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지난해 12월 4명이 숨진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는 기초적인 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인재(人災)’였다.
12일 행정안전부 산하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는 길이 48m 대형 철골 구조물의 주요 접합부에서 기초 시공인 용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것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으로 분석됐다.
붕괴 사고는 또 불법 재하도급과 무자격 인력 투입, 무리한 공기 단축 등 건설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국내에서 또다시 발생한 후진국형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원은 미흡한 용접 때문에 구조물이 하중을 버티는 힘이 약해졌고, 일부 부위에서 시작된 파손이 구조물 전체의 연쇄 붕괴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구조물 연결 부위에서는 용접이 아예 이뤄지지 않았거나 성능이 저하된 비정상 시공 정황도 발견됐다.
고난도 작업인 만큼 국가기술자격을 갖춘 용접공이 일해야 하지만, 자격증이 없는 노동자가 용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격증이 없는 노동자도 별도의 기량 평가를 거쳐 작업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기량 평가가 실시되지 않은 사실이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당초 길이 48m 트러스(철제 뼈대)를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제작한 뒤 현장에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24m짜리 구조물 2개를 현장으로 옮긴 뒤 용접해 나란히 연결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공사를 맡은 시공사와 감리자는 구조물을 부수지 않고 내부 결함 여부를 확인하는 비파괴 검사에서 다수의 용접 결함을 확인했지만 전수 조사를 하지 않았고, 불량이 확인된 일부 부위에만 땜질 보수한 것도 밝혀졌다.
주요 공정 중 하나인 철골 공사는 불법 재하도급을 거쳐 이뤄졌고, 구조물 제작·설치 과정에서도 시공 원칙이 준수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무등록 건설업체가 다른 업체 명의를 활용해 계약 없이 시공에 참여한 정황도 확인됐다.
연구원은 고난도의 공사 현장에서 여러 단계를 거쳐 도급이 이뤄지면서 시공 품질이 떨어졌고 설계 변경에 따라 시공 조건도 뒤따라 바뀌었지만, 구조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공사의 검토와 관리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사고 당시 구조물에 가해진 하중은 설계 기준의 약 35%밖에 되지 않았다. 연구원은 설계대로만 시공했다면 붕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었다고 밝혔다.
최명기 한국건설품질기술사회 부회장은 “용접 불량은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일 뿐 사고의 본질은 불법 재하도급과 무자격 인력 투입, 품질관리 부실, 공기 단축이 중첩된 데 있다“며 ”건설 현장의 불법 관행이 집약된 전형적인 인재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붕괴 사고는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건립 현장에서 지난해 12월 11일 철제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건설 노동자, 관급자재 납품업체 직원 등 노동자 4명이 무너지는 잔해에 매몰돼 현장에서 사망했다.
◇현장소장 등 4명, 사고 6개월 만에 구속
공사 과실 책임자로 지목된 공사 관계자들은 12일 사고 발생 6개월 만에 구속됐다.
광주지법 최윤영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A씨 등 4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된 4명은 시공사 현장소장, 하청업체 대표이사와 현장소장, 감리단장 등이다. 법원은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어 구속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들은 구조설계도가 정한 시공 등 기본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노동자 4명이 숨지는 사망사고를 일으킨 혐의를 받았다.
A씨 등과 영장실질심사를 함께 받은 시공사 관계자, 현장 용접공 등 다른 피의자 7명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지금까지 경찰이 입건한 피의자는 40명에 이르며, 발주처인 광주시(종합건설본부) 소속 공무원 4명도 포함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