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오락가락’ 트럼프, MOU 서명에도 호르무즈·레바논서 다시 파열음

전쟁 끝낸다더니 다시 군사위협.. 美·이란 협상 출발부터 흔들
이스라엘 레바논 공습에 이란 반발.. 호르무즈 해협도 또 불안
핵검증·제재완화·동맹 조율 빠진 MOU, 60일 협상 앞두고 불신만 커져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양해각서, MOU에 서명했지만 중동 정세는 다시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60일 동안 세부 협상을 벌여 최종 합의로 가닥을 잡겠다는 게 당초 구상이었지만, 출발부터 레바논 전선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파열음이 다시 터져 나왔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적 위협과 협상 가능성을 오가는 발언을 반복하면서, 워싱턴의 대이란 전략이 어디로 향하는지조차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커지면서 전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29일 NBC와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둘러싸고 위협과 협상을 오가는 발언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반복하면서 혼란을 키우고 있다. NBC뉴스는 이를 "혼란의 씨앗을 키우는 진앙지"로 표현할 정도다.

외교 전문가들과 대통령사 연구자들은 이런 메시지 변화가 미국 대통령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이번 전쟁을 “내 생애 가장 혼란스러운 전쟁”이라고 평가했다. 전쟁 중 대통령의 말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동맹국에는 행동 기준이 되고, 적대국에는 협상 신호이자 군사적 경고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그 말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면 전선도, 협상장도 동시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쪽에서는 “이란과의 합의는 끝났다”고 말했다가, 다른 한쪽에서는 이란이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경우 다시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취지의 강경 발언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더 나아가 "이란이 존재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좋게 말하면, 종전을 말하면서도 공격적인 확전을 열어두는 방식이다. 하지만, 협상 상대인 이란은 이를 압박으로 받아들이지만, 동시에 미국이 합의를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게 한다. 이스라엘은 트럼프의 강경 발언을 자국 군사작전의 여지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트럼프식 ‘압박 외교’가 이번에는 협상의 지렛대가 아니라 불확실성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서명은 했지만, 합의는 왜 흔들리나

미국과 이란은 최근 14개 항목의 MOU를 통해 전쟁을 멈추고, 60일 동안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에 들어가기로 했다. MOU에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재개, 미국의 이란 항만 해상 봉쇄 해제, 이란 핵 프로그램 논의, 일부 제재 완화 문제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표면적으로는 전쟁을 외교의 영역으로 되돌리는 문서였다.

 

하지만 서명 직후부터 혼선이 이어졌다. 백악관은 처음에는 밴스 부통령이 이미 MOU에 서명했다고 설명했다가, 이후 별도의 공식 서명식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완전히 승인했다”고 말했다가, 얼마 뒤에는 서명 이후에야 해협이 열릴 것이라고 다시 설명했다. MOU 원문 공개 시점도 행정부 안에서 말이 달랐다.

 

외교문서에서 이런 혼선은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즉각 이행”인지, “추가 서명 이후 이행”인지에 따라 선박 운항, 보험료, 원유 가격, 군사작전의 기준이 달라진다. 합의문이 전쟁을 멈추는 장치가 되려면 당사자들이 같은 문장을 같은 뜻으로 읽어야 한다. 그런데 미국 안에서조차 설명이 갈리면서, 이란은 미국의 이행 의지를 의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란도 이 틈에서 자기 카드를 꺼낼 리 없다. 이란 외교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이는 스위스 협상에 대해 “최종 합의를 시작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상대방의 의무 이행을 요구하기 위한 임무”라는 취지로 밝혔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먼저 레바논 전선과 해상 봉쇄 문제에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미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과 핵 문제에서 실질적 조치를 보여야 한다고 압박한다.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양측이 출발선부터 다르게 보고 있는 셈이다.

 

레바논 전선, MOU의 약한 고리 찔렀다

이번 MOU가 흔들리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다. 미국과 이란의 합의는 단순히 양국 간 충돌을 멈추는 데 그치지 않고, 레바논을 포함한 여러 전선에서 군사행동을 낮추는 방향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란은 레바논 내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 공격 중단도 합의의 일부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MOU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다. 이스라엘군은 합의 이후에도 레바논 남부 지역을 공격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먼저 휴전을 어겼고, 이스라엘군을 향해 발사체를 쐈기 때문에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에피 데프린 준장은 “이스라엘군은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빠른 합의를 바라는 서방국에겐 '이란보다 더 나쁜 존재'로 여겨질 수도 있다.  

 

헤즈볼라는 정반대로 반박했다. 자신들은 휴전을 지켜왔고, 이스라엘이 미국·이란 합의를 무너뜨리기 위해 명분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도 이스라엘의 공습을 합의 위반으로 규정했다. 미국과 이란이 서명한 문서가 이스라엘을 얼마나 구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곧바로 제기된 것이다.

 

밴스 부통령은 스위스로 향하기 전 기자들에게 “레바논 상황은 보도보다 진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핵 문제와 레바논 휴전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기를 바란다”며 “그 두 가지가 우리가 집중할 큰 문제”라고 했다. 이 발언은 이번 협상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은 이제 핵 문제만이 아니라 이스라엘·헤즈볼라 충돌까지 함께 풀어야 하는 복합 협상으로 커졌다.

 

호르무즈 해협, 또 다시 세계경제의 급소로

호르무즈 해협도 다시 불안해졌다. 이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 전세계 원유의 20%가 이 지역을 통해서 나간다. 전쟁이 길어지는 동안 이란은 해협 통제권을 카드로 삼았고, 미국은 이란 항만을 겨냥한 해상 봉쇄로 맞섰다. MOU의 핵심 중 하나가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재개였던 이유다.

 

그러나 레바논 전선에서 충돌이 이어지자 이란은 다시 해협 폐쇄 가능성을 꺼냈다.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은 선박들에게 해협 접근을 경고했는데, 다행히 대한민국 국적 원유수송선은 대부분 해협을 빠져나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란 군 지휘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의 위반에 대한 '첫 번째 조치'라고 주장했다. 전쟁을 멈추는 문서가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 원유 시장의 목줄이 다시 조여진 셈이다.

 

미국은 이란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업 선박 운항이 계속되고 있으며, 미군은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현장에 남아 있다고 밝혔다. 미국 측 한 관리는 “우리는 상업 선박이 공격받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협이 실제로 완전히 닫혔는지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불확실성이다. 해운사와 보험사, 원유 시장은 위험 가능성만으로도 움직인다. 이란이 해협 폐쇄를 언급하고, 미국이 군사 대응을 경고하는 순간 보험료와 운송비는 오른다. 유가도 다시 민감하게 반응한다. 종전 MOU가 세계 경제를 안심시키기는커녕, 해협을 둘러싼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불안 심리를 완전히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핵과 제재, 정작 어려운 문제는 뒤로 밀렸다

MOU의 또 다른 한계는 정작 가장 어려운 문제들이 뒤로 밀렸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MOU는 이 원칙을 다시 확인했을 뿐, 이란 핵 프로그램을 어떻게 검증하고 제한할지에 대한 최종 해법은 담지 못했다.

 

이란이 보유한 농축우라늄을 어떻게 처리할지, 농축 시설을 어느 수준까지 제한할지,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찰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유엔 안보리 결의와 IAEA 결의를 어떻게 정리할지 모두 후속 협상으로 넘어갔다. 핵심은 검증이다. 이란이 말로 핵무기 비보유를 약속하더라도, 국제사회가 현장에서 이를 확인할 수 없다면 합의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제재 완화도 마찬가지다. 이란은 원유 수출과 금융 거래를 다시 열어야 한다. 미국은 이란이 핵과 군사 문제에서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본다. MOU에는 일부 제재 면제와 원유 수출 관련 조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미국 재무부가 어느 수준의 면제를 발급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이란은 “먼저 약속을 지키라”고 하고, 미국은 “먼저 행동을 보이라”고 한다. 전형적인 신뢰 부족의 협상이다.

 

미국 내부에서도 우려가 작지 않다. 빌 캐시디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번 MOU를 두고 “수십 년 만의 최악의 외교 실수”라고 비판했다. 존 케네디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란이 핵 야망을 포기할 것으로 확신하느냐는 질문에 “누구도 이란이 무엇을 할지 확신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반면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란과의 협상에는 회의적이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고 적대행위가 멈춘다면 미국에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의 말, 협상 카드인가 혼선의 진앙지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방식은 원래 예측 불가능성을 협상 카드로 삼는 데 가깝다. 상대가 미국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지 못하게 만들어 양보를 끌어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전쟁과 종전 협상에서는 이런 방식이 양날의 칼이 된다. 협상장에서는 압박이 될 수 있지만, 전장에서는 오판을 부를 수 있다. 미국 언론들조차도 트럼프의 발언을 '오락가락 혼선'으로 표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을 실제 군사행동의 예고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강경 기류를 자국 작전의 묵시적 승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이 협상을 강조하면, 이란은 제재 완화를 더 요구하고, 이스라엘은 미국이 이란에 너무 많은 양보를 한다고 불만을 가질 수 있다. 메시지가 정교하지 않으면 모두가 자기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해석한다.

 

대통령의 말은 특히 전쟁 중에는 정책 그 자체가 된다. “합의는 끝났다”는 말과 “다시 공격할 수 있다”는 말이 동시에 나오면, 동맹국과 적대국은 미국의 진짜 의도를 따져 묻게 된다. NBC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혼선을 비중 있게 다룬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단순한 말의 스타일이 아니라, 그 말이 실제 외교 신뢰와 군사적 안정성을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국내 정치적 부담은 크다. 전쟁이 길어지면 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오른다. 미국 유권자들은 중동 전략보다 주유소 가격표에 더 빨리 반응한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전쟁 피로감과 물가 부담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종전 MOU는 외교적 성과이자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합의 직후 혼선이 커지면서, 오히려 “끝냈다던 전쟁이 왜 다시 커지느냐”는 질문을 받게 됐다.

 

불완전한 종전, 다시 늪으로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은 MOU가 평화협정이 아니라 임시 안전판에 가깝다는 데 있다. 미국과 이란은 전쟁을 멈추는 데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미국은 유가와 전쟁 피로감을 줄여야 하고, 이란은 제재 완화와 원유 수출의 숨통을 틔워야 한다. 그러나 전쟁을 부른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전선을 자국 안보 문제로 보고 있고, 이란은 헤즈볼라와 레바논 문제를 합의 이행의 시험대로 본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를 지켜야 하고, 이란은 해협을 협상 카드로 쥐고 있다. 핵 문제는 검증 단계에 들어가지도 못했고, 제재 완화는 누가 먼저 움직일지를 놓고 막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발언은 불안정한 합의를 더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한 말로 상대를 압박하는 것은 트럼프식 협상술일 수 있다. 그러나 종전 협상에서는 압박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동맹을 묶고, 적대국에 일관된 신호를 보내고, 시장과 군사 현장에 예측 가능성을 줘야 한다.

 

MOU 서명은 전쟁의 마침표가 아니라, 현 상황을 보면, 오히려 더 어려운 협상의 시작이자 늪일 수도 있다. 총성은 낮아지는 듯했지만, 레바논에서는 다시 폭발음이 들리고,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선박들이 긴장 속에 움직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 정가에서는 대통령의 말이 또다시 바뀔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미국과 이란 전쟁은 끝나는 듯했지만, 다시 늪으로 들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문제는 핵과 제재,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 대통령의 불확실한 메시지가 함께 놓여 있어 앞으로 방향성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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