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NOW] MOU는 어디로?.. 美·이란 다시 전쟁 늪으로 빠지나

트럼프 “휴전 끝났다” 선언 뒤 美, 이란 90개 목표 공습
이란, 카타르·바레인·쿠웨이트·요르단 등 美 동맹국 겨냥 보복
호르무즈 해협 다시 흔들리며 한국 등 에너지 수입국에도 직격탄 우려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미국과 이란이 다시 전쟁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휴전은 끝났다”고 선언했고, 미군은 이란 전역의 군사시설을 대규모로 공습했다. 이란도 곧바로 중동 지역의 미국 동맹국들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나섰다. 60일 동안 세부 협의를 거쳐 최종 합의로 가겠다던 계획은 출발도 제대로 하기 전에 흔들리고 있다.

 

10일 미국 NBC와 CNN 등 주요 언론 소식을 종합해보면, 이번 충돌은 단순한 국지적 교전이 아니다. 전쟁을 멈추기 위한 MOU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신호다. 더구나 충돌의 중심에는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있다. 세계 원유의 약 20%가 지나는 이 좁은 바닷길이 다시 불안해지면서,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에너지 수입국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군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상선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 내 약 90개 군사 목표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공습 대상에는 방공망, 해안 감시 시설, 미사일·드론 저장고, 해군 전력, 군수 기반시설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번 공격이 상선 보호와 항행의 자유를 위한 정당한 대응이라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튀르키예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를 마친 뒤 “이란이 어제 선박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이라며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지면 훨씬 더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그들이 합의를 지킬 만한 상대인지 모르겠다”며 “그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란이 여전히 협상을 원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들은 합의를 매우 원한다”면서도 “조금 통제 불능 상태”라고 했다. 협상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이란 지도부에 대한 불신은 숨기지 않은 것이다.

 

이란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 외교부는 미국의 공습을 “중대한 전쟁범죄”라고 규탄하며, 일부 공격이 민간 기반시설을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국영매체는 남부 여러 도시에서 폭발이 발생했고, 마슈하드로 향하는 철도 교량 등 민간 시설도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이란 보건부는 이틀간 이어진 미국의 공격으로 최소 14명이 숨지고 7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긴장을 더 키운 것은 공격 시점이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초기 공습으로 숨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장례 절차를 진행 중이었다. 하메네이의 고향이자 시아파 성지인 마슈하드에서 장례식이 마무리될 예정인 상황에서 미국의 추가 공습이 이뤄지면서, 이란 내부의 반미 감정과 강경파의 목소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다시 불붙은 중동 전선.. 또 길어지나

이란의 보복도 즉각적이었다. 이란은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등 걸프 지역의 미국 동맹국과 군사 인프라를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가했다. 몇 시간 뒤에는 요르단에서도 공습 경보가 울렸다. 요르단 당국은 이란 미사일 8기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중동 곳곳에서 경보가 울리고 방공망이 가동되면서, 미국과 이란의 충돌은 다시 역내 전체를 흔드는 전쟁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모두 상대가 MOU를 먼저 깼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상선을 공격해 휴전을 무너뜨렸다고 본다. 반면 이란은 미국이 합의의 취지를 무시하고 군사적 압박과 해상 통제에 나섰다고 반박한다. 양측이 같은 문서를 두고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는 상황이다.

 

문제는 MOU가 애초부터 모호했다는 점이다. 미국과 이란은 전쟁을 멈추고 60일 동안 최종 합의를 논의하기로 했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권과 통행료, 이란의 원유 수출, 제재 면제, 핵 검증, 역내 무장세력 문제는 모두 후속 협상으로 넘겼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만 흔들려도 전체 합의가 무너질 수 있는 구조였다.

 

결국 가장 먼저 터진 곳이 호르무즈 해협이었다. 이란은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대해 일정한 통제권과 통행료 부과 권한을 주장해왔다. 미국은 이를 국제 항행의 자유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이란이 상선 공격을 통해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려 하자, 미국은 곧바로 대규모 공습으로 맞섰다. MOU가 봉합하지 못한 쟁점이 결국 다시 전쟁의 불씨가 된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 세계경제의 목줄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경제의 급소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이 좁은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LNG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핵심 통로다. 전쟁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이곳을 지났다. 해협이 막히거나 통과 위험이 커지는 것만으로도 국제유가는 즉각 흔들린다.

 

이번 충돌이 위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은 단순히 양국 간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상선 공격, 해상 봉쇄, 미군 항모전단의 이동, 이란 혁명수비대의 고속정과 미사일 위협은 모두 해운 비용과 보험료를 끌어올린다. 선박 운항이 지연되면 원유와 LNG 공급망도 흔들린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와 환율, 기업 생산비, 가계 부담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특히 한국에는 민감한 문제다. 한국은 원유와 가스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에너지 수입국이다. 중동산 원유 비중도 여전히 크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이 불안해지면 국내 정유사와 석유화학 업계는 조달 비용 상승에 직면한다. 항공, 해운, 물류, 제조업 전반의 비용도 늘어난다. 국제유가 상승은 곧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 전기·가스요금, 수입물가에 압력을 준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비축유 활용 가능성, 원유 도입선 다변화, 해상 운송 안전 점검,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재고 관리가 중요해진다. 중장기적으로는 중동 의존도를 줄이고, LNG와 재생에너지, 원전, 에너지 효율 개선 등 에너지 안보 전략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전쟁이 멀리 중동에서 벌어져도, 그 충격은 국내 주유소 가격표와 기업 원가표에 바로 나타날 수 있다.

 

핵협상도, 하메네이 장례식도 멈췄다

미국과 이란의 최종 협상은 사실상 멈춰 섰다. 양측은 MOU에 따라 60일 동안 핵 문제와 제재 완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지만, 이란은 하메네이 장례식 기간 협상을 중단했다. 장례식은 단순한 국가 의전이 아니다. 이란 체제의 상징인 최고지도자의 죽음은 권력 승계와 내부 결속, 대외 강경 노선이 동시에 맞물리는 정치적 사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추가 공습은 이란 내 온건파의 협상 공간을 좁힐 수 있다. 이란 강경파는 “미국은 믿을 수 없다”는 논리를 강화할 것이고, 군부와 혁명수비대는 보복 명분을 더 크게 주장할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은 이란의 상선 공격을 방치하면 호르무즈 해협 전체가 이란의 압박 수단이 된다고 본다. 양측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명분을 쥐게 된 것이다.

 

핵 문제도 더 어려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전쟁이 재개되면 핵 검증 협상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농축우라늄 처리, 핵시설 사찰, 국제원자력기구(IAEA) 접근권, 제재 완화 순서 등은 모두 신뢰가 있어야 논의 가능한 사안이다. 지금처럼 서로가 상대의 합의 위반을 주장하는 상황에서는 기술 협상 자체가 정치적 공격의 대상이 된다.

 

국제위기그룹의 알리 바에즈 이란 프로젝트 국장은 “최종 합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관론은 근거가 있지만, 그렇다고 전쟁도 아니고 합의도 아니고 평화도 아닌 상황이 지속 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은 선택지는 결국 “이란과 어떤 형태로든 이해에 도달하는 것”이라며, MOU를 다시 협상할 방법은 없기 때문에 되돌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지금의 군사적 긴장이 협상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트럼프의 압박외교, 한계 드러내나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과 위협을 동시에 사용하는 방식에 익숙하다. 상대를 강하게 몰아붙인 뒤, 마지막 순간에 거래를 끌어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번 이란 전쟁에서는 이 전략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쟁은 부동산 거래나 관세 협상과 다르다. 한 번 발사된 미사일은 되돌릴 수 없고, 한 번 오른 유가는 곧바로 세계경제를 흔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합의를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이란 지도부를 향해 거친 표현을 썼다. 협상은 계속하겠다고 하면서도, 휴전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런 메시지는 국내 지지층에는 강한 지도자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지만, 협상 상대와 동맹국에는 혼란을 준다. 이란은 미국의 말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보고, 이스라엘과 걸프 동맹국은 미국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게 된다.

 

미국 내부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유가 상승과 휘발유 가격 부담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약점이 된다.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중동전 확전은 유권자들의 경제 불만과 직결될 수 있다. 미국이 대규모 공습으로 군사적 우위를 과시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불안하면 국내 경제 부담은 줄어들지 않는다.

 

MOU는 어디로 갔나.. 다시 유지될까

 

결국 이번 사태는 MOU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MOU는 전쟁을 끝내는 완성된 평화협정이 아니라, 전쟁을 멈추고 더 어려운 협상으로 가기 위한 임시 장치였다. 그런데 그 임시 장치가 호르무즈 해협과 상선 공격, 이란 장례 정국, 미국의 보복 공습, 이란의 역내 공격 앞에서 제대로 버티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모두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 군사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고, 이란도 최종 협상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미사일과 공습이 오가고 있다. 외교의 언어와 전장의 현실이 따로 움직이는 셈이다.

 

한국 등 에너지 수입국에는 이 간극이 가장 큰 위험이다. 협상은 계속된다고 하지만 해협은 불안하고, 휴전은 끝났다고 하지만 전면전은 아니라고 한다. 이런 애매한 상태가 길어질수록 시장은 더 큰 위험 프리미엄을 붙인다. 결국 중동의 불안은 유가와 환율, 물가와 수출입 비용을 통해 한국 경제에 스며들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관련기사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