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인천 쿠팡 물류센터의 불길은 사흘째 잡히지 않고 있다. 18일 오전 6시54분쯤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에서 시작된 화재는 20일 오전 9시 현재까지도 완전히 진화되지 않았다.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발령돼 전국 8개 시도에서 특수 소방장비와 인력이 투입됐지만, 내부에 쌓인 생활용품 등 가연물이 계속 타고 짙은 연기가 빠지지 않으면서 진화 작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 구조물 붕괴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인근 상가와 공장에는 대피령이 내려졌고, 주변 초등학교와 어린이집도 휴교·휴원 조치에 들어갔다.
20일 소방청 등 관계당국과 쿠팡 등에 따르면, 화재 당시 물류센터 내부에 있던 관계자 121명은 모두 대피했다. 현재까지 대규모 인명피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진화 과정에서 소방공무원이 탈진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고, 또 다른 소방대원은 연기를 흡입해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불은 8층짜리 건물 6층에서 시작된 뒤 7층까지 번졌고, 3단 랙식 창고에 적재된 가연성 물품 때문에 내부 진입과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으로 파악됐다.
대응 2단계 넘어 국가소방동원령까지
소방청에 따르면 인천소방은 신고 접수 뒤 오전 9시15분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건물 규모와 내부 가연물 등을 고려해 낮 12시25분 대응 2단계로 상향했다. 같은 날 낮 12시28분부터는 인천소방본부와 서부소방서 긴급구조통제단이 가동돼 화재 진압과 현장 안전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화재가 장기화하자 소방청은 18일 오후 6시를 기해 국가소방동원령 3차를 발령했다. 이에 따라 서울·경기·대전·세종·강원·충북·충남·전북 등 8개 시도에서 고가·굴절사다리차, 소방물탱크차, 무인소방로봇, 회복지원차 등 특수장비가 추가로 투입됐다. 20일 오전 보도 기준으로는 현장에 소방·경찰 등 800명 안팎의 인력과 200대가 넘는 장비가 투입돼 진화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소방당국은 대용량 포방사시스템과 고성능화학차, 고가·굴절사다리차, 무인파괴방수차 등을 동원해 건물 냉각과 연소 확대 방지에 집중하고 있다. 장시간 진화에 대비해 조명차와 회복지원차도 배치하고, 대원 교대와 회복지원체계를 운영 중이다.
“붕괴 위험 살피며 대원 안전 최우선”
가장 큰 변수는 건축물 붕괴 위험이다. 화재가 사흘째 이어지며 고열에 장시간 노출된 구조물의 안전성 우려가 커졌고, 인천 서해구는 19일 밤 쿠팡32물류센터 램프구역 반경 116m에 대피령을 내렸다. 대상은 쿠팡 남측 상가와 공장 등으로, 주거지역은 제외됐다. 서해구는 안전안내문자를 통해 일부 건물 붕괴 위험이 있다며 주변 상가와 사무실 관계자들에게 즉시 대피를 요청했다.
최용철 중앙긴급구조통제단장은 18일 현장지휘차량에서 소방청과 인천소방본부, 인천 서해구청, 경찰, 건축구조물 전문가 등이 참석한 상황판단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는 장시간 이어지는 화재의 진압 여건과 건축물 붕괴 위험, 진압대원 안전 확보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최 단장은 “건축물의 붕괴 위험을 면밀히 살피고, 진압대원의 안전이 확보된 범위에서 체계적으로 진압작전을 추진해야 한다”며 “전국의 가용 소방력과 특수장비를 총동원해 화재 진압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지시했다. 이어 “지자체와 경찰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교통·인파 통제와 주민 대피 등 필요한 안전조치도 빈틈없이 시행해 달라”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휴교·어린이집 휴원.. 지역사회 피해 확산
피해는 물류센터 안에만 머물지 않고 인근 지역사회로 번지고 있다. 화재 연기와 냄새, 붕괴 우려가 계속되면서 현장 주변 초등학교 1곳은 20일 하루 휴교했고, 인근 어린이집들에도 휴원 권고가 내려졌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서해구는 현장 인근 어린이집 31곳과 초등학교에 휴원·휴교를 권고했다.
주민 불안도 커지고 있다. 불길이 장시간 이어지면서 검은 연기와 매캐한 냄새가 주변으로 퍼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연기 확산을 우려하는 신고가 이어졌다.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은 화재 현장 인근 측정소에서 대기질을 측정하는 등 오염물질 확산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다만 화재 연기는 풍향과 연소 물질, 진화 단계에 따라 농도가 급변할 수 있어 단기간 수치만으로 안심하기는 어렵다.
물류창고 연기, 호흡기·심혈관계에 건강 악영향
대형 물류창고 화재의 연기는 일반적인 산불 연기와 마찬가지로 미세입자와 자극성 물질을 포함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화재 연기 노출이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심장질환 등 기존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고, 어린이와 고령층, 임신부, 만성질환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화재 가까이에 있는 사람은 고온 가스와 입자상 물질, 일산화탄소 등 연소 부산물에 의한 흡입 손상 위험도 있다.
전문가들은 연기가 보이거나 냄새가 강하게 느껴지는 지역에서는 창문을 닫고 외출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호흡기 질환자와 어린이, 노약자는 불필요한 야외활동을 피하고, 눈 따가움·기침·가슴 답답함·두통·어지럼증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실내로 이동하거나 의료기관 상담을 받아야 한다. 어린이집과 학교의 휴원·휴교 권고도 이런 건강 위험을 줄이기 위한 예방 조치로 볼 수 있다.
과거 덕평물류센터도 엿새 만에 완진.. 대형물류창고, 왜 오래 가나
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장기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1년 6월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는 발생 엿새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당시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의 대형 건물이 사실상 전소됐고, 인명 검색에 나섰던 고 김동식 소방경이 순직했다.
당시에도 대형 물류센터의 복잡한 내부 구조, 높은 적재 밀도, 가연성 포장재와 생활용품, 연기 배출의 어려움이 문제로 지적됐다. 물류창고는 상품이 층층이 쌓여 있고 통로가 복잡해 불길의 위치를 특정하기 어렵다. 불에 탄 물품이 무너지거나 재발화할 가능성도 있어, 완전 진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번 인천 화재 역시 3단 랙식 창고에 적재된 생활용품과 짙은 연기가 내부 진입을 막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오늘 중 최종 진화 목표.. 원인 조사는 나중에
소방당국은 20일 중 큰 불길을 잡는 것을 목표로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내부 열기와 연기, 적재물, 구조물 안전성, 재발화 가능성이 모두 변수다. 무리한 내부 진입은 대원 안전을 위협할 수 있어, 당국은 건축구조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외부 방수와 특수장비 중심의 진압을 이어가고 있다.
화재 원인은 완전 진화와 안전 확보 이후 합동감식을 통해 규명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최초 발화 지점, 내부 적재물의 종류와 배치, 방재설비 작동 여부, 초기 대응 과정, 연소 확대 경로 등이 모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흘째 이어진 진화 난항과 국가소방동원령, 인근 대피령, 학교·어린이집 휴교·휴원까지 이어진 이번 화재는 대형 물류시설의 화재 안전관리와 지역사회 피해 대응 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큰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