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만물의 귀소본능과 ESG 안전경영의 길

로봇도, 드론도 ‘안전지대’로 돌아가
ESG의 출발점, 사람의 생명과 안전

한국재난안전뉴스 | 김성제 서울디지털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객원교수

 

인간은 오래전부터 자연 속 생명체들이 보여주는 귀소본능에 경이로움을 느껴왔다. 연어는 수천 킬로미터를 거슬러 자신이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오고, 장어는 먼 바다의 산란지를 찾아간다. 단순한 이동이라기보다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돌아가야 할 자리로 향하는 본능에 가깝다.

 

흥미롭게도 인간이 만든 첨단기술도 어느새 이 원리를 닮아가고 있다. 가정에서 쓰는 로봇청소기는 배터리가 부족해지면 스스로 충전 스테이션을 찾아간다. 재난 현장에서 활용되는 드론도 일정한 조건이 되면 저장된 홈 포인트로 복귀한다. 로봇청소기는 센서와 지도화 기술을 활용하고, 드론은 지형위치시스템(GPS) 기반의 RTH(Return To Home) 기능을 사용한다. 방식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되기 전에 안전한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오늘날 기업 경영이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시사점을 생각하게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빠르게 성장하고, 아무리 높은 성과를 내더라도 안전이라는 원점에서 멀어지는 순간 지속 가능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ESG 경영이 단순히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이 다시 돌아가야 할 자리는 결국 사람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다.

 

최근 산업현장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한 위험에 놓여 있다. 사고 하나가 한 사업장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기후위기, 환경오염, 공급망 차질, 에너지 문제, 사이버 공격, 중대재해가 서로 얽히며 기업 전체의 생존 문제로 번지고 있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들이 탄소중립, RE100(재생에너지 100%), ISO 45001(안전보건경영시스템), ISO 14001(환경경영시스템) 같은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기업이 오래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 조건이 되고 있다.

 

필자는 ESG 가운데서도 안전을 가장 기본적인 가치로 본다. 환경도, 사회적 책임도, 투명한 지배구조도 결국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가치 위에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안전이 무너지면 기업의 신뢰도 함께 무너진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많은 기업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힘을 쏟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고가 난 뒤 수습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고가 나기 전에 위험을 보고, 줄이고, 막는 일이다.

 

재난 현장에서 활동하는 소방조직을 보면 이 원리가 더욱 분명해진다. 화재 현장은 늘 예측하기 어렵다. 연기, 열기, 붕괴 위험, 시야 확보의 어려움이 동시에 닥친다. 이런 상황에서 소방대원이 의지해야 할 것은 순간적인 감정이나 막연한 용기가 아니다. 표준운영절차, 즉 SOP다. SOP는 위기 상황에서도 대원들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기준선이다. 안전한 진입, 대원 간 연락, 퇴로 확보, 장비 점검 같은 기본이 지켜질 때 현장 대응도 가능해진다.

 

산업현장도 다르지 않다. 위험성평가, TBM(Tool Box Meeting), 아차사고(Near Miss) 분석, 안전문화 활동은 모두 조직이 위험 앞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만드는 장치다. 제대로 된 위험성평가는 현장의 위험을 미리 드러내고, TBM은 작업 전 구성원들이 그 위험을 함께 확인하게 한다. 아차사고 분석은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의 경고음을 놓치지 않게 한다. 결국 이 모든 활동은 조직을 안전의 원점으로 되돌리는 과정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때때로 이 원점을 잊는다는 데 있다. 빠른 성과와 비용 절감이 앞서다 보면 안전 투자는 뒤로 밀리기 쉽다.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생명의 가치가 후순위가 되는 순간도 있다. 그러나 자연은 분명한 메시지를 준다. 연어가 고향의 냄새를 잃으면 돌아갈 길을 잃듯, 기업과 사회도 안전이라는 좌표를 잃으면 지속 가능성을 잃는다.

 

기후위기도 ESG 안전경영의 필요성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폭염, 집중호우, 산불, 지진 같은 재난은 더 이상 자연현상으로만 볼 수 없다. 작업자의 건강, 사업장 운영, 물류, 에너지 사용, 시설 안전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경영 리스크다. 이제 환경과 산업안전, 사회적 책임은 따로 떼어 생각하기 어렵다. ESG 안전경영은 세련된 경영 용어가 아니라, 기업이 변화한 위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인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안전인성’이다. 안전인성은 규정을 어기지 않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타인의 생명과 공동체의 안전을 내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아무리 인공지능과 스마트 안전시스템이 발전해도 마지막 판단은 사람에게 달려 있다. 기술은 위험을 알려줄 수 있다. 그러나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과 책임감까지 대신해주지는 못한다.

 

결국 ESG 안전경영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인간과 기업, 사회가 다시 생명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로봇이 충전기를 찾아가고, 드론이 홈 포인트로 복귀하고, 연어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가듯이 기업도 지속 가능한 안전의 가치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더 빠른 성장만이 아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아는 기준이다. 그 기준이 바로 안전이며, ESG 안전경영은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생존전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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