달리 심할 것으로 관측되는 폭염은 결코 인간에게만 닥치는 자연재난이 아니다. 사람은 더위를 피해 에어컨이 작동하는 실내로 들어가거나 피서를 떠날 수 있다. 그러나 땅에 뿌리를 내린 식물, 일정한 서식지를 떠날 수 없는 동물에게 폭염은 곧 생존의 위협이다.

 

지구 생태계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그래서 문제는 심각해진다. 폭염과 가뭄은 식물에게 먼저 영향을 미친다. 식물이 줄어들면 그 다음은 어찌 될까. 초식동물이 먹이를 잃는다. 초식동물이 감소하면 육식동물도 영향을 받는다. 꽃이 피는 시기와 곤충의 활동 시기가 어긋나면 수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즉, 폭염은 먹이사슬 전체를 뒤흔드는 것이다.

 

◇식물과 과수, 농작물의 피해

 

폭염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생명체 가운데 하나가 식물이다. 식물은 기온이 높아지고 토양 수분이 부족해지면 잎의 기공을 닫는다. 기공은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수분을 방출하는 통로다. 기공을 닫으면 수분 손실은 줄일 수 있지만 광합성도 감소한다.

 

문제는 폭염이 하루 이틀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고온과 가뭄이 장기간 이어지면 식물은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만들지 못한다. 잎이 시들고, 열매가 제대로 자라지 않으며, 심하면 나무 전체가 고사한다.

 

농작물도 예외가 아니다. 벼는 개화와 수정 시기에 고온이 이어지면 쌀알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 옥수수는 수분과 수정 과정에서 고온에 취약하고, 과수는 열매가 익기 전에 떨어지거나 강한 햇볕에 표면이 타는 피해를 입는다.

 

사과와 배, 복숭아 등 과수 재배지는 기후변화에 따라 점차 북쪽이나 고도가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 특정 지역의 대표 농산물이었던 작물이 앞으로는 더 이상 그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재배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 방어막인 숲이 무너져

 

산림은 기후변화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기후변화의 방어막이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그러나 폭염과 가뭄이 겹치면 나무는 수분을 잃고 광합성 능력이 떨어진다.

 

토양이 지나치게 건조해지면 나무의 뿌리가 물을 끌어올리는 기능도 약해진다. 나무 내부의 물 이동 통로에 공기방울이 생기면서 수분 공급이 차단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숲이 약해지면 산불 위험도 커진다. 건조한 나뭇잎과 고사목이 늘어나고 작은 불씨 하나가 대형 산불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산불이 발생하면 숲에 저장돼 있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기후변화를 완화해야 할 숲이 오히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공간으로 바뀌는 것이다.

 

◇동물들의 대이동

 

야생동물은 폭염을 피하기 위해 활동 시간을 바꾸거나 서식지를 이동해야 한다. 낮에는 활동을 줄이고 밤에 움직이는 동물이 늘어난다. 물을 구하기 위해 평소보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동물도 있다.

 

문제는 모든 동물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도로와 철도, 도시와 농경지로 서식지가 단절된 동물들은 더 시원한 지역을 찾아 이동하다가 로드킬을 당한다. 산악지역에 사는 동물은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결국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한계에 도달한다.

 

기온 상승으로 생물의 서식지가 북쪽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 지역에 살던 생물이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기존 생태계의 경쟁 관계와 먹이사슬도 달라진다.

 

◇꿀벌이 사라진다

 

폭염은 곤충에게 복잡한 영향을 미친다. 꿀벌과 나비처럼 꽃의 꿀과 꽃가루에 의존하는 곤충은 폭염과 가뭄으로 꽃이 줄어들면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진다. 꿀벌의 활동이 감소하면 농작물의 수분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면 일부 해충은 기온 상승으로 번식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고온 환경에서는 곤충의 성장과 번식 주기가 짧아져 개체 수가 증가하는 경우가 있다. 과거에는 겨울 추위 때문에 개체 수가 크게 줄었던 해충이 따뜻한 겨울을 견디면서 다음 해 농작물 피해를 키울 가능성도 있다.

 

결국 기후변화는 단순히 곤충의 숫자를 늘리거나 줄이는 것이 아니라 곤충의 분포와 생태계 역할 자체를 바꾸고 있다.

 

◇새들은 번식 시기를 놓쳐

 

식물의 개화 시기가 빨라지고 곤충의 출현 시기가 변하면 새들의 번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새들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시기에 충분한 먹이가 필요하다. 그러나 기온 상승으로 곤충이 예상보다 일찍 나타났다가 사라지면 새의 번식 시기와 먹이 공급 시기가 어긋날 수 있다.

 

철새의 이동 시기도 변하고 있다. 따뜻해진 지역에서는 이동 시기를 늦추거나 이동 거리를 줄이는 종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생물이 같은 속도로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한 종의 변화 속도가 다른 종의 변화 속도와 맞지 않으면 생태계의 연결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

 

◇우유 생산량이 감소하는 젖소

 

폭염은 야생동물뿐 아니라 인간이 사육하는 가축에도 큰 스트레스를 준다. 소와 돼지는 사람처럼 땀을 흘려 체온을 빠르게 낮추기 어렵다. 고온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사료 섭취량이 줄고 성장 속도가 떨어진다.

 

젖소는 우유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으며 번식률도 떨어진다. 닭은 호흡을 빠르게 하면서 체온을 낮추려 하지만 폭염이 심해지면 산란율과 성장률이 떨어지고 집단 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

 

축산업은 폭염에 대응하기 위해 환기시설과 냉방시설을 강화하고 있지만, 기온이 계속 상승하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무너지는 생태계 연결망

 

생태계는 각각의 생물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돼 있다. 꽃이 줄면 벌이 감소하고, 벌이 감소하면 수분이 줄어든다. 식물이 감소하면 초식동물이 먹이를 잃고, 초식동물이 줄면 육식동물도 영향을 받는다.

 

폭염은 이러한 연결망을 여러 곳에서 동시에 흔든다. 특히 생물다양성이 낮은 지역일수록 한 종의 감소가 생태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커질 수 있다.

 

기후변화 시대의 생태계 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생물이 사라지는 방식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한 종이 줄고, 다른 종이 이동하고, 번식 시기가 달라지면서 생태계의 균형이 조금씩 무너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구온난화가 계속된다면 미래의 생태계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생태계와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폭염은 생명을 위협하는 단순한 자연재난이 아니다. 생물들이 어디에서 살고, 무엇을 먹고, 언제 얼마만큼 번식하며, 어떻게 이동할 것인지까지 바꾸는 거대한 생태계 재편의 신호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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