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최근 수년간 지구촌은 ‘산불의 시대’라고 불릴 만큼 초대형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 호주, 그리스, 스페인, 칠레, 브라질, 그리고 우리나라까지 산불이 대형화·장기화되는 추세다.
한 번 산불이 나면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이어지고, 수십만 헥타르의 숲이 순식간에 잿더미가 된다. 산불은 이제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 재난으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산불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는다.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산림과 초지가 쉽게 건조해지고, 작은 불씨 하나에도 순식간에 불길이 번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비가 오거나 습도가 높아 산불이 쉽게 꺼졌지만 최근에는 가뭄이 길어지고 고온 현상이 반복되면서 숲 전체가 거대한 ‘연료’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폭염과 강풍이 동시에 발생하면 산불은 사람이 대응하기 어려운 속도로 확산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고온과 극심한 가뭄은 토양과 식물의 수분을 바짝 말려버린다. 최근에는 비가 많이 내려 풀과 나무가 무성하게 자란 뒤, 곧바로 혹독한 가뭄이 닥치는 이른바 ‘수문기후 채찍질(Hydroclimate Whiplash)’ 현상이 잦아졌다. 이로 인해 무성했던 식물들이 순식간에 바짝 마른 불쏘시개로 변하면서 대형 산불의 조건이 형성된다.
산불이 지구촌에 확산되자 ‘화재 기상(Fire Weather)’이라는 용어까지 나왔다. 고온, 건조, 강풍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런 기상조건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봄철 강풍과 건조특보가 자주 발효되면서 산불 위험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산불은 지구온난화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의외로 인간의 부주의로도 크게 발생한다.
대표적 원인은 입산객의 담배꽁초, 논·밭두렁 태우기, 쓰레기 소각, 캠핑 화기 사용, 용접 작업, 전기시설 관리 부실 등이다. 번개에 의한 자연발화도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대부분 인간의 부주의한 활동이 산불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송전선에서 발생한 스파크나 노후 전력시설이 원인이 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도시가 확장되면서 사람들이 산림과 인접한 야생-도시 접경 지역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인간의 부주의나 방화로 인한 실질적인 발화 원인이 크게 늘었다.
산림의 변화 역시 산불 발생의 중요한 원인이다. 오랫동안 숲을 관리하지 않으면 마른 나뭇가지와 낙엽이 쌓인다. 이들은 모두 불이 붙기 쉬운 연료가 된다. 기후변화로 병충해가 증가하면서 죽은 나무가 늘어난 것도 산불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침엽수림은 활엽수보다 송진 성분이 많아 불이 더 빠르게 번진다.
산불은 단순히 숲만 태우지 않는다. 주택과 공장, 도로, 철도, 송전시설이 함께 파괴된다.
주민들은 긴급 대피해야 하고 희생자가 발생하며 관광산업도 큰 타격을 입는다.
특히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인명 및 재산 피해는 물론이고 대기질 악화, 산림 생태계 파괴, 야생동물 폐사, 농작물 피해, 식수원 오염 등 복합적인 피해가 동시에 발생한다. 최근 매년 여름에 발생한 캐나다 산불은 미국의 대기질까지 크게 악화시켰다.
2025년 1월 발생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은 비교적 좁은 면적(약 2만 3,000 헥타르)이 탔음에도 불구하고 도시 배후지를 덮치며 무려 530억 달러(한화 약 7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산 피해를 남겼으며 수십 명의 사상자를 냈다.
산불은 기후변화를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나무는 원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데 산불이 발생하면 저장돼 있던 막대한 양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결국 온실가스가 증가하면서 지구온난화가 심해지고, 이는 다시 더 많은 산불을 유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기후-산불 피드백’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시베리아 등 극지방의 ‘이탄지’(부패하지 않은 식물 유해가 쌓인 토양)가 타오르면서 일반 토양보다 10배가 넘는 탄소를 배출해 지구온난화를 가속하고 있다.
산불이 발생하면 초미세먼지(PM2.5)가 대량 발생한다. 연기를 마신 주민들은 천식, 기관지염, 폐렴, 심혈관질환 악화 등 위험이 커진다. 노약자와 어린이, 임산부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산불은 더 이상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변화가 계속되는 한 초대형 산불은 앞으로도 빈도와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 확실하다. 숲을 잃는 것은 단순히 나무를 잃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와 기후,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함께 잃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산불을 자연재해가 아닌 ‘기후위기 재난’으로 인식하고, 지구촌이 힘을 모아 예방과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