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오늘(8일)부터 9일까지 전국 곳곳에 집중호가 예보되면서 정부 부처들이 일제히 비상 대응 태세에 들어갔다. 정체전선이 한반도 주변에서 남북으로 오르내리며 중부지방과 호남을 중심으로 강한 비구름대를 만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8일 밤부터 9일 오전 사이 충남과 전북을 중심으로 시간당 50㎜ 안팎의 매우 강한 비가 쏟아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소방청과 산림청, 기상청,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부처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기상청은 8일과 9일 중부지방이 정체전선의 영향을 받다가 점차 벗어나겠다고 예보했다.
8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비는 새로 형성된 정체전선이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과 북쪽 찬 공기의 영향 속에서 남북으로 흔들리며 내리는 형태다.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충돌하면서 비구름대가 좁고 강하게 발달할 수 있다. 8일 저녁부터 10일 오전 사이에는 차고 건조한 북서풍과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의 습한 남서풍이 맞부딪치고, 밤사이 하층제트까지 더해지면서 비구름대가 한 지역에 머무는 ‘집중호우’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예상 강수량은 대전·세종·충남·전북 80∼150㎜, 많은 곳은 200㎜ 이상이다. 수도권과 서해5도, 강원 내륙·산지, 충북은 50∼100㎜가 예상되며 경기 남부와 강원 중·남부 내륙, 충북 일부 지역은 150㎜ 이상 내릴 수 있다. 전남 북서부와 경북 중·북부도 30∼80㎜, 많은 곳은 100∼120㎜ 이상 비가 예보됐다. 10일까지 이어질 강수까지 고려하면 실제 누적 강수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소방청, 상황대책반 선제 가동.. 긴급 점검
소방청은 지난 7일 최용철 소방청장 직무대행 주재로 ‘호우 대비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비상대응체계와 상황관리 태세를 점검했다. 소방청은 8일 오후부터 상황대책반을 선제적으로 가동해 전국 출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피해 현황과 대응 상황이 신속히 공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소방청은 장마전선 이동 경로와 기상 상황을 지속적으로 분석하면서, 중부지방 등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지역의 시도 소방본부를 중심으로 상황대책반을 운영할 계획이다. 대형 피해가 발생하면 관할 소방서가 긴급구조통제단을 즉시 가동해 현장 대응에 나서도록 했다. 침수·고립·산사태 우려 지역에 대한 출동 대비태세도 강화하고, 인명피해 발생 시 즉시 보고 체계를 유지키로 했다.
최용철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회의에서 “취약 시간대에 강한 비가 집중될 수 있는 만큼 인명피해 예방을 최우선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로 각 시도 소방본부에 선제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청은 필요할 경우 중앙긴급구조통제단을 가동해 구조 인력과 장비를 신속히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산림청, 산사태 위기경보 ‘주의’로 상향
산림청도 산사태 위기경보를 높였다. 산림청은 7일 서울·대구·인천·대전·세종·경기·강원·충북·충남·전북·경북에 내려진 산사태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많은 비가 예상되면서 산사태 위험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산사태 위기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순으로 올라간다.
전남광주와 부산, 울산, 경남은 이미 ‘주의’ 단계가 유지되고 있고, 제주는 ‘관심’ 단계가 내려진 상태다. 산림청은 많은 비가 예보된 지역 주민들에게 산림 주변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산사태취약지역 등 위험지역에는 접근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집중호우 때 산사태는 비가 그친 뒤에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면에서 흙탕물이 갑자기 흘러나오거나, 나무가 기울고 바위가 굴러내리는 소리가 들리면 즉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사태 위험 지역 주민들은 긴급재난문자와 마을방송에 귀를 기울이고, 위험 징후가 보이면 지체 없이 대피해 달라”고 당부했다.
농식품부, 농업재해대책상황실 중심 24시간 관리
농림축산식품부도 농업 분야 피해 최소화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7일 김종구 차관 주재로 농업재해대책상황실에서 9개 시·도와 재해 대응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집중호우 대비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농식품부는 재난상황실을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 산림청, 농촌진흥청, 농협 등과 공조해 24시간 상황관리를 추진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수리시설과 원예·축산 시설, 방역 취약지, 산사태 우려 지역 등 재해 취약 분야의 사전 점검 결과와 보완 조치 사항을 다시 확인했다. 산지 태양광 시설처럼 인명피해 우려가 있는 지역의 주민 대피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도 점검했다. 피해 우려 지역 농가에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TV 자막, 마을방송 등을 통해 농작물·시설물 관리 요령을 안내할 계획이다.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매년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상당한 만큼 재해 취약 분야에 대한 예방 활동과 피해 복구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재해 발생 시에는 신속한 피해조사와 복구지원으로 농가의 조속한 영농 재개를 돕겠다”고 말했다.
이미 시작된 피해.. 포항 낙석, 전북 나무 쓰러짐
본격적인 비가 시작되기 전부터 일부 지역에서는 크고 작은 피해도 잇따랐다. 7일 오전 11시 30분쯤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리의 한 야산에서 바위가 주택가 골목길로 떨어졌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골목길에 세워져 있던 자전거가 파손됐고, 포항시는 중장비를 동원해 낙석을 제거했다. 이날 포항에는 21.3㎜의 비가 내렸다.
전북에서도 장맛비로 나무가 쓰러지고 도로가 물에 잠기는 신고가 이어졌다. 7일 오전까지 익산 함라에는 78㎜, 군산 62.6㎜, 무주 58.5㎜, 진안 주천 51.5㎜의 비가 내렸다. 이 비로 인명·시설 피해는 없었지만 나무 쓰러짐 5건, 도로 등 침수 3건 등 모두 8건의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전주기상지청 관계자는 “내일과 모레 천둥과 번개, 돌풍을 동반한 강한 비가 내리겠으니 농작물과 시설물 관리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문제는 이번 비가 밤사이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하천변 산책로, 지하차도, 저지대 도로, 산사태 취약지, 계곡과 야영장은 짧은 시간에 위험지역으로 바뀔 수 있다. 행정안전부 등을 중심으로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했지만, 피해를 줄이는 마지막 안전선은 결국 현장의 빠른 대피와 시민들의 선제적 판단인 만큼, 이틀간의 집중 대비가 어느때보다 절실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