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베네수엘라 북부를 강타한 ‘쌍둥이 지진’ 이후 생존자를 찾기 위한 72시간 골든타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지진 발생 사흘째를 맞은 현지 구조대와 주민들은 무너진 건물 잔해를 파헤치며 필사의 수색을 이어가고 있지만, 사망자는 이미 1,400명대로 늘었다. 실종자도 5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돼, 구조작업이 진행될수록 인명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어서 구조대의 발길은 더욱 바빠지고 있다.
28일 NBC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종합해보면, 쌍둥이 가진 3일째인 27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 지진 사망자가 1,400명을 넘어섰고, 실종자는 5만5,0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ABC뉴스도 베네수엘라 당국을 인용해 사망자가 최소 1,400명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앞서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밝힌 사망자 920명에서 하루 만에 크게 증가한 수치다. 부상자 역시 수천 명에 달해 병원과 응급의료 체계는 한계에 몰리고 있다.
이번 지진은 현지시간 24일 베네수엘라 북부에서 규모 7.2와 7.5 강진이 잇따라 발생한 연쇄 강진이다. 첫 번째 지진의 흔들림이 가시기도 전에 두 번째 강진이 덮치면서 피해가 컸다. 수도 카라카스와 북부 해안 라과이라, 카라바예다 일대에서는 아파트와 상가 건물이 붕괴하고 도로가 갈라졌으며, 곳곳에서 전력과 통신 장애가 이어졌다. 2015년 영화 '샌 안드레스' 같은 대형 지진 재난 영화보도 더 영화 같은 장면이 현실에서 벌어진 것이다.
“시간이 없다”.. 72시간 넘기기 전 잔해 파헤치는 구조대
재난 구조 현장에서 지진 발생 후 첫 72시간은 생존자 구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골든타임’으로 불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잔해 아래 갇힌 사람들은 탈수와 저체온, 부상 악화, 산소 부족에 노출된다. 베네수엘라 구조대가 사흘째 밤낮없이 수색을 이어가는 이유다.
라과이라와 카라카스 외곽의 붕괴 현장에서는 구조대가 생존자 신호를 찾기 위해 작업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잔해 안쪽에서 들리는 작은 두드림이나 목소리, 휴대전화 신호가 생사를 가르는 단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무너진 건물은 여진 때마다 다시 흔들리고 있어, 구조대는 콘크리트 더미를 함부로 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장비 부족도 심각하다. 일부 현장에서는 중장비가 도착하지 못해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손과 삽으로 잔해를 치우고 있다. 로이터는 생존자를 찾기 위해 주민과 구조대가 제한된 장비 속에서 무너진 건물을 수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때 구조가 가능한 위치로 추정됐던 곳에서도 추가 붕괴 위험 때문에 작업이 중단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 구조대 속속 도착.. 그래도 현장은 ‘인력·장비 부족’
국제사회도 구조 지원에 나섰다. 로이터는 베네수엘라에 1,600명 이상의 외국 구조 인력이 도착했거나 투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등에서 온 구조팀이 수색견과 탐지 장비, 의료 물자를 지원하고 있다. 스페인, 스위스, 독일, 칠레, 멕시코 등도 구조대와 구호 물자 파견에 나섰다.
하지만 피해 지역 접근은 여전히 어렵다. 도로 곳곳이 끊기거나 잔해로 막혔고, 카라카스 국제공항과 일부 교통시설도 피해를 입었다. 구호품이 도착해도 가장 필요한 지역까지 곧장 전달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전력망도 불안정해 일부 지역은 밤이 되면 구조작업이 급격히 느려지고, 통신 장애로 실종자 위치 파악도 쉽지 않다.
병원도 이미 포화 상태다. 라과이라주의 일부 의료기관은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의약품과 수술 장비가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를 실은 차량이 병원 앞에 줄을 서고, 의료진은 응급환자부터 우선 치료하며 버티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오랜 경제난으로 의료 인력과 장비 부족을 겪어온 점도 이번 재난 대응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주민들은 공터에서 밤샘.. 여진 공포에 집으로 못 돌아가
외신들은 피해 지역 주민들은 무너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공터와 거리, 주차장 등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는 텐트를 치고 임시 생활을 시작했지만, 식수와 위생시설, 전기 공급이 부족해 2차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진이 계속되면서 균열이 생긴 건물로 돌아가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주민도 많다.
카라바예다와 라과이라 일대에서는 가족을 찾는 사람들이 병원 명단과 임시 대피소를 오가고 있다. 휴대전화가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종 신고에는 중복이나 연락 두절 사례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5만 명이 넘는 실종자 추산은 이번 재난의 규모가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카라카스 주민 약 200만 명을 포함해 최대 676만 명이 이번 지진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단순히 건물 붕괴와 인명피해를 넘어, 주거·의료·교통·통신·식수 등 생활 기반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다.
“잔해 아래 사람이 있다”.. 사망자보다 절박한 생존자 수색
베네수엘라 당국은 피해 지역 치안 유지와 구조 지원을 위해 군과 경찰을 투입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권한대행은 라과이라 지역에 군 병력이 배치됐고, 추가 인도주의 지원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 주민들은 구조 속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호소하고 있다. 사흘째로 접어든 지금, 잔해 아래 남은 사람들에게는 몇 시간이 생사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진은 단순히 강한 지진이 한 차례 발생한 재난이 아니었다. 규모 7급 강진 두 차례가 짧은 시간 안에 이어지면서 첫 번째 흔들림을 버틴 건물도 두 번째 충격에 무너졌다. 이후 반복되는 여진과 기반시설 붕괴, 의료·구조 체계의 한계가 피해를 눈동이처럼 키울 전망이다.
외신들은 지난 2010년 베네수엘라 바로 윗나라인 아이티에서 발생한 강진 상황과 같은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예측하고 앞으로 인명 및 경제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지난 2010년 1월 아이티에서 발생한 7.0 규모의 강진으로 당시 10만명이 사망하고, 85억 달러(약 12조원) 재산 피해가 발생했으며, 특히 강진이 대부분이 빈민 구역을 강타하면서 '재난 불평등'에 대한 문제 의식이 고조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