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로봇이 바꾸는 산업안전] ③AI 안전감시 시스템은 만능인가

정확도는 점차 높아지지만 완벽한 시스템은 없어
AI를 지나치게 신뢰하면 오히려 위험할 수도
인간의 책임감과 AI의 기술이 서로를 보완해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이건 가상의 장면이다.

 

경기 성남시의 한 대형 아파트 건설현장. 오전 8시, 조회가 끝나자 작업자들이 각자의 공정으로 흩어진다. 타워크레인은 천천히 철근 다발을 들어 올리고, 지상에서는 콘크리트 타설 준비가 한창이다.

 

하지만 이 현장에서 가장 바쁜 존재는 사람이 아니다.  철골 구조물 위, 타워크레인 기둥, 출입구, 승강기 주변 등 현장 곳곳에 설치된 100여 대의 CCTV가 작업자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그 영상은 AI가 분석한다.

 

잠시 뒤 관제실 모니터에 노란색 경고창이 떴다.

 

“안전벨트 미착용 의심”

 

관제요원이 화면을 확대한다. 작업자가 허리에 벨트를 둘렀지만 생명줄을 연결하지 않은 상태였다. 무전기가 울렸고,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현장 안전관리자가 달려와 작업을 중단시켰다.

 

“예전 같으면 지나쳤을 수도 있었던 상황입니다.”

 

현장소장은 “AI가 위험을 먼저 발견하는 사례가 매일 수십 건씩 나온다”고 말했다.

 

 

불과 몇 년 사이, 작업현장은 이렇게 변화했다. 그동안 안전관리는 사람의 눈에 의존했다. 안전관리자가 종일 현장을 순찰하며 보호구 착용 여부를 확인했고, 위험 행동을 발견하면 작업을 중지시켰다.

 

그러나 수백 명이 동시에 일하는 대형 현장에서 모든 위험을 사람이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AI가 바로 이 빈틈을 메우고 있다. 최근 건설현장에서는 AI 영상분석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AI는 안전모 미착용, 안전벨트 미체결, 위험구역 접근, 작업자 쓰러짐, 화재 연기 발생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심지어 작업자가 크레인 회전반경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감지한다.

 

공장 천장에 설치된 AI 카메라는 지게차와 작업자의 이동 동선을 동시에 분석한다. 작업자가 갑자기 지게차 진행 방향으로 걸어 들어가면 화면이 붉게 변한다. 경고음과 함께 지게차 속도가 자동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AI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안산의 스마트물류 공장에서 만난 안전관리자는 이런 경험을 들려줬다.

 

“겨울에는 목도리를 안전벨트로 착각한 적도 있고, 비 오는 날에는 빗줄기를 연기로 인식해서 화재경보가 울린 적도 있지요.”

 

실제로 AI는 조명 변화와 먼지, 비, 안개, 역광 등의 환경에 따라 오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작업자가 허리를 숙여 자재를 옮기는데 쓰러진 것으로 판단하거나, 안전모를 썼는데도 미착용으로 인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AI 전문가들은 “학습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정확도는 높아지지만 100% 완벽한 시스템은 아직 없다”고 말한다.

 

더 큰 문제는 AI를 지나치게 신뢰하는 ‘자동화 편향(Automation Bias)’이다.  “AI가 이상 없다고 했으니 괜찮겠지.” 이런 생각이 오히려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AI는 안전관리자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하는 도구”라고 강조한다. 최종 판단과 책임은 여전히 사람에게 있다. AI는 잠들지 않는다. 쉬지도 않는다. 하지만 AI는 경험도, 직감도 없다.

 

산업현장의 안전은 결국 사람의 책임감과 AI의 기술이 서로를 보완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AI가 안전을 책임지는 시대가 아니라 AI와 사람이 함께 안전을 지키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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