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이슈] 재난안전 민감도 높아지자.. 정부, 생활안전·현장대응에 25조 투입

2027년 재난안전예산 사전협의안 확정… 전년 본예산과 같은 25.6조 규모
산업재해·식품안전·범죄대응·교통약자 보호 등 일상 안전 투자 확대
소방헬기·응급의료·기후위기·AI 기반 재난관리에도 예산 우선 배정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갈수록 재난과 안전에 대한 국민 민감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가 내년도 재난안전예산을 생활안전과 현장 대응 역량 강화에 집중 투입키로 했다. 산업재해 예방과 식품 안전, 범죄 대응, 교통약자 보호처럼 국민 일상과 맞닿은 분야는 물론, 소방헬기 통합관리와 응급의료체계, 기후위기 대응, 인공지능 기반 재난관리에도 우선적으로 예산을 배분한다는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1일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의 ‘2027년 재난안전예산 사전협의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중앙안전관리위원회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는 정부 재난안전 분야 주요 심의기구다.

 

재난안전예산 사전협의는 정부 각 부처가 요구한 재난·안전관리 사업 예산을 대상으로 행안부가 투자 방향과 우선순위를 검토한 뒤, 그 결과를 기획예산처의 정부 예산안 편성 과정에 반영하도록 하는 제도다. 법적 근거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10조의 2에 두고 있다.

 

"안전관리 기본은 예방".. 예방에 16.4조,  전체 예산의 64%

중앙행정기관이 요구한 2027년 재난안전예산 규모는 총 25조6,000억원이다. 이는 2026년 본예산과 같은 수준이다. 최근 재난안전예산은 2022년 21조9,000억 원에서 2023년 23조6,000억 원, 2024년 25조1,000억 원으로 늘었다가 2025년 23조8,000억 원으로 줄었고, 2026년 다시 25조6,000억 원 규모로 편성됐다.

 

 

분야별로는 사회재난 분야가 9조1,000억 원으로 전체의 35.6%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재난구호·복구 등 공통 분야가 7조7,000억 원, 자연재난 분야가 6조1,000억 원, 안전사고 분야가 2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재난관리 단계별로 보면 ‘예방’에 가장 큰 비중이 실렸다. 예방 분야 요구액은 16조4,000억 원으로 전체의 64.1%에 달했다. 복구 분야는 6조3,000억 원, 대비·대응 분야는 2조9,000억 원이었다. 재난이 발생한 뒤 수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위험 요인을 사전에 줄이는 선제적 투자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생활안전부터 챙긴다… 산재·식품·범죄·교통약자 중점 투자

행안부는 기획예산처와 협의한 425개 재난안전사업을 대상으로 효과성, 정부 정책과의 연계성, 재정사업평가 결과 등을 종합 검토해 투자 우선순위를 정했다. 2027년 사전협의 대상은 27개 부처, 425개 사업, 21조6,000억 원 규모다.

 

우선 국민 생활과 직접 맞닿은 안전 분야 투자가 확대된다. 산업현장의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근로자 건강보호 사업, 식중독 예방 및 관리 사업, 전자감독 사업, 교통사고 예방 지원 사업 등이 주요 투자 대상에 포함됐다.

 

이는 최근 재난안전에 대한 국민 체감도가 대형 재난에만 머물지 않고, 직장과 학교, 도로, 식탁, 지역사회 안전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공장과 건설현장의 사고, 고령자·어린이 교통사고, 식품 위해, 강력범죄 대응 등은 모두 국민이 일상에서 직접 체감하는 안전 문제다.

 

특히 산업재해 예방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회적 관심이 크게 높아진 분야다. 식품 안전 역시 기후변화와 유통구조 복잡화로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범죄 예방과 전자감독, 교통약자 보호는 지역사회 안전망과 직결된다.

 

현장 대응도 강화… 소방헬기·응급의료·실전훈련 확대

재난이 발생했을 때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현장 대응 예산도 집중 투자된다. 정부는 중증·응급 심뇌혈관질환 대응체계 지원, 전국 소방헬기 통합관리 운영 지원, 소방 현장대응 역량 강화 사업 등을 중점 추진할 예정이다.

 

응급의료체계 고도화는 재난 현장뿐 아니라 일상 응급상황에서도 중요한 과제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중증 응급질환은 초기 대응과 이송 체계가 생존율을 좌우한다. 지역 간 의료 격차가 큰 상황에서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은 재난안전예산의 핵심 투자 분야로 꼽힌다.

 

소방헬기 통합관리 역시 산불, 산악사고, 도서지역 응급이송, 대형 재난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다. 정부는 장비와 인력 중심의 단순 보강을 넘어, 실제 재난 상황을 가정한 실전형 훈련을 확대해 현장의 대응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기후위기·AI 재난관리도 핵심 축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도 확대된다. 집중호우와 홍수에 대비해 국가하천 정비사업과 농촌용수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산불 대응을 위해 산림헬기 도입·운영 사업도 강화된다.

 

최근 기후위기로 인해 재난 양상은 더 복합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국지성 집중호우, 장기 가뭄, 대형 산불, 폭염, 대기오염 등은 더 이상 특정 계절이나 지역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하천 정비와 농촌용수 확보, 산불 진화 장비 확충 등 기후재난 대응 기반을 넓히기로 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과학적 재난관리 기반도 마련된다. 기상청의 지상·고층 기상관측망 확충 및 운영, 기후부의 대기오염 측정망 구축·운영 등이 포함됐다. 관측자료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재난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피해 확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재난관리 체계를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재난안전예산 사전협의 결과는 앞으로 기획예산처의 정부 예산안 편성 과정에 반영된다. 다만 실제 예산 규모와 사업별 반영액은 국가재정 상황과 국회 심의 과정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예방 중심의 선제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국민 생활안전과 현장 대응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내년도 재난안전예산 사전협의안을 마련했다”며 “정부의 재난안전예산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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