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이슈]'기간제 근로자' 사망도 구청장 책임 왜?…강서구 구청장대행 검찰 송치

2022년 공원 관리 작업 중 살수차 펌프 화재로 70대 기간제 노동자 숨져
부산고용노동청, 전 부구청장·강서구청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송치
공공부문 기간제·고령 노동자 안전관리 책임 어디까지 묻나 쟁점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부산 강서구청 소속 70대 기간제 노동자가 공원 관리 작업 중 화상을 입고 숨진 사고와 관련해, 당시 구청장 권한대행을 맡았던 전 부구청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사고 발생 4년 만에 지방자치단체의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권한대행에게까지 물을 수 있는지를 두고 법적 판단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부산고용노동청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부산 강서구 전 부구청장이자 당시 구청장 권한대행이던 A씨와 강서구청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또 현장 업무를 담당했던 강서구청 간부 1명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함께 송치됐다.

 

사고는 2022년 5월 16일 부산 강서구 지사동의 한 공원에서 발생했다. 당시 공원 관리 작업에 투입된 살수차 적재함 위 양수기 펌프에서 불이 났고, 인근에서 작업하던 70대 기간제 노동자가 온몸에 2도 화상을 입었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사고 발생 보름 뒤인 같은 달 30일 끝내 숨졌다.

 

“권한대행도 경영책임자냐”가 핵심 쟁점

이번 사건의 핵심은 당시 구청장 권한대행이던 A씨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강서구청은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이 법은 사업장이나 기관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고 당시 강서구는 구청장 권한대행 체제였다. 노기태 전 강서구청장이 2022년 6·1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부구청장이 권한대행을 맡고 있던 상황이었다. 노동당국은 이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위험요인 점검·개선 의무가 제대로 이행됐는지를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고용노동청 관계자는 “A씨와 구청이 중대재해처벌법이 규정하는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2022년 사고 직후 노동부 관계자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확인된다면 현행법상 지방자치단체장인 강서구청장을 경영책임자로 볼 수 있다”며 사고 원인과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원 관리도 ‘일상 업무’ 아닌 위험 작업

이번 사고는 대형 공사장이나 제조업 공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가 아니라, 지자체 공원 관리 업무 중 발생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살수차, 양수기 펌프, 연료·전기 장치 등이 함께 사용되는 작업은 겉으로는 단순한 환경관리 업무처럼 보일 수 있지만, 화재·폭발·감전·끼임 등 여러 위험요인이 숨어 있다.

 

특히 피해자가 70대 기간제 노동자였다는 점은 공공부문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를 다시 드러낸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고령 기간제 노동자를 공원·도로·환경정비·시설관리 등에 폭넓게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무는 ‘보조적 업무’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 위험성평가나 작업 전 안전교육, 장비 점검이 형식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단순히 사고 현장 담당자만 처벌하는 법이 아니다. 기관이나 사업장의 최고 책임자가 위험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췄는지,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배치했는지, 반복적인 점검과 개선 조치를 했는지를 따진다. 이번 사건에서 노동당국이 강서구청과 권한대행을 함께 송치한 것도 이 같은 구조적 책임을 살핀 결과로 풀이된다.

 

지자체 중대재해 책임, 검찰 판단 주목

이번 송치가 곧바로 처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검찰은 노동당국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A씨와 강서구청이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했는지, 그 의무 위반과 노동자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다만 검찰이 기소에 나설 경우, 지방자치단체 권한대행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 범위를 다투는 중요한 사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간기업 대표이사뿐 아니라 지자체장, 공공기관장, 나아가 권한대행 체제의 책임자에게도 안전관리 의무가 어디까지 적용되는지가 법정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은 그동안 민간 사업장에 안전기준 준수를 요구하는 감독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지자체 역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작업을 지휘하는 ‘사업주’라는 점을 다시 환기한다. 기간제 노동자, 고령 노동자, 현장 관리 노동자도 모두 같은 안전보건 체계 안에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검찰 판단은 공공부문 안전관리 기준을 가르는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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