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물류창고] (下) 물류센터 변화에 맞춰 화재안전 기준도 진화해야

내부 구조 변화에 따른 정기적 화재위험 재평가 필요
스마트 화재 감지 경보 시스템 고도화돼야
소방대원의 진입을 고려한 설계 필요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대형 물류센터가 전국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온라인 쇼핑과 새벽배송이 일상화되면서 물류센터는 유통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됐다.

 

하지만 물류센터가 커지고 고층화될수록 화재 진압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이번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는 이 문제를 다시 확인시켰다. 연면적 약 29만9천㎡, 지상 8층 규모의 대형 건물에서 발생한 불은 다량의 생활용품과 3단 선반 구조 때문에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이제 대형 물류센터의 화재안전은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류센터를  단순한 ‘창고시설’이 아닌, ‘대형 복합산업시설’로 보고 종합적인 안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물류센터의 화재안전은 여러 법과 기준에 의해 관리된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필요한 소방시설이 설치되고, NFPC 609(스프링클러 설치 기준 강화 등 창고 시설의 화재안전 조항)에 따른 기준이 적용된다. 건축법에 따른 내화구조와 방화구획, 피난시설 기준도 적용된다.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대형 물류센터 화재 예방 대책을 종합해보면 이런 것들이다.

 

우선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물류센터에 대한 정기적인 화재위험 재평가다. 물류센터는 준공 이후에도 끊임없이 변한다. 상품 종류와, 랙(rack, 적치물 복층 구조), 적재량, 내부 통로 구조 등이 바뀐다. 로봇 같은 자동화 설비가 추가되기도 한다.

 

그런데 건축허가와 소방시설 완공검사를 받은 뒤 실제 운영 상태가 설계 당시와 달라졌다면 기존의 안전기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내부 구조가 바뀔 때는 별도의 화재위험 평가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조기 감지 시스템의 고도화다. 대형 물류센터 화재가 커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초기 대응 시간을 놓치는 것이다. 사람이 모든 공간을 상시 감시하기 어려운 만큼 열감지기와 연기감지기, 열화상 카메라, 영상분석 기술을 결합한 조기경보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면 특정 구역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거나 연기와 불꽃이 발생하는 상황을 자동으로 감지해 방재실과 관리자에게 즉시 알릴 수 있다.

 

세 번째는 소방시설의 실시간 관리다. 스프링클러와 소방펌프, 수신기, 밸브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관리자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경보가 오작동하거나, 설비 이상을 제때 확인하지 못하면 초기 진화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네 번째는 소방대원의 진입을 고려한 설계다. 지금까지 대형 건축물의 화재안전은 피난계단과 방화구획 등 건축적 기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초대형 물류센터는 소방대원이 실제로 건물 내부에 들어가 화점까지 접근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소방차가 어느 위치까지 접근할 수 있는지, 고층부에 방수가 가능한지, 내부 통로가 화재 때 확보되는지, 랙이 무너졌을 때 대체 진입로가 있는지 등을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다섯 번째는 물류센터의 위험도에 따른 차등관리다. 모든 창고를 같은 기준으로 관리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고층 랙에 플라스틱과 포장재가 대량으로 저장된 물류센터와 상대적으로 화재하중이 낮은 시설은 위험도가 다르다. 따라서 건물 규모와 적재물, 구조, 자동화 설비 등을 종합해 화재위험 등급을 부여하고 고위험 시설에는 더 강화된 소방시설과 점검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거 화재의 교훈을 반복해서 잊지 않는 것이다. 2020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는 3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같은 해 용인 SLC 물류센터 화재에서도 5명이 숨졌다. 2021년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에서는 진화에 나선 소방관이 순직했다. 이 사고들은 앞서 지적한 문제들이 미비할 경우 얼마나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물류센터의 안전은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설치됐는가’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물류산업의 성장 속도에 맞춰 화재안전 기준도 함께 진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