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물류창고] (上) 왜 화재 진압이 어려운가

초대형·고밀도 물류창고, 화점 접근이 어려워
고층화, 랙 구조, 자동화 설비 등 복잡한 구조
단순한 ‘창고’가 아닌, 거대한 ‘화재하중’ 시설

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끔찍한 화재였다. 2020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는 38명 근로자의 목숨을 앗아갔다. 같은 해 용인 SLC 물류센터 화재에서도 5명이 숨졌다. 2021년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에서는 진화에 나선 소방관이 순직했다.

 

이 사고들은 물류창고가 왜 화재에 취약하고 대형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큰지, 한번 불이 나면 완전 진화가 어려운지를 잘 말해주는 사례다.

 

물류센터는 이제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시설이다. 온라인 쇼핑과 새벽배송이 일상화되면서 전국 곳곳에 대형 물류센터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6시 54분께 발생한 인천 서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 화재는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지만 3일째인 20일 오후까지 완전 진화되지 않고 있다.

 

소방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발령하고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건물 내부에 쌓인 물품과 복잡한 구조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변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은 연기와 냄새, 붕괴 우려로 휴교를 하는 등 지역사회 피해도 커지고 있다.

 

 

◇대형 물류센터 구조적으로 화재진압 어려워

 

물류센터는 단순한 창고가 아니다. 수만~수십만㎡에 이르는 거대한 공간에 종이박스, 플라스틱 포장재, 섬유제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가연물이 고밀도로 적재된다.

 

여기에 고층화, 랙(rack)식 저장, 메자닌 구조, 자동화 설비, 컨베이어 시스템까지 결합하면서 화재가 발생하면 일반 건축물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번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는 바로 이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쿠팡 물류센터 안에는 다량의 상품과 포장재가 쌓여 있고, 내부에는 3단 랙 구조가 설치돼 있어 소방대원들이 발화점에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짙은 연기와 고열, 건물 붕괴 위험도 진화의 장애물이 되었다.

 

왜 대형 물류센터 화재는 한번 불이 나면 수십 시간, 심지어 며칠씩 이어질까. 물류센터 내부는 상품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나가는 공간이다. 그러나 화재가 발생하면 그 상품 하나하나가 연소 물질이 된다. 종이박스와 플라스틱 포장재, 섬유제품, 생활용품은 불이 붙으면 강한 열과 연기를 발생시킨다.

 

하나하나의 상품은 작아 보이지만, 수십만㎡의 공간에 고밀도로 집적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연소할 수 있는 물질의 총량, 이른바 ‘화재 하중’이 일반 건축물보다 크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품이 여러 층으로 높게 쌓인 랙 구조에서는 화염이 위쪽으로 빠르게 확산된다. 상품은 바닥에 넓게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니라 랙에 수직으로 쌓여 있다. 화재가 아래쪽에서 시작되면 열과 불꽃이 위쪽으로 빠르게 확산된다.

 

랙 사이 좁은 통로는 소방대원이 진입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화재가 커지면 무너진 적재물과 짙은 연기가 진입을 막는다.

 

초대형 물류센터는 건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미로다. 일반 건축물이라면 소방대원이 화점에 쉽게 접근해 직접 진화할 수 있지만, 물류센터는 내부 구조가 복잡해 접근이 어렵다는 점도 화재 진화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이번 인천 푸팡 화재 역시 연면적 약 29만9천㎡, 지상 8층 규모로, 화재 발생 이후 건물 붕괴 위험과 고열·짙은 연기 때문에 내부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진화하는 물류센터, ‘스프링클러’의 문제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다고 해서 모든 화재가 자동으로 진압되는 것도 아니다. 스프링클러의 설치 위치와 방수량, 헤드의 종류, 랙 내부의 화재를 얼마나 빨리 감지하고 소화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물류센터 화재안전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실제 적재물과 적재 높이에 맞는지, 화재가 발생했을 때 물이 화점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소방대원이 내부로 진입할 수 있는지, 연기와 열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현재 창고시설의 화재안전기술기준인 ‘NFTC 609’는 물류창고의 특성을 고려해 랙식 저장시설 등에 대한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정한 랙 구조에서는 랙 높이에 따라 내부에 스프링클러 헤드를 설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최근 물류센터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한정된 토지에 더 많은 물건을 보관하기 위해 고층화되고, 건물 내부에는 높은 랙과 메자닌 구조가 설치된다. 자동화 물류센터에는 컨베이어와 로봇, 각종 전기설비까지 들어간다.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이면서 동시에 거대한 ‘자동화 산업시설’의 성격을 갖게 된 것이다.

 

자동화 물류센터에서는 상품이 컨베이어를 통해 이동하고, 사람 대신 로봇이 작업하는 공간도 등장했다.

 

화재안전 기준이 건축물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법적으로는 기준을 충족했지만 실제 화재에는 취약한 ‘안전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

 

이번 쿠팡 물류센터 화재는 물류센터를 더 이상 단순한 창고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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