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예상했던 ‘물폭탄’은 빗나가지 않았다. 토요일인 18일 새벽부터 수도권과 강원 등 중부권을 중심으로 시간당 50㎜ 안팎의 강한 비가 쏟아지면서 서울과 경기, 강원 곳곳에서 침수와 도로 통제, 나무 전도, 낙석 피해가 잇따랐다.
서울에서는 강서구와 은평구, 마포구에 침수경보가 내려졌고, 중랑천 수위 상승으로 동부간선도로 전 구간이 통제됐다. 경기 고양 공릉천 원당교 지점에는 홍수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주말 내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19일 서울시, 관련부처, 소방당국 등을 상황정보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밤사이 집중호우가 내리자 18일 오전 상황근무 단계를 높이고 시와 자치구 인력을 투입해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배수 지원, 수목 전도, 시설 안전조치 신고가 잇따랐고, 서울 시내 주요 하천과 일부 도로도 통제됐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집중되면서 배수시설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곳곳에서 발생한 것이다.
서울 서대문 시간당 64.5㎜.. 동부간선도로 막혔다
서울에는 새벽 시간대 비가 집중됐다. 기상청은 서울 전역에 호우특보를 발효한 뒤 일부 권역은 호우경보로 격상했다. 은평구와 서대문구 등 서북권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쏟아졌고, 서대문구에는 한때 시간당 60㎜가 넘는 폭우가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강한 비로 하천 수위가 빠르게 오르면서 교통 통제도 이어졌다. 서울시는 중랑천 수위 상승에 따라 동부간선도로 수락지하차도에서 성수JC까지 전 구간을 전면 통제했다. 하천 산책로와 저지대 도로, 일부 교량 하부도로도 통제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시는 빗물펌프장을 가동하고, 하천과 저지대, 빗물받이 등 취약시설 점검을 강화했다.
재난안전 전문가들은 이번 비의 위험성을 ‘양’보다 ‘강도’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기수 한성대 사회안전학과 교수는 “시간당 50㎜가 넘는 비는 도시 배수체계가 짧은 시간에 한계에 부딪힐 수 있는 수준”이라며 “특히 새벽 시간대에는 운전자와 주민이 위험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에 하천변, 지하차도, 저지대 도로는 선제 통제가 원칙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 원당교 홍수주의보.. 파주 캠핑객 구조
경기 북부와 서부 지역도 긴장감이 커졌다. 한강홍수통제소는 18일 오전 경기 고양시 공릉천 원당교 지점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단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하천 수위가 빠르게 상승한 데 따른 조치다.
경기지역 곳곳에서는 나무가 쓰러지고 도로가 막히는 신고도 이어졌다. 파주에서는 집중호우 속에 캠핑 중이던 여성이 구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강한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계곡과 하천 주변 야영장은 순식간에 고립 위험지역으로 바뀔 수 있다.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휴가지, 캠핑장, 야영장 등에 대한 사전 통제와 대피를 강조하는 이유다.
실제 행정안전부는 전날부터 중부권 집중호우에 대비해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선제적으로 가동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회의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과잉 대응이란 없다”며 “연휴 기간 비상대응태세를 유지하고 위험 징후가 포착되면 즉각 대응해 달라”고 지시했다. 윤 장관은 산간 계곡과 캠핑장, 야영장, 반지하주택, 지하차도, 노후 저수지 등 침수·재해 취약지역에 대한 사전 통제와 주민 대피도 철저히 하라고 주문했다.
강원도도 도로 통제·낙석 우려.. 산간 계곡 위험 커져
강원지역도 폭우 영향권에 들었다. 산간도로와 계곡 주변에서는 낙석과 토사 유출 우려가 커졌고, 일부 도로는 통제됐다. 강원은 지형 특성상 산지와 계곡, 하천변 야영장이 많아 집중호우 때 고립·급류 사고 위험이 크다.
전문가들은 산지와 계곡에서는 비가 잠시 약해졌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산사태는 토양이 물을 머금어 포화 상태가 된 뒤 추가 강수가 이어질 때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계곡물도 상류에 내린 비가 뒤늦게 하류로 몰리며 갑자기 불어날 수 있다. 산림·방재 분야에서는 흙탕물이 갑자기 흘러나오거나, 나무가 기울고, 돌이 굴러내리는 소리 등이 산사태 전조 현상으로 꼽힌다.
행정안전부 홍수피해 매뉴얼 등에 따르면, 이미 많은 비가 내린 뒤 이어지는 비는 같은 강수량이라도 훨씬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는 낙석과 산사태가 예측보다 빠르게 발생할 수 있어, 위험지역에 접근하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응이다.
농업 분야도 비상.. 저수지·배수장·산사태 위험 점검
농업 분야도 긴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주말 집중호우에 대비해 농업재해대책상황실을 중심으로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농업 분야 피해 최소화 대책을 점검했다. 회의에는 소관 부서와 산림청, 농촌진흥청, 한국농어촌공사, 농협, 9개 시·도가 참여했다.
농식품부는 저수지 균열과 누수 여부, 배수장 가동 상태, 원예시설 방풍망과 배수로 정비, 축산시설 주변 배수로 정비, 산사태·낙석·붕괴 위험 여부 등을 중점 확인했다. 최근 누적 강수로 지반이 약해진 만큼 산지 주변 농가에는 비상연락망을 구축하고, 대피장소를 사전에 안내하도록 했다.
강동윤 농식품부 농촌소득에너지정책관은 “매년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큰 만큼 재해 취약 분야에 대한 예방 활동과 피해 복구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재해 발생 시 신속한 피해조사와 복구지원으로 농가의 조속한 영농 재개를 돕겠다”고 말했다.
19일까지 수도권·강원 최대 300㎜ 이상
비는 주말 동안 더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18∼19일 수도권과 강원에 100∼200㎜, 많은 곳은 300㎜ 이상의 비가 내릴 수 있다고 예보했다. 충청권은 80∼150㎜, 많은 곳은 250㎜ 이상이 예상된다. 경북 중·북부는 50∼100㎜, 전북과 대구·경북 남부 등도 30∼80㎜ 안팎의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비는 정체전선에 중규모 저기압이 더해지면서 강도가 커진 형태다.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와 북쪽의 건조한 공기가 충돌하고, 저기압이 수증기를 끌어올리면서 좁은 지역에 강한 비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18일 밤부터 19일 새벽 사이 다시 강한 비구름대가 발달할 수 있어, 야간 취약 시간대 대응이 중요하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보다 무조건 먼저 피해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비상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행안부는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지역에 현장상황관리관을 파견하고, 지하차도와 반지하주택, 하천변, 산간 계곡 등 위험지역에 대한 사전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 강원도 등 지방정부도 하천 산책로와 저지대 도로, 둔치 주차장 등 위험지역 통제를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시민들도 선제적으로 예방 및 대응에 나서야 한다. 하천변 산책로와 둔치 주차장, 지하차도, 저지대 도로, 산간 계곡, 야영장에는 아예 접근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차량 운전 중 물이 찬 도로를 만나면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고 판단해 무모하게 통과를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 이미 침수된 지하차도에 진입해서는 안 되며, 진입한 뒤 물이 차오르면 차량을 두고 신속히 탈출해야 한다.
반지하주택과 저지대 거주자는 배수구와 역류 방지시설을 미리 확인하고, 대피 안내가 나오면 즉시 이동해야 한다. 산지 주변에서는 흙탕물이 갑자기 흐르거나 나무가 기울고 돌이 굴러내리는 소리가 들리면 산사태 전조로 보고 곧바로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집중호우 대응의 핵심은 예측보다 빠른 통제와 대피”라며 “통제선이 설치됐다는 것은 이미 위험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의미인 만큼, 시민들이 통제선을 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인명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