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로봇이 바꾸는 산업안전] ②로봇이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을까

고위험 지역에 로봇부터 투입
위험은 줄었지만 새로운 사고 유형과 기준이 생겨나
결국 마지막 판단은 사람의 몫
“인간이 안전하게 로봇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6월 15일 경기도 평택 외곽에 있는 한 화학공장. 국내 굴지의 석유화학 기업에 원료를 납품하는 중소기업으로 100명 정도가 일한다.

 

일반인은 접근과 촬영이 제한된 구역에서는 작은 드론이 천천히 날고 있다. 드론에는 열화상 카메라와 가스 감지 센서가 장착돼 있다.

 

이 드론의 역할은 단 하나다. 사람이 들어가면 위험한 곳을 먼저 대신 확인하는 것이다.

 

현장 책임자 박명수(45) 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예전에는 점검을 위해 작업자가 직접 탱크 위로 올라가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지금은 드론이 먼저 들어갑니다. 위험이 감지되면 사람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사람은 데이터만 봅니다. 그러니 인명사고는 당연히 줄 수밖에 없지요.”

 

이 공장에 드론이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3년 전이다. 근처의 다른 공장들도 자체 설계한 드론을 작업장에서 많이 쓰고 있다고 한다.

 

산업현장에서 로봇이나 드론을 만나는 것이 낯선 시대가 아니다.  첨단 기계가 가장 많이 투입되는 영역은 이 공장의 경우처럼 ‘사람이 가장 많이 다칠 우려가 있는 곳’이다.

 

대표적으로는 고소(高所) 점검 작업, 밀폐공간 가스 점검, 고온 설비 유지보수, 방사선 구역 점검, 화재 초기 진압 등이다. 특히 원전과 대형 플랜트에서는 이미 사람이 직접 접근하지 않는 영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럼 실제로 산업재해는 줄고 있을까.

 

기자가 만난 현장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체감은 긍정적이다. 특히 끼임, 추락, 질식 사고처럼 ‘즉시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수나 부주의로 인한 안전 사고’는 감소하는 추세라고 한다. 그러나 자신있게 “확실하게 줄었다”고 말하는 데는 주저했다. 즉, 아직은 로봇과 AI가 산업현장의 위험을 크게 만족할 정도로 정복하진 못하는 단계인 것이다.

 

산업안전연구원에서 팀장급으로 일하는 박 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로봇이 위험을 줄이는 건 맞지만, 사고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사고 형태가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새로운 사고 유형이 등장하고 있다. 로봇과 작업자가 충돌한다든지, 유지보수 중에 감전되거나 끼인다든지, 시스템 오류로 인한 오작동 사고라든지, AI의 판단 지연으로 인한 사고라든지 하는 것들이 그렇다.

 

박 팀장은 “위험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동한 것’이다”라고 표현했다.

 

현재의 기술 발전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내리는 대체적인 결론은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모든 상황을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로봇이 사람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고 결국 마지막 판단은 사람의 몫이라는 것이다.

 

특히 돌발 상황에서는 로봇보다 인간의 대응력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구조물이 붕괴되거나 예상치 못한 화학 반응이 발생하는 경우, 로봇은 미리 학습된 범위 밖에서는 대응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산업현장에서 로봇과 관련해 자주 등장하는 표현은 “대체가 아니라 보조”다. 박 팀장은 이렇게 정리했다.

 

“로봇은 위험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다른 방식으로 관리하는 도구입니다.”

 

로봇과 AI는 분명 산업재해를 줄일 가능성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반복 작업과 고위험 작업에서는 인간을 보호하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로봇이 있다고 해서 산업안전이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오히려 새로운 안전 기준이 필요해졌다. 각각의 산업 현장에 맞는 로봇 안전 인증, AI 알고리즘 검증, 인간-로봇 협업 안전거리 기준, 시스템 장애 대응 매뉴얼 등의 기준과 운용 원칙을 만드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로봇 작업이 동시에 새로운 위험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산재 없는 세상’은 어쩌면 영원히 실현될 수 없는 꿈일지도 모른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안전은 쉬워지는 게 아니라 더 정교해진다는 말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로봇의 성능 수준이 아니라, 그것을 운영하는 인간의 안전 철학으로 귀결된다.

 

이런 질문은 아마도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로봇이 안전을 대신할 수 있는가, 아니면 인간이 더 안전하게 로봇을 통제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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