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집중호우’에도 전국 곳곳 쓰러지고 떨어지고..정부 대처 지속

충북서 배달 오토바이 빗길 사고로 30대 운전자 숨져
대전·세종·충남, 나무 전도·도로 침수·싱크홀 신고 잇따라
산림청, 6개 시도 산사태 위기경보 ‘경계’로 상향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예고된 집중호우였지만 피해를 모두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8일 충청권과 강원권을 중심으로 강한 장맛비가 쏟아지면서 도로가 잠기고, 나무가 쓰러지고, 낙석이 떨어지는 피해가 전국 곳곳에서 잇따랐다.

 

충북에서는 빗길에 미끄러진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졌고, 대전·세종·충남에서는 지하도 침수와 싱크홀, 하천 범람 우려 신고가 이어졌다. 정부는 산사태 위기경보를 상향하고 중앙 차원의 상황 점검을 이어가며 추가 피해 차단에 나섰다.

 

8일 기상청은 오는 9일까지 충청·전라권에 80∼150㎜, 많은 곳은 150∼200㎜ 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과 강원권에도 50∼100㎜, 많은 곳은 150㎜ 안팎의 비가 예상된다. 특히 9일 새벽부터 아침 사이 충청권을 중심으로 시간당 50∼80㎜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어, 야간·새벽 시간대 인명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충북, 호우 신고 16건..빗길 오토바이 사고로 1명 사망

충북에서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까지 호우 피해 신고는 16건 접수됐다. 유형별로는 가로수 전도 6건, 도로 침수 3건, 낙석 및 산사태 2건 등이었다. 이날 오후 1시 47분쯤 충주시 금릉동의 한 도로에서는 30대 A씨가 몰던 배달 오토바이가 빗길에 미끄러지며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A씨는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제천시 백운면 평동리의 한 도로에서는 오후 1시 10분쯤 낙석이 떨어져 소방당국이 안전 조치에 나섰다. 충북도는 진천 농다리 등 관광지와 야영장 9곳, 지하차도 2곳, 하상도로 8곳, 둔치 주차장 22곳을 통제했다. 속리산과 월악산 국립공원 출입도 전면 통제됐다. 비가 그친 뒤에도 산사태와 낙석 위험이 남아 있는 만큼, 산지와 계곡 주변 접근을 제한한 것이다.

 

대전·세종·충남, 130㎜ 넘는 물폭탄..도로 잠기고 싱크홀도

대전·세종·충남 지역에서도 비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충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까지 충남에서 접수된 비 피해 신고는 25건이었다. 태안군 원북면에서는 오전 4시 29분쯤 나무가 도로에 쓰러졌다는 신고가 들어왔고, 당진·아산·홍성 등에서도 나무 전도 신고가 이어졌다. 홍성 구항면 지하도에는 물이 찼고, 공주 탄천면의 한 요양병원 내부로는 빗물이 들어와 소방당국이 배수 작업을 벌였다.

 

공주에서는 침수된 도로를 지나던 승용차의 시동이 꺼지는 상황도 발생했다. 아산 온천동 인도에는 넓이 12㎡, 깊이 2m 규모의 싱크홀이 생겼다. 부여 장암면에서는 상황천 물이 인근 버스정류장으로 넘쳤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부여군은 석성면 현내리 일원 도로가 침수돼 통제 중이라며 우회를 당부하는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강수량도 적지 않았다.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부여 양화에는 133.5㎜, 공주 정안에는 103.5㎜, 대전 장동에는 87.5㎜의 비가 내렸다. 부여 양화에서는 오후 1시 27분 기준 1시간에 68.5㎜의 폭우가 쏟아졌다. 논산천 동성교 지점 수위가 홍수주의보 발령 기준에 가까워지면서 오후 3시 40분을 기해 홍수주의보도 내려졌다.

 

대전에서는 나무가 쓰러졌거나 도로 배수가 원활하지 않다는 신고가 12건 들어왔다. 세종 한별동 BRT 교차로 인근 도로에는 물이 차면서 차량 통행이 한때 통제됐다.

 

강원도, 낙석·간판 흔들림·고속도로 사고 잇따라

강원 남부 내륙에도 시간당 20∼30㎜의 굵은 비가 쏟아지며 시설물 피해와 교통사고가 이어졌다. 강원도소방본부는 이날 오후 4시까지 평창, 춘천, 인제, 홍천, 영월 등에서 “바람에 간판이 흔들린다”, “도로에 나무가 쓰러졌다”, “도로에 낙석이 떨어졌다”는 신고 6건을 접수해 안전 조치했다.

 

교통사고도 잇따랐다. 낮 12시 58분쯤 원주시 신림면 중앙고속도로 제천 방향 치악휴게소 인근에서는 50대 운전자가 몰던 팰리세이드 승용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운전자가 크게 다쳤다. 오전 9시 43분쯤에는 평창군 진부면 영동고속도로 진부2터널에서 엑센트 승용차가 터널 벽을 들이받았고, 뒤따르던 싼타페 승용차가 사고 차량을 피하려다 다시 터널 벽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운전자와 동승자 등 3명이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강원지방기상청은 이날 정오쯤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던 남부 내륙을 중심으로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내렸다고 밝혔다. 교통전문가들은 "짧은 시간에 도로 표면에 물이 고이면 제동거리가 길어지고 수막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고속도로와 산간도로 운전자들의 감속운행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산림청, 6개 시도 산사태 경보 ‘경계’ 격상

산사태 위험도 높아졌다. 산림청은 8일 오후 2시 30분을 기해 대전·세종·강원·충북·충남·전북에 내려진 산사태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했다. 현재 서울·인천·부산·대구·울산·경기·경북·경남·전남광주 등 9개 시도에는 ‘주의’ 단계가, 제주에는 ‘관심’ 단계가 내려져 있다. 산사태 위기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순으로 올라간다.

 

산림청은 산사태예방지원본부 상황실장을 산사태방지과장에서 산림재난통제관으로 격상하고, 위기경보가 ‘경계’로 상향된 6개 시도에 과장급 산사태협력관을 파견했다. 박은식 산림청장은 “산사태협력관은 지방정부의 산사태 예보 적기 발령, 주민대피 지원체계 작동 여부, 산사태취약지역 등 위험 요인 사전 조치 상황을 점검하고 비가 그칠 때까지 현장 대응을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청장은 또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디지털 사면통합 산사태정보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산사태 예측 및 발생 실황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라”고 강조했다.

 

총리·행안장관도 긴급 점검..“사각지대 없어야”

중앙정부도 대응 수위를 끌어올렸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5시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를 찾아 호우 대처 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회의에서는 기상청이 기상 전망을, 행정안전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산림청이 호우 대비 준비 상황을 보고했다. 충북·충남·전북·경북 등 지방정부도 지역별 호우 대책을 보고했다.

 

한 총리는 “산사태 취약 지역 및 지하차도, 반지하 주택 등 저지대 침수 우려 지역에 대한 예찰 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관리 사각지대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어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 주민들에 대한 대피 및 안전 조치 상황을 점검하고, 긴급재난문자 발송과 도로 전광판 송출 등을 활용해 국민들께 기상정보 및 행동 요령을 신속하게 알려 달라”고 강조했다. 특히 9일 새벽 더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방정부에서 주민 대피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대구 팔공산 기도터를 찾아 하천·계곡 불법시설 정비 현황을 점검했다. 윤 장관은 “철거가 완료된 시설이라도 단순 철거가 아닌 하천·계곡 본래의 기능 유지와 탐방객의 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한 후속 조치는 없는지 집중호우가 오기 전에 꼼꼼히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또 “하천·계곡 불법 점용 시설의 자발적 정비에 적극 동참해 모든 국민이 하천·계곡을 안전하고 깨끗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서 이미 피해가 확인된 가운데, 더 큰 고비는 9일 새벽부터 아침까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지방정부가 비상 대응을 이어가고 있지만, 산사태 취약지와 지하차도, 하천변, 계곡, 둔치 주차장처럼 순식간에 위험지역으로 바뀌는 곳에서는 선제 통제와 빠른 대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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