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한 공장. 작업자 김모(47) 씨는 협동로봇과 함께 부품을 조립하던 중 갑자기 몸을 뒤로 젖혔다. 로봇 팔이 예상보다 빨리 움직이며 그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큰 부상은 없었지만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어 뒤로 넘어질 뻔했다.
왜 그런 일이 발생했을까. 로봇이 오작동한 것은 아니었다. 작업자가 평소보다 조금 더 가까이 접근했고, 로봇은 프로그램대로 움직였을 뿐이다.
과거 산업현장에서 로봇은 철제 안전펜스 안에서 홀로 일했다. 사람은 가까이 갈 수 없었고, 위험도 상대적으로 단순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협동로봇(Cobot)’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새로운 유형의 산업재해가 등장하고 있다.
이제 산업안전의 핵심은 ‘기계를 사람에게서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로봇이 어떻게 안전하게 함께 일할 것인가’로 바뀌고 있다.
◇‘협동로봇은 안전하다’는 오해
협동로봇은 사람과 함께 작업하도록 설계된 산업용 로봇이다. 기존 산업용 로봇보다 속도와 힘을 제한하고, 충돌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멈추는 안전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부딪혀도 다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협동로봇도 무거운 공구를 들고 있거나 날카로운 부품을 운반하는 경우에는 충돌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로봇 끝단에 용접기나 절삭공구, 흡착장치, 그리퍼 등이 장착돼 있다면 작은 접촉도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작업자가 갑자기 작업영역 안으로 들어오거나, 여러 사람이 동시에 작업하는 환경에서는 사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람끼리는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측한다. 하지만 로봇은 다르다. 센서가 감지하는 정보와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일 뿐 작업자의 의도나 순간적인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작업자가 떨어진 공구를 줍기 위해 몸을 숙이거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면 로봇은 이를 위험상황으로 판단하지 못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적용된 로봇이 늘고 있지만, AI 역시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예측하는 것은 아니다.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AI가 똑똑해질수록 오히려 작업자는 로봇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과신이 가장 위험한 사고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실제 사고는 어떻게 발생할까
협동로봇 사고는 대부분 단순 충돌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이 로봇과 부딪치면서 넘어지고, 그 과정에서 주변 설비나 컨베이어, 프레스, 운반장치 등에 2차 충돌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유형은 ‘끼임 사고’다. 작업자가 제품 위치를 수정하려고 손을 넣는 순간 로봇이 다시 움직이면서 손이나 팔이 설비 사이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한다.
자동화 수준이 높아질수록 사람은 기계를 잠깐 멈춰 있는 상태로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언제든 다음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유지보수 작업이 가장 위험하다
로봇과 관련한 중대재해 상당수는 생산 중보다 정비와 점검 과정에서 발생한다. 설비를 수리하기 위해 안전장치를 임시로 해제하거나, 로봇을 수동모드로 전환한 상태에서 작업하다 예기치 않게 작동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생산성을 높이려는 조급함이 사고를 키우는 것이다. 안전 전문가들은 반드시 전원을 차단하고(LOTO, Lock Out·Tag Out), 잔류 에너지를 제거한 뒤 작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안전도 함께 진화해야 한다. 로봇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기 위해 등장한 것이 아니다. 위험한 작업을 대신하고 생산성을 높이며 근로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개발됐다. 그러나 기술은 안전을 자동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사람과 로봇이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시대에는 새로운 위험을 이해하고 새로운 안전수칙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업안전의 미래는 로봇을 얼마나 많이 도입했는지가 아니라, 사람과 로봇이 얼마나 안전하게 공존하느냐에 달려 있다.
□ 로봇 작업장 7대 안전수칙
✔ 작업 전 로봇의 작업반경을 확인한다.
✔ 안전펜스와 인터록을 임의로 해제하지 않는다.
✔ 비상정지 버튼 위치를 항상 숙지한다.
✔ 로봇이 멈췄다고 작업구역에 즉시 들어가지 않는다.
✔ 유지보수 전에는 반드시 LOTO를 실시한다.
✔ AI·센서 오류 가능성을 항상 고려한다.
✔ 사람과 로봇의 작업 동선을 분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