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장마와 태풍이 찾아오면 사람들은 집중호우와 하천 범람, 침수 피해를 먼저 걱정한다. 그러나 폭우와 함께 불어닥치는 강풍은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큰 위험 요소다.
건물 외벽의 일부가 떨어지고, 간판이 날아다니고, 나무가 부러지고, 유리창이 깨지고, 공사장 자재가 바람을 타고 날아다닌다.
순간 최대풍속이 강해질수록 평소에는 움직이지 않던 물체도 흉기로 변한다. 특히 도심에서는 건물과 건물 사이에서 바람이 갑자기 빨라지는 ‘빌딩풍’이 발생해 예상하지 못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강풍이 불 때 가장 위험한 장소는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 아니라, 무언가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수 있는 곳이다.
◇간판은 거대한 흉기
태풍이 접근하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시설 가운데 하나가 간판이다. 건물 외벽에 고정된 대형 간판은 강한 바람을 받으면 거대한 돛처럼 작용한다. 고정 볼트가 부식됐거나 설치 구조물이 오래된 경우에는 간판 전체가 떨어지거나 일부가 뜯겨 나갈 수 있다.
간판이 떨어지는 순간 아래를 지나던 보행자는 피할 시간이 거의 없다. 강풍이 불 때 상가 밀집 지역이나 오래된 건물 주변을 지나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건물주와 상인 역시 태풍이 오기 전 간판의 고정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간판이 흔들리거나 연결 부위가 부식돼 있다면 단순히 끈으로 묶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문가의 점검과 보강이 필요하다.
◇유리창은 깨지는 순간 날카로운 파편
강풍이 불 때 건물 유리창도 위험하다. 강한 바람 자체뿐 아니라 바람에 날아온 나뭇가지, 간판 조각, 공사 자재 등이 유리창을 직접 충격하면 유리가 산산조각 날 수 있다.
특히 고층 건물의 유리창이 깨지면 파편이 건물 아래로 떨어져 2차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태풍이나 집중호우가 예보되면 창문을 단단히 잠그고, 창틀이 흔들리거나 유리가 이미 금이 간 경우에는 창가에서 떨어져 있어야 한다. 창문 바로 앞에 서서 바깥 상황을 확인하는 행동도 위험하다.
유리창이 깨졌다면 즉시 창가에서 벗어나고, 맨발로 파편이 흩어진 곳을 지나가지 말아야 한다. 깨진 유리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조각까지 남기 때문에 청소할 때도 두꺼운 장갑과 신발을 착용해야 한다.
◇‘날아오는 자재’를 경계해야
공사현장은 강풍에 특히 취약하다. 철제 구조물, 비계, 방수포, 가림막, 건축자재, 타워크레인 주변의 물체 등이 강한 바람에 흔들리거나 날아갈 수 있다. 공사장 주변의 임시 시설물은 평소에는 안전하게 고정돼 있어도 강풍이 불면 위험한 구조물로 변할 수 있다.
따라서 태풍이나 집중호우가 예보되면 공사장 주변에는 접근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공사 관계자는 외부 자재를 단단히 고정하고, 바람에 날릴 수 있는 물건을 실내로 옮겨야 한다.
특히 비계나 고소작업대, 이동식 크레인 등은 강풍 속에서 작업해서는 안 된다. 강풍에 노출된 상태에서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은 추락과 전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강풍 속 ‘추락 사고’ 조심
강풍과 폭우가 동시에 발생하면 지붕이나 옥상, 베란다, 외벽 등에서 작업하다 추락하는 사고도 발생한다. “잠깐 확인만 하겠다”며 옥상에 올라가거나, 날아갈 것 같은 물건을 붙잡기 위해 외부로 나가는 행동은 매우 위험하다.
젖은 바닥은 미끄럽고, 강한 바람은 사람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특히 고령자나 어린이는 강풍 속에서 중심을 잃기 쉽다.
태풍이 지나가는 동안에는 옥상이나 외벽, 베란다에서 물건을 정리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사전에 미리 정리하고, 이미 강풍이 시작됐다면 안전한 실내에 머무는 것이 원칙이다.
◇강풍이 불 때는 어디로 피해야 하나
강풍이 불면 나무 아래나 간판 아래로 피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 오래된 건물의 외벽, 공사장 주변, 유리창이 많은 건물 주변, 전신주와 가로수 주변도 피해야 한다.
가능하면 튼튼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 창문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 건물 밖에 있다면 주변에 떨어질 물체가 없는 낮은 자세로 이동하고,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무리하게 이동하지 않는 것이 좋다.
차량 운전자도 주의해야 한다. 강풍이 심할 때는 교량이나 해안도로, 대형 차량이 많이 다니는 도로를 피하는 것이 좋다. 바람에 날린 물체가 차량을 덮치거나 차량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태풍이 오기 전에 해야 할 일
강풍 피해는 상당 부분 사전 예방으로 줄일 수 있다. 가정에서는 베란다와 창가에 있는 화분, 의자, 빨래건조대 등 날아갈 수 있는 물건을 실내로 옮겨야 한다. 창문과 창틀의 상태를 확인하고, 오래된 유리창이나 흔들리는 창틀은 미리 점검해야 한다.
상가와 건물 관리자는 간판과 외벽 부착물, 에어컨 실외기, 옥상 시설물의 고정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공사현장에서는 자재와 가림막을 단단히 고정하고, 강풍이 예상되면 고소작업을 중지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상특보가 내려진 뒤 무리하게 외부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