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식품가공업체인 아워홈 경기 용인공장에서 하청업체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심정지 상태로 이송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 공장에서 1년여 전에도 노동자가 기계에 목이 끼여 숨진 사고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른바 '반복사고'.
경찰조사가 완료돼야 확인되겠지만, 이번 사고가 난 설비에 끼임 사고를 막는 안전덮개와 비상정지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정황도 드러났다. 최근 완주와 화성에서도 끼임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생산·정비 현장의 기본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8일 오후 2시 50분쯤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아워홈 용인2공장 4층 어묵꼬치 포장작업장에서 발생했다. 하청업체 소속 50대 노동자 A씨가 작업 중 컨베이어 벨트에 목 부위가 끼였고,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A씨는 사고 발생 이틀째까지 의식이 없는 상태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착용하고 있던 두건, 즉 위생모자가 컨베이어 벨트 기계에 말려 들어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당국의 공동대응 요청을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사고 현장 수습과 함께 폐쇄회로(CC)TV 영상 확보, 목격자 조사에 들어갔다. 고용노동부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안전덮개도, 비상정지장치도 없었다
이번 사고가 단순한 돌발 사고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 사고 설비의 안전조치 문제 때문이다. 경찰은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사고가 난 컨베이어 벨트에 안전덮개와 비상정지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덮개는 작업자의 신체 일부나 작업복, 위생모 등이 회전·이송 설비에 말려 들어가는 것을 막는 기본 방호장치다. 비상정지장치는 사고 위험이 발생했을 때 작업자나 주변 근로자가 즉시 기계를 멈춰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특히 컨베이어, 롤러, 포장기계처럼 움직이는 부위가 노출된 설비에서는 끼임 위험을 줄이기 위한 핵심 장치로 꼽힌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소속된 하청업체 소장은 경찰 조사에서 사고 기계에 이 같은 안전장치가 없어 아워홈 측에 여러 차례 개선을 요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진술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사측이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필요한 조치를 미뤘는지가 수사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아워홈 측은 “현재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기관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회사 측은 사고 직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안전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깊이 사죄드리며, 부상 직원의 건강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중대재해수사팀은 용인동부경찰서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 중이다. 경찰은 회사 측이 사고 예방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정황이 확인될 경우 책임자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같은 공장서 1년 전에도 ‘목 끼임’ 사망
이번 사고는 지난해 같은 공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와 닮아 있다. 지난해 4월 4일 오전에는 이 용인2공장에서 30대 노동자 B씨가 냉각 기계에 목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B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닷새 뒤 숨졌다.
당시 아워홈은 공식 사과문을 내고 유가족과 동료 직원들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1년여 만에 같은 사업장에서 다시 노동자의 목 부위가 기계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사고 뒤 재발방지 대책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도 “지난해에도 같은 공장에서 사고가 있었던 만큼 사안을 무겁게 보고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취지로 밝혔다. 단순히 사고 당시 작업자의 부주의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설비 구조와 방호장치, 작업 절차, 원청과 하청 간 안전관리 책임까지 폭넓게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다.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끼임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사고'로 분류한다. 위험 부위가 대체로 명확하고, 방호덮개와 울, 인터록 장치, 비상정지장치, 정비·청소 전 전원 차단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면 상당수 사고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제 현장에서 이런 장치와 절차가 생산 속도, 납기 압박, 인력 부족, 하청 구조에 밀려 형식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그동안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해 “원청과 하청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고, 처벌을 피하는 데 급급하기보다 예방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번 사고 역시 원청 사업장 안에서 하청 노동자가 작업 중 다친 만큼, 위험 설비를 누가 관리했고 개선 요구를 누가 어떻게 처리했는지가 핵심이다.
완주·화성서도 끼임 사망.. ‘현장의 낡은 위험’ 반복
끼임 사고는 아워홈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며칠 사이 다른 산업현장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 8일 오전 11시 4분쯤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한 주차장에서는 굴착기를 정비하던 40대 노동자가 굴착기 본체와 붐대 사이에 끼여 숨졌다.
이 근로자는 개인으로부터 요청을 받아 굴착기 용접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작업 중 고정해 둔 장치가 풀리거나 떨어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오전에는 경기 화성시의 한 토건업체 야적장에서 60대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지게차에 실린 적재물과 야적장에 있던 철제 박스 사이에 끼인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지게차를 이용해 홀로 작업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CCTV 분석과 부검 의뢰 등을 통해 사고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세 사고는 업종도, 장소도 다르다. 하나는 식품공장 포장라인, 하나는 굴착기 정비 작업, 또 하나는 야적장 지게차 작업이다. 그러나 공통점은 분명하다. 모두 움직이는 기계나 중량물 주변에서 발생했고, 순간적으로 신체가 협착되면서 생명을 위협하는 사고로 이어졌다. 끼임 사고가 제조업뿐 아니라 정비, 물류, 건설, 야적장 작업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전형적 중대재해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매뉴얼보다 중요한 것은 ‘멈출 수 있는 권한’
정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제조업 끼임 사고 예방을 위해 전원 차단, 방호덮개·안전가드 설치, 비상정지장치 확보, 안전인증·안전검사 준수 등을 강조해왔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도 컨베이어 등에서 노동자의 신체 일부가 말려 들어갈 우려가 있는 경우 비상시 즉시 운전을 정지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현실은 규정과 다를 때가 많다. 설비 청소나 점검, 포장재 정리, 이물 제거 같은 짧은 작업은 “잠깐이면 돼!”라는 이유로 기계를 완전히 멈추지 않은 채 이뤄지기도 한다. 안전덮개가 작업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탈거되거나, 비상정지장치가 있어도 작업자가 즉시 누르기 어려운 위치에 있으면 사고 예방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하청 노동자는 위험을 발견해도 작업 중단을 요구하기 어렵다. 생산 차질에 대한 부담, 원청과의 관계, 고용 불안 등이 맞물리면 “위험하니 멈추자”는 말이 현장에서 쉽게 나오지 않는 게 현실이다. 아워홈 사고에서 하청업체가 여러 차례 개선을 요구했다는 진술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단순한 장치 미설치가 아니라 위험 신호가 조직 안에서 묵살됐는지 여부가 핵심 대목이다.
끼임 사고 예방의 출발점을 ‘현장에서 멈출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고 말한다. 위험 설비에는 접근 자체를 막는 물리적 방호장치를 설치하고, 정비·청소·이물 제거 때는 전원을 차단한 뒤 잠금장치와 표지를 걸어야 한다. 또 작업자가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불이익 걱정 없이 생산라인을 멈출 수 있어야 한다.
정 교수는 중대재해 예방과 관련해 “법적 책임을 피하는 방식의 안전관리는 한계가 있다”며 “현장에서 위험을 발견하고 제거하는 예방 중심의 관리가 작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