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산업현장은 지금 거대한 변화를 맞고 있다. 제조업 공장, 물류센터, 건설현장, 발전소, 항만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빠르게 근로자를 대체하고 있다. 당연히 로봇이 위험한 작업을 대신하고 생산성을 높여 산업재해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새로운 위험도 등장하고 있다. 자율주행 운반로봇과 작업자의 충돌, AI 오작동에 따른 사고, 인간이 기계를 과신하면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로봇 유지보수 과정의 감전 및 협착 사고 등이 그것이다. 한국재난안전신문은 ‘AI와 로봇이 바꾸는 산업안전’ 기획을 연재해 미래 산업현장의 안전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순간, 안전의 개념도 바뀌었습니다.”
6월 초에 찾은 경기도 안산의 한 스마트 물류센터. 낮 12시가 되자 컨베이어 벨트 위로 수천 개의 택배 박스가 쏟아져 나온다.
“예전 같으면 작업자들이 일일이 박스를 들고 분류했겠지만, 지금은 풍경이 완전히 다릅니다. 보시면 알 겁니다”
작업반장 김선규(42) 씨의 말이다.
바닥에는 노란색 선을 따라 움직이는 자율주행 로봇(AMR)이 쉼 없이 미끄러지듯 이동하고 있다. 로봇 위에는 각각 다른 배송지로 향하는 박스가 실려 있다.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대형 모니터 앞에서 운영요원이 전체 흐름을 감시하고 있을 뿐이다.
김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예전에는 하루에 200~300명이 필요했던 작업입니다. 지금은 30명도 안 됩니다. 대신 로봇이 24시간 쉬지 않고 움직입니다.”
이 변화를 단순한 자동화로 봐야 할까. 결코 아니다. 차원이 완전 다르다. 작업 시스템과 산업안전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인근의 D자동차 부품 공장으로 가봤다. 용접 라인에서는 붉은 불꽃이 튀고 있지만 작업자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로봇 팔이 정확한 각도로 금속을 잡고 용접을 반복한다. 사람은 생산라인 밖 안전구역에서 모니터로 상태를 확인한다.
현장 엔지니어 정교진(32) 씨의 말이다.
“과거에는 용접 작업이 산재 발생률이 높은 대표 공정이었어요. 화상, 유독가스, 반복 작업 피로가 문제였죠. 지금은 로봇이 거의 다 합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통계에서도 제조업 산재 중 상당 비율은 반복 작업, 끼임, 추락, 유해물질 노출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이 영역에 로봇이 들어오면서 “위험한 작업은 사람이 하지 않는다”는 구조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AI는 ‘감시자’로 현장에 들어왔다.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이동하는 순간,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가 자동으로 인식하며 모니터에 이런 실시간 경고를 띄운다. “안전모 미착용 감지”, “위험구역 접근 경고”, “추락 위험 행동 탐지” 등등. AI 영상 분석 시스템이다.
서울에서 산업안전기사로 일하는 박용진(34) 씨의 말이다.
“예전에는 안전관리자가 하루종일 현장을 돌아야 했습니다. 지금은 AI가 24시간 보고 있습니다. 놓치는 게 줄어든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AI가 틀릴 때입니다. 사람이 안전모를 썼는데 안 썼다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 작업자와 갈등이 생기죠.”
기술이 들어온 만큼 새로운 긴장도 함께 생기고 있었다. 사람이 줄어든 만큼 책임은 더 복잡해졌다. 스마트공장과 물류센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변화는 ‘사람의 역할 축소’다. 그러나 현장 관계자들은 안전이 단순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복잡해졌다고 말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이제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인이 단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로봇 오작동, AI 판단 오류, 센서 인식 실패, 작업자 조작 실수, 네트워크 장애 등이다.
중소규모의 C의류업체 평택 공장에서 안전 문제를 담당하는 김사달(38) 씨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사람이 실수하면 그 사람을 교육하면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시스템 전체를 봐야 합니다. 산업안전의 중심이 ‘사람 관리’에서 ‘시스템 관리’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죠.”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로봇과 인공지능 출현 이후 공장은 더 안전해졌는가?”
현장의 평가는 아무래도 과거보다 안전해졌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주저함이 남는다. 산재 위험은 줄었지만 새로운 유형의 사고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로봇이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는 환경에서는 ‘경계가 없는 위험’ 문제가 등장한다.
이어지는 김사달 씨의 말이다.
“로봇이 더 안전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로봇 움직임을 잘못 예측하면 사고가 납니다. 결국 사람이 적응해야 합니다.”
산업현장은 지금 ‘사람 중심 안전’에서 ‘사람-기계 공존 안전’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다. 그 변화는 긍정적이든, 때론 부작용을 초래하든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