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경보] 예측불허.. ‘번개 폭우’에 부딪히고 넘어지고.. 산림청 산사태 주의보

새벽 시간당 20㎜ 장대비에 나무 전도·차량 전복·고립 신고 잇따라
강원·경북 산사태 위기경보 ‘주의’ 상향.. 강원 산지 최대 200㎜ 이상
광주선 전선·수목 접촉 정전 피해.. 승강기 갇힘 구조도 6건 발생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마치 열대지방에 놀러갔을 때, 일순간에 물폭탄을 쏟아내는 것 같았어요." 지난 19일 금요일 오후 4시경 서울시청으로 업무로 보러가던 한 시민은 옷이 흠뻑 젖는 채 말문을 잇지 못했다. 

 

밤사이 전국 곳곳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면서 빗길 교통사고와 나무 전도, 고립, 정전 피해가 잇따랐다. 충청권에서는 시간당 20㎜ 안팎의 굵은 비가 내리며 도로와 터널 주변으로 나무가 쓰러졌고, 경남에서는 빗길에 미끄러진 차량이 화물차와 충돌해 2명이 다쳤다. 광주에서는 강풍 속 전신주 전선과 수목이 접촉하면서 정전이 발생해 승강기 갇힘 구조 신고도 이어졌다.

 

산림청은 20일 오전 8시 30분을 기해 강원·경북 지역의 산사태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높였다. 강원과 경북 일부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데다, 강원 산지와 동해안을 중심으로 21일 오전까지 많은 비가 예보된 데 따른 조치다. 산사태 위기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4단계로 구분된다.

 

새벽 장대비에 나무 쓰러지고 차량 전복

대전·세종·충남 지역에는 이날 오전 한때 시간당 15~20㎜ 안팎의 강한 비가 내리면서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충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밤새 충남에서는 나무 전도, 교통사고, 고립 신고 등 9건의 비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오전 0시 17분쯤 천안시 서북구 두정동의 한 터널 주변에 나무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들어왔고, 오전 0시 39분쯤에는 예산군 예산읍의 한 아파트 단지에 가로수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당진과 천안, 금산 등에서도 나무 전도 신고가 이어져 소방당국이 현장 안전조치에 나섰다. 다행히 나무 전도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교통사고와 고립 신고도 이어졌다. 오전 5시 51분쯤 당진시 고대면의 한 비탈길에서는 승용차 단독 사고가 발생해 운전자가 병원으로 옮겨졌다. 오전 6시 6분쯤 아산시 실옥동 곡교천에서는 낚시를 하던 시민이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이 구조에 나섰다. 해당 낚시객은 다친 곳 없이 구조돼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에서도 오전 3시 48분쯤 중구 문화동 도로 위에 나무가 쓰러져 차량 통행을 방해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오전 6시 23분쯤에는 동구 삼괴동에서 주행 중이던 택시가 전복돼 운전자가 구조된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세종에서는 비와 강풍 속 전기 관련 신고와 화재가 잇따랐다. 오전 1시 33분쯤 연서면 월하리의 한 단독주택에서는 “지붕 전선에서 스파크가 튄다”는 신고가 접수돼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오전 5시 22분쯤에는 장군면 금암리의 한 단독주택 마당에서 불이 나 22분 만에 진화됐다.

 

대전기상청에 따르면 서해상에서 북동쪽으로 이동하는 저기압에서 발달한 비구름대의 영향으로 충남권 대부분 지역에 강한 비가 내렸다. 전날부터 이날 오전 5시 30분까지 누적 강수량은 정안 79.0㎜, 청양 67.5㎜, 서산 66.6㎜, 부여 양화 64.0㎜, 계룡 62.0㎜, 대전 52.6㎜, 세종 40.4㎜ 등을 기록했다.

 

빗길 고속도로 추돌.. 광주선 정전 피해

빗길 교통사고도 발생했다. 19일 오후 11시 5분쯤 경남 창원시 의창구 남해고속도로 순천 방향 북창원요금소 인근에서 화물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 SUV가 충돌했다. 이 사고로 SUV에 타고 있던 60대와 50대 등 2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한때 순천 방향 차로가 정체되기도 했다.

 

경찰은 경사로 구간에서 SUV가 빗길에 미끄러지며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 화물차를 추돌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집중호우 때 도로 위 물막으로 타이어 접지력이 떨어지는 수막현상이 발생하면 제동거리가 길어지고 조향이 어려워져 사고 위험이 커진다.

 

강풍특보 영향권에 인접한 광주에서는 정전 피해도 발생했다. 한국전력공사와 광주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39분쯤 광주 남구 진월동 일대에서 전기 공급이 끊겼다. 한전이 파악한 정전 피해는 221가구였지만, 소방당국은 인근 아파트 단지 수천 가구가 불편을 겪은 것으로 추산했다.

 

정전으로 승강기에 갇혔다는 신고도 6건 접수돼 소방당국이 구조 활동을 벌였다. 한전은 오전 5시 50분쯤 전력 복구를 마쳤다. 정전은 인근 전신주 전선이 강풍에 흔들린 수목과 접촉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전남 대부분 지역에는 강풍특보가 발효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순간풍속 시속 70㎞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

 

강원·경북 산사태 ‘주의’.. 계곡·하천 접근 금지

산림청은 강원·경북의 산사태 위기경보를 ‘주의’로 상향하고 위험지역 접근 자제를 당부했다. 이날 오전 강원과 경북 일부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됐고, 강원 산지와 동해안에는 21일 오전까지 50~120㎜의 비가 예상된다. 강원 북부 산지에는 200㎜ 이상, 중부 산지와 중북부 동해안에는 15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리는 곳도 있겠다.

 

경북에서는 이날 새벽 영주·상주·영덕·울진 평지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가 순차적으로 해제됐다. 울릉도·독도에는 호우경보가 발효 중이다. 강원 태백과 인제, 강릉·속초·삼척 등 동해안 평지와 산지에는 호우주의보가 유지되고 있다. 특히 영동 지역에는 비와 함께 순간풍속 초속 15m 이상, 산지는 초속 20m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까지 경북 지역에서 확인된 산사태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강한 비가 이어질 경우 산지 사면과 급경사지의 지반이 약해질 수 있어 추가 피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산림청 관계자는 “많은 비가 예보된 지역 국민께서는 산림 주변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산사태취약지역 등 위험지역에는 접근하지 말아달라”며 “긴급재난문자, 마을 방송 등 대피 안내에 귀 기울이고 대피 명령이 나오면 마을회관 등 지정된 대피소로 신속히 대피해 달라”고 당부했다.

 

저녁까지 전국 비.. 제주 산지 최대 250㎜ 이상

기상청은 이날 아침 기온이 19~23도, 낮 최고기온은 22~29도 분포를 보일 것으로 예보했다. 주요 도시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인천 22도, 춘천·강릉 20도, 대전·대구 21도, 전주·광주·부산 22도, 제주 24도다. 낮 최고기온은 서울·인천 25도, 춘천 24도, 강릉 23도, 대전·전주·광주 26도, 대구 29도, 부산 25도, 제주 27도로 예상된다.

 

비는 이날 저녁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이어지겠다. 경기 동부와 강원도, 충북, 경북 중북부는 늦은 밤까지 비가 계속되는 곳이 있겠고, 강원 산지와 동해안은 21일 오전까지 비가 이어질 전망이다.

 

19~20일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 30~100㎜, 서해5도 20~60㎜, 강원 내륙 30~80㎜, 강원 산지·동해안 50~100㎜다. 대전·세종·충남 남부와 충북은 30~80㎜, 광주·전남은 50~100㎜, 전북은 30~80㎜가 예상된다.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울릉도·독도는 30~80㎜, 부산·울산·경남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은 100㎜ 이상 내리는 곳이 있겠다. 제주도는 50~180㎜, 중산간과 산지에는 25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는 곳도 있겠다. 계곡이나 하천 물이 갑자기 불어날 수 있는 만큼 접근과 야영은 피해야 한다.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거나 천둥소리가 들릴 경우 즉시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하천변 산책로와 지하차도는 짧은 시간에도 고립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출입을 삼가야 한다. 저지대 침수, 하천 범람, 급류, 하수도와 우수관 역류, 농경지 침수와 농수로 범람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기상청은 전라 해안과 경남권 해안, 제주도에는 새벽부터, 강원 동해안에는 오후부터 순간풍속 시속 70㎞ 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 수 있다며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미세먼지는 전 권역에서 ‘좋음’ 수준을 보이겠다.

 

정부는 지하차도와 하천변 산책로 등 침수 우려 지역을 사전에 통제하고, 위험 상황이 발생할 경우 긴급재난문자를 통해 주민 대피를 안내한다는 방침이다.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최근 기후변화로 예측하기 어려운 국지성 호우가 내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안전을 위해 취약시간대 외출이나 위험지역 접근을 자제하고, 기상정보와 재난문자를 수시로 확인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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