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이슈] 월드컵 결승까지 덮친 캐나다 산불 연기.. 기후재난, 스포츠도 멈춰 세우나

스페인, 뉴저지서 ‘유해’ 대기질 속 야외훈련.. 전문가 “실내 훈련했어야”
8만 관중 모이는 결승전 앞두고 공기질 변수.. 비 온 뒤 추가 연기 유입 가능성
태평양 북서부선 낙뢰 1만5000건에 산불 100건 이상.. 더 뜨겁고 건조한 여름 경고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캐나다 대형 산불 연기가 미국 동부까지 뒤덮으면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결승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결승전은 현지시간 19일 오후 3시(한국시간 20일 새벽 4시) 미국 뉴저지 이스트러더퍼드의 뉴욕·뉴저지 스타디움, 즉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이 맞붙는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를 앞두고 경기장 주변 대기질이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기후재난이 더 이상 산림과 주거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스포츠와 도시 운영, 보건 안전까지 흔드는 현실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캐나다 산불 연기는 이번 주 미국 중서부에서 북동부까지 넓은 지역을 덮었다. 뉴욕과 뉴저지 일대에는 뿌연 연무가 끼었고, 당국은 주민들에게 격한 야외활동을 줄이라고 권고한 상황이다.

스페인 대표팀은 결승전을 앞두고 뉴저지 이스트해노버에서 훈련했는데, 당시 대기질은 ‘건강에 해로운’ 수준에서 한때 ‘위험’ 단계까지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태양이 연기에 가려질 정도의 조건에서 선수들이 야외 훈련을 진행한 셈이다.

 

스페인 미드필더 미켈 메리노는 캐나다 산불 연기를 “냄새로도 맡을 수 있고 눈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월드컵 결승처럼 중요한 경기는 외부 요인을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며 “스페인축구협회와 월드컵 조직위가 세부 사항을 챙기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경기에 집중하려 하지만, 산불 연기가 경기력과 건강에 미칠 가능성은 쉽게 무시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야외 훈련 자체가 위험했다고 지적했다. 응급의학 전문의이자 세계기후보건연합 관계자인 코트니 하워드 박사는 “최고 수준의 선수들은 훈련과 경기 중 폐로 많은 공기를 들이마신다”며 “산불 관련 대기오염이 위험한 수준이라면 야외에서 훈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럴 때는 실내 훈련을 잡아야 한다”며 “N95 마스크를 착용시키는 방법도 있겠지만, 모두에게 잘 맞는 마스크를 씌우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에어컨이 갖춰진 깨끗한 공기의 실내 시설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결승전 당일 대기질은 다소 나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상예보업체 애큐웨더에 따르면, 캐나다 산불 연기가 월드컵 결승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애큐웨더의 애덤 다우티 기상학자는 “좋은 수준으로 간주되지는 않을 수 있지만, 토요일의 나쁘거나 건강에 해로운 수준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며 “습도도 낮아져 선수와 관중이 조금 더 편안한 환경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요일 비가 올 가능성이 높은데, 이럴 경우  연기를 일부 씻어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코페르니쿠스 대기감시서비스의 마크 패링턴 선임과학자는  “비가 지난 뒤 또 다른 연기 덩어리가 그 기압계 뒤를 따라올 것으로 보인다”며 “그 연기가 일요일 뉴욕과 뉴저지에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도달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산불 강도가 다시 커질 경우 더 많은 연기가 대기 중으로 올라가 비가 지난 뒤 빠르게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직전까지 대기질을 계속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이 지붕이 열린 대형 야외 경기장이라는 점이다. 결승전에는 약 8만 명 이상의 관중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선수들은 90분 이상 고강도 운동을 해야 하고, 관중 상당수도 장시간 야외에 머문다.

 

산불 연기에는 초미세먼지와 각종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어 호흡기 질환자와 심혈관 질환자, 어린이와 노인에게 특히 위험하다. 하지만 건강한 젊은 선수라고 해서 안전한 것도 아니다. 고강도 운동을 하면 호흡량이 늘어나 더 많은 오염물질을 들이마시기 때문이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의 환경보건 연구과학자 메리 존슨은 “연기 속에 있는 것은 누구에게도 건강하지 않다”며 “특히 운동을 하면 더 많은 공기를 교환하기 때문에 더 많은 오염물질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한 젊은 사람이라도 어느 순간에는 노출에 따른 건강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런 환경에서 운동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산불 연기의 위험성은 단순한 냄새나 시야 저하에 그치지 않는다. 콜로라도주립대 환경독성학자 루크 몬트로즈는 산불 연기에 최소 1,000종의 독성물질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목록을 보면 디젤 연료나 담배 연소와 관련된 포름알데히드, 휘발성유기화합물 같은 익숙한 유해물질도 들어 있다”며 “연기 자체만으로도 나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 경기장에서의 대기질 관리는 이제 폭염 관리와 함께 대형 이벤트 안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일회성 돌발 변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태평양 북서부에서는 또 다른 산불 위험이 커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에 따르면 오리건과 워싱턴주에서는 수요일과 목요일 사이 1만5000건이 넘는 낙뢰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100건 이상의 산불이 타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25건은 ‘대형 산불’로 분류됐다. 동부 워싱턴의 라이언스 페리 산불은 2만5000에이커 규모로 번지며 일부 지역 주민 대피를 불렀다.

 

오리건과 워싱턴 일부 지역은 이미 중등도에서 극심한 가뭄 상태였고, 주말에는 강풍까지 예보됐다. 건조한 식생, 낙뢰, 바람이 겹치면 산불은 훨씬 빠르게 번진다.  미국 서부와 캐나다에서 발생한 불이 대기 흐름을 타고 수천㎞ 떨어진 동부 도시와 국제 스포츠 행사까지 영향을 주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이런 산불 위험을 키우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더 뜨겁고 건조한 여름, 줄어든 적설량, 빨라진 식생 건조가 산불의 강도와 확산 속도를 높인다. 오리건주 기후학자 래리 오닐은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에 지난해 오리건이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였고 적설량도 매우 적었다며, 이 때문에 올해 산불 시즌이 이르고 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산불 당국도 오리건 동중부와 워싱턴 지역의 식생 건조 상태가 이미 한여름인 8월 중순 수준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기후위기가 스포츠 산업에도 직접적인 운영 리스크가 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폭염은 경기 시간을 바꾸고, 폭우는 경기장을 침수시키며, 산불 연기는 선수 훈련과 관중 안전을 위협한다. 대형 스포츠 행사는 수만 명이 한 장소에 모이는 만큼 대기질 악화, 폭염, 정전, 교통 차질이 동시에 발생하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월드컵처럼 전 세계가 주목하는 행사는 더 이상 경기장 안의 경기력만으로 운영될 수 없다. 기상과 보건, 재난대응, 교통, 의료, 안내체계가 하나의 안전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이유다.

 

결승전이 예정대로 치러질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하지만 캐나다 산불 연기가 뉴저지 월드컵 결승전을 위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경고다. 산불은 더 이상 산속의 불이 아니다. 연기는 국경을 넘어 도시의 하늘을 뒤덮고, 선수들의 폐를 위협하며, 수만 명이 모이는 경기장 안전을 흔든다. 마크 패링턴 코페르니쿠스 대기감시서비스 선임과학자는 “화재 강도가 다시 커지면 더 많은 연기가 대기 중으로 올라가 비가 지난 뒤 빠르게 따라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캐나다 산불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현재 약 893건의 활발한 산불이 보고되었으며, 그중 209건은 ‘통제 불능(out of control)’ 상태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 북동부와 중서부까지 연기가 퍼져 대기질 경보가 발령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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