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스마트공장과 자동화 설비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산업용 로봇은 더 이상 자동차 공장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반도체와 전자, 식품, 물류, 조선, 철강, 심지어 중소 제조업체까지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로봇이 사람과 함께 일하는 시대가 열렸다.
“로봇이 대신 일해주니까 이제 산업재해는 줄어들지 않을까.”
로봇은 무거운 물건을 들고, 용접과 절단을 하며, 위험한 화학물질을 다루는 작업까지 수행한다. 그만큼 작업자의 위험을 줄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오히려 “로봇은 안전하지만, 로봇과 함께 일하는 환경은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산업용 로봇과 관련한 사고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과 안전수칙 미준수에서 비롯된다.
산업용 로봇 사고의 가장 큰 특징은 작업자가 로봇의 움직임을 예측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기계를 다루는 작업자는 회전 방향이나 동작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만, 산업용 로봇은 프로그램에 따라 여러 축을 동시에 움직이며, 매우 빠른 속도로 방향을 바꾼다.
정비나 티칭(Teaching), 센서 점검을 위해 작업구역에 들어간 순간 로봇이 갑자기 작동하면 피할 시간이 거의 없다.
특히 자동 생산라인에서는 앞 공정의 작업이 끝나는 순간 로봇이 즉시 다음 동작을 수행하기 때문에 작업자가 위험구역 안에 있으면 충돌이나 협착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에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는 협동로봇(Cobot)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협동로봇은 사람이 부딪히면 힘을 줄이거나 정지하도록 설계돼 기존 산업용 로봇보다 안전성이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이것이 절대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협동로봇도 충분히 위험할 수 있다. 로봇 팔과 작업대 사이에 손이 끼이는 경우, 무거운 공작물을 들고 작업하다가 충돌하는 경우, 끝단 공구(드릴, 절단기, 용접기 등)가 위험한 경우, 안전속도보다 빠르게 설정된 경우, 센서 오작동이나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한 경우 등이다.
실제로 협동로봇 사고 가운데 상당수는 로봇 본체보다 끝에 장착된 공구나 운반 중인 부품 때문에 발생한다.
사람은 로봇을 믿고, 로봇은 사람을 모른다. 산업현장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작업자가 “로봇이 알아서 멈출 것”이라고 믿는 순간이다.
로봇은 사람이 위험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센서가 사람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안전영역이 제대로 설정되지 않았거나, 프로그램이 변경되면 로봇은 입력된 명령만 수행한다. 즉, 로봇은 실수하지 않지만, 사람의 설정 실수는 그대로 실행한다.
그래서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로봇은 사람을 보호하지 않는다. 안전시스템이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사고는 ‘생산 중’보다 ‘정비 중’에 더 많이 발생한다. 산업용 로봇 관련 사고를 분석하면 고장 점검이나 금형 교체, 프로그램 수정, 센서 청소, 제품 걸림 제거, 시운전 등 상황에서 사고가 더 자주 발생한다
이때 작업자는 안전펜스를 열거나 보호장치를 해제한 상태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잠시 편의를 위해 인터록(Interlock)을 무력화하거나 비상정지 장치를 우회하는 행동은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산업용 로봇 주변에는 대부분 안전펜스와 출입문이 설치돼 있다. 작업자들은 이를 불편하게 여기기도 하지만, 안전펜스는 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다.
최근에는 출입문을 열면 자동으로 로봇이 정지하는 인터록 시스템과, 사람의 접근을 감지하는 레이저 스캐너, 라이트커튼, 비전카메라 기반 안전시스템 등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안전장치를 임의로 해제하거나 센서를 가리는 행위는 절대 금물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마트 안전기술도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AI 영상분석은 작업자의 위험 접근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웨어러블 장비는 작업자의 위치를 파악해 로봇의 속도를 자동으로 줄인다. 디지털 트윈 기술은 실제 작업환경을 가상공간에 구현해 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한다.
그러나 첨단 기술이 사고를 완전히 막아주지는 못한다. 결국 안전은 기술이 아니라 이를 사용하는 사람의 의식과 관리체계에서 완성된다는 것이다.
산업용 로봇은 사람을 대신해 위험한 일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로봇이 많아질수록 새로운 위험도 함께 생겨난다. 특히 자동화가 고도화될수록 사고는 기계의 고장보다 사람의 방심과 안전수칙 위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협동’은 로봇과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일한다는 의미일 뿐, 위험이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스마트공장의 진정한 경쟁력은 로봇의 속도가 아니라 사람이 무사히 퇴근할 수 있는 안전한 작업환경에서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