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강타한 강진... ‘쌍둥이 지진(Doublet Earthquake)’이 뭐길래

규모 7급 강진 39초 간격 연속 발생.. 첫 진동 끝나기 전 두 번째 강진
여진과 달리 두 지진 모두 ‘본진급’.. 약해진 건물에 두 번째 충격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도 유사 사례.. 복잡한 단층대가 피해 키워
쌍둥이 지진, 지진 끝나다고 이동하면 더 위험 상황 커져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한 번의 강진이 끝이 아니었다. 베네수엘라 북부 해안 일대를 강타한 이번 지진은 규모 7급 강진이 불과 수십 초 간격으로 잇따라 발생한 이른바 ‘쌍둥이 강진’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을 두 개의 강한 지진이 시간과 공간상으로 매우 가깝게 일어나는 ‘더블릿 지진(doublet earthquake)’으로 설명했는데, 한 번의 지진 이후 뒷따른 여진(aftershock)과는 그 충격이 매우 다르다. 첫 번째 지진으로 이미 약해진 건물과 기반시설에 두 번째 강진이 곧바로 덮치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쌍둥이 지진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26일 NBC, CNN, 현지언론 등 외신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24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 북부에서 규모 7.2 안팎의 강진이 먼저 발생했고, 약 39초 뒤 규모 7.5 강진이 거의 같은 지역을 다시 흔들었다. 지진은 수도 카라카스 서쪽 산펠리페·유마레 인근 단층대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지진으로 현재까지 최소 188명이 숨지고 1,500명 이상이 다쳤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과거의 사례 등을 비춰 피해가 집중된 라과이라주와 카라카스 일대에서는 건물 붕괴와 정전, 통신 장애가 이어졌고, 구조작업이 진행되면서 시간이 갈수록 인명피해가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쌍둥이 지진.. ‘본진 뒤 여진’이 아니라, 본진급 지진 두 번

쌍둥이 강진은 일반적인 ‘본진-여진’ 구조와 다르다. 여진은 큰 지진이 난 뒤 주변 지각이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어지는 흔들림을 말한다. 대체로 본진보다 규모가 작다. 반면 더블릿 지진, 즉, 쌍둥이 지진은 두 지진의 규모가 서로 비슷하거나 모두 큰 편이다. 둘 다 독립적인 본진급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위험하다.

 

이번 베네수엘라 지진의 경우 두 번째 지진은 첫 번째 지진의 지진파가 완전히 지나가기도 전에 시작됐다. 해럴드 토빈 미국 워싱턴대 교수이자 태평양북서부지진네트워크(PNSN) 소장은 “첫 번째 지진의 지진파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두 번째 지진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첫 지진이 건물과 구조물을 약화시킨 뒤, 두 번째 지진에서 붕괴가 일어났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말하자면 첫 번째 지진이 ‘버틸 힘’을 깎아냈고, 두 번째 지진이 마지막 한계를 무너뜨린 셈이다. 이 때문에 쌍둥이 강진은 같은 규모의 지진이 단독으로 발생했을 때보다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내진 성능이 낮은 건물, 노후 주거지, 산사태 위험 지역에서는 연속 충격이 치명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권투로 치면 그로기 상태에 있는 선수가 쉴 틈도 없이 또 다른 선수에게 두들겨 맞는 형국인 셈이다. 

 

복잡한 단층대가 만든 연쇄 파열 초래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북부는 남아메리카판과 카리브판이 만나는 경계에 놓여 있다. 두 판은 서로 옆으로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동시에 압축을 받는다. 이 지역에서 카리브판이 남아메리카판에 대해 동쪽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두 판이 맞물린 경계부가 복잡한 단층과 균열대로 이뤄져 있다.

 

마리아 베아트리스 마그나니 미국 서던메서디스트대 지진학 교수는 "초기 자료상 두 지진이 모두 주향이동 단층, 즉 지각이 수평으로 어긋나는 형태의 지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어느 단층이 먼저 파열됐고, 첫 지진이 어떤 방식으로 두 번째 지진을 촉발했는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한데, 결국 복잡하게 얽힌 단층대에서는 하나의 파열이 인접 단층에 응력을 넘겨주고, 그 결과 또 다른 큰 파열이 짧은 시간 안에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을 두고 “두 개의 지진인가, 하나의 큰 지진이 여러 단계로 에너지를 분출한 것인가”라는 논의도 이어가고 있다. 다만 현장의 피해 양상만 놓고 보면, 주민들은 사실상 두 차례의 강한 흔들림을 연속으로 겪으면서 폭탄 맞은 상황 같은 처참한 광경에 놓이게 됐다. 

 

과거에도 있었다..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도 ‘더블릿’ 사례

쌍둥이 강진은 흔하지는 않지만, 지진학적으로 낯선 현상은 아니다. 그 예로 지난 2023년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당시 규모 7.8 지진 뒤 규모 7.5 지진이 이어지면서 광범위한 지역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북미에서도 지난 2017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와 미국 알래스카 접경 지역에서 규모 6.2 지진 두 차례가 약 두 시간 간격으로 발생한 사례가 있다. 지난 1993년 미국 오리건주 클래머스폴스에서도 규모 5.9 지진 뒤 규모 6.0 지진이 이어졌다. 작년에 역시 베네수엘라 남서부 지역에서 규모 6.2와 6.3 지진이 연속으로 발생해 사상자가 나온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더블릿 지진의 위험이 ‘두 번째 충격’에 있다고 보고 있다. 첫 지진 직후에는 건물에 균열이 생기고, 전기·가스·통신망이 불안정해지며, 산사태나 지반 액상화 위험도 커진다. 이때 비슷한 규모의 강진이 곧바로 이어지면 대피와 구조가 동시에 어려워진다. 이번 베네수엘라 지진처럼 강진 사이 간격이 39초에 불과하면, 주민들이 첫 흔들림 뒤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시간조차 사실상 없어지면서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은 것이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이번 지진은 지진 직후 행동요령의 중요성도 다시 보여주고 있다. 큰 흔들림이 멈췄다고 곧바로 건물 안으로 되돌아가거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구조물에 균열이 보이거나 벽체가 흔들린 경우에는 추가 붕괴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여진뿐 아니라 이번처럼 두 번째 본진급 지진이 이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진학계는 앞으로 위성 자료, 지진파 분석, 현장 단층 조사 등을 통해 이번 지진의 정확한 파열 과정을 분석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그 분석 결과에 실제 사람들의 안전행동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쌍둥이 강진은 단순히 “강한 지진이 두 번 났다”는 의미를 넘어, 재난 대응의 시간을 빼앗고 구조물의 한계를 연속으로 시험하는 위험한 지진 유형이라는 점에 그 위험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토빈 교수는 “첫 번째 지진이 일부 건물과 구조물을 약화시켰을 것이고, 두 번째 지진 때 붕괴가 일어났을 수 있다”며 그 충격의 크기가 매우 컸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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