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美·이란 전쟁, 다시 늪으로.. 대체 무슨 문제길래?

MOU 서명에도 서명식·이행시점·호르무즈 재개방 놓고 혼선
이스라엘 레바논 공습에 이란 “합의 위반” 반발.. 스위스 협상도 흔들
핵 검증·제재 완화·이스라엘 통제 빠진 ‘불완전한 종전’ 한계 드러나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멈추기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지만 중동 정세는 다시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딜은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합의 직후부터 서명 주체와 서명식 일정,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시점, 제재 완화 여부를 둘러싸고 워싱턴 안팎의 설명이 엇갈렸다.

 

여기에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다시 공격하자, 이란은 이를 합의 위반으로 규정하고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다시 언급했다. 기름을 다시 부은 셈이다. 종전의 문턱까지 갔던 미국·이란 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N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지난 주말 중동 전쟁을 끝내기 위한 14개 항목의 양해각서)MOU)에 합의했다. 이 합의에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재개, 미국의 이란 항만 해상 봉쇄 해제, 향후 60일 동안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 착수, 이란 핵 프로그램과 제재 완화 문제 논의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겉으로만 보면 전쟁을 멈추고 외교로 돌아가는 길이 충분히 열린 셈이다.

 

MOU 합의 놓고 오락가락

그러나 문제는 합의 직후부터 시작됐다. 백악관은 처음에는 JD 밴스 부통령이 이미 MOU에 서명했다고 설명했다가, 이후 별도의 공식 서명식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때 '완전한 합의'라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승인했다고 말했다가, 한 시간 뒤에는 금요일 서명 이후에야 해협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MOU 원문 공개 시점도 행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24~48시간 안”이라는 설명과 “금요일 이후”라는 설명이 엇갈렸다. 전쟁을 끝내기 위한 문서가 만들어졌지만, 그 문서가 언제부터 효력을 갖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았던 것이다.

 

혼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열린 만찬 도중 트럼프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합의문에 다시 서명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당초 예고됐던 스위스 서명식이 계속 열리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서명이 끝난 것인지도 불분명해졌다. 종전 협상이 아니라 ‘종전 협상 절차’ 자체가 협상의 대상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카타르 군주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이란과의 합의를 끝냈다”며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갈 것이고, 그것은 오히려 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1단계 합의 직후부터 레바논 전선이 불붙었고,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다시 흔들렸으며, 스위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본협상도 연기와 재개를 반복했다.

 

이란전쟁 종전 훼방꾼 '이스라엘'

가장 큰 변수는 이스라엘이다. 이번 MOU는 미국과 이란의 합의이지만, 그 내용은 사실상 레바논과 헤즈볼라, 호르무즈 해협, 이란 핵 문제까지 묶은 ‘광역 휴전’ 성격을 띠고 있다. 이란은 레바논 전선의 군사행동 중단도 합의의 일부라고 보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은 MOU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다. 이 틈이 곧바로 터졌다.

 

이스라엘군은 합의 직후에도 레바논 남부 여러 지역을 공격했다. 레바논 당국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먼저 휴전을 위반하고 이스라엘군을 향해 발사체를 쐈기 때문에 대응 공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는 이를 부인하며 이스라엘이 미국·이란 합의를 깨뜨리기 위해 명분을 만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같은 사건을 두고 이스라엘은 방어권 행사, 헤즈볼라와 이란은 합의 파괴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은 선박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접근을 경고했고, 이란 군 지휘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약속을 어겼다며 해협 폐쇄가 첫 번째 조치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다. 전쟁을 끝내는 합의의 핵심이 해협 재개방이었는데, 레바논 공습 하루 이틀 만에 다시 폐쇄 카드가 나온 것이다.

 

희망의 끊을 놓지 않고.. 밴스 부통령, 스위스로

미국은 이란의 주장을 곧바로 반박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상선이 계속 있었다며 상업 항행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이란이 실제로 해협을 물리적으로 봉쇄한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시장과 해운업계 입장에서는 ‘닫혔는지 안 닫혔는지’보다 ‘언제든 다시 닫힐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더 큰 문제다. 전쟁 위험 프리미엄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밴스 부통령은 결국 스위스로 향했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도 협상에 참여했다. 밴스 부통령은 출국 전 “레바논 상황은 보도보다 진정되고 있다”며 “핵 문제와 레바논 휴전 문제에서 진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 외교부는 스위스행의 목적이 최종 협상 개시가 아니라 “상대방의 의무 이행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먼저 합의 내용을 이행해야 최종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협상장에 앉기는 했지만, 양측이 생각하는 출발선이 다른 셈이다.

 

미국내 비판은 갈수록.. 공화당에서 목소리 커져

미국 내부에서도 비판이 커지고 있다. 공화당의 빌 캐시디 상원의원은 이번 MOU를 “수십 년 만의 최악의 외교 실수”라고 비판했다. 존 케네디 상원의원은 이란이 핵 야망을 포기할 것이라고 확신하느냐는 질문에 “누구도 이란이 무엇을 할지 확신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란과의 협상 자체에 회의적이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고 적대행위가 멈춘다면 MOU 체결이 미국에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 안에서도 “종전 성과”와 “너무 약한 합의”라는 평가가 갈라지고 있다.

 

미국 여론도 부담이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올랐고,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는 정치적 압박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둘러 종전 성과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전쟁 피로감과 물가 부담을 낮추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하지만 너무 빨리 ‘완성된 합의’라고 선언한 탓에, 이후 작은 혼선도 외교적 실패처럼 보이는 역효과가 생기고 있다.


핵 문제 논의가 중요한데

이번 MOU의 또 다른 약점은 핵심 쟁점이 대부분 뒤로 미뤄졌다는 점이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최종 합의에서 다뤄질 가장 어려운 의제다. 이란이 보유한 농축우라늄을 어떻게 처리할지, 농축 시설을 어느 수준까지 제한할지,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찰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유엔 안보리와 IAEA 결의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지는 아직 답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강조해왔지만, MOU는 이 원칙을 다시 확인했을 뿐 실제 검증 장치까지 완성한 문서는 아니다.

 

제재 완화도 마찬가지다. MOU에는 이란 원유 수출을 가능하게 하는 제재 면제와 금융·보험·운송 관련 조치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가 실제로 어떤 수준의 제재 면제를 발급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이란은 제재 완화와 해상 봉쇄 해제가 먼저 이행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미국은 핵과 휴전 문제에서 이란이 움직여야 한다고 압박한다. 어느 쪽이 먼저 움직일지를 놓고 다시 줄다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스라엘의 계산도 복잡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핵 문제뿐 아니라 헤즈볼라와 레바논 남부 전선 전체를 안보 위협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내부 정치도 변수다. 네타냐후 총리는 강경 우파의 지지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고, 이란과의 MOU가 이스라엘 안보 이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레바논 작전을 쉽게 멈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국 정보당국도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상대로 한 공격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국·이란 합의의 가장 약한 고리다. 미국이 이란과는 합의했지만, 이스라엘을 완전히 묶어두지 못한다면 이란은 언제든 '합의 위반'을 주장할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이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면,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처한 딜레마다.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은 MOU가 전쟁을 끝내는 문서라기보다 전쟁을 잠시 멈추고 더 어려운 협상으로 넘어가기 위한 ‘불완전한 다리’라는 데 있다. 두 나라의 내면을 보면, 결국 미국과 이란은 직접 충돌을 멈추고 싶어 한다. 이란은 제재 완화와 호르무즈 카드가 필요하고, 미국은 유가 안정과 전쟁 피로감 해소가 절실하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군사행동, 헤즈볼라의 대응, 이란 핵 검증, 제재 면제, 호르무즈 항행 안전이라는 문제는 서로 맞물려 있다. 한쪽이 삐끗하면 전체 합의가 흔들리는 구조다.

 

따라서 MOU 서명은 종전의 마침표가 아니었다. 오히려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드러낸 출발점에 가까웠다. 미국은 “합의는 살아 있다”고 말하고, 이란은 “약속부터 지키라”고 압박하며, 이스라엘은 “안보 위협에는 계속 대응하겠다”고 한다. 세 나라의 문장이 모두 맞물리지 않는 한, 전쟁은 끝났다고 말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그러하듯 “두 번째 단계가 더 쉬울 것”이라고 호언했지만, 현실은 다르다. 첫단추인 합의문 서명과 이행, 호르무즙 해협과 레바논, 핵과 제재를 놓고 말이 엇갈리고 있다. 총성은 잠시 낮아졌지만, 중동의 전쟁은 아직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다시 앞으로 나아갈지, 아니면 레바논과 호르무즈의 파도에 휩쓸려 표류할지는 스위스 협상의 첫 며칠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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