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재난영화 같은 현실".. 필리핀 민다나오 7.8 강진 때렸다

민다나오 남부 해역서 발생.. 포항지진의 2,800배 에너지
건물 붕괴·산사태·정전 피해 속 쓰나미 경보 한때 발령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마치 폭탄 맞은 것처럼 건물이 무너져내렸다. 도로는 갈라지며 끊겼고, 일부 해안 지역에는 쓰나미 경보까지 내려지면서 물의 공포도 시작됐다. 현지 주민들은 “땅이 몇 분 동안 흔들렸고,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며 전했다. 마치 지진 재난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현실이 된 셈이다.

8일 미국지질조사국과 필리핀 화산지진연구소 등에 따르면 지진은 8일(현지시간) 오전 7시 37분쯤 필리핀 민다나오섬 남쪽 해역, 제너럴산토스시와 아랑가리주 인근에서 규모 7.8의 초대형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 깊이는 약 35~55㎞로 분석됐다.

규모 7.8은 단순한 흔들림을 넘어 도시 기반시설과 인명 피해를 동시에 일으킬 수 있는 대형 강진에 해당한다. 필리핀은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 등이 맞물리는 ‘불의 고리’에 자리하고 있어 지진과 화산 활동이 잦지만, 이번 강진은 피해 규모와 여진 가능성 측면에서 특히 우려가 크다.

 

무너진 건물, 끊긴 도로..피해 집계 계속 늘어

현지 방재 당국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최소 30명 이상이 숨지고 100명 넘게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외신은 사망자가 30명대 중반, 부상자는 140명 이상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구조와 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어 인명 피해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피해는 제너럴산토스시와 아랑가니주 일대에 집중됐다. 상업시설과 학교 건물 일부가 붕괴됐고, 도로 곳곳에는 균열이 생겼다. 산악 지역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구조 작업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정전과 통신 장애도 이어졌다. 현지 영상에는 건물 외벽이 떨어져 나가고, 실내 천장재가 무너져 시민들이 긴급히 대피하는 모습이 담겼다.

 

제너럴산토스시 재난관리 책임자인 아그리피노 다세라는 현지 언론을 통해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사망자와 부상자, 건물 피해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도 관계 기관에 구조와 구호 지원을 지시하고, 해안 지역 주민들에게 정부의 대피 안내를 따를 것을 당부했다.

 

쓰나미 경보까지 발령.. 여진 공포도 계속

이번 지진은 해역에서 발생한 탓에 쓰나미 우려도 컸다. 필리핀 남부 해안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일부 지역에는 한때 쓰나미 경보 또는 주의보가 내려졌다. 주민들은 고지대로 대피했고, 해안 접근도 통제됐다. 이후 경보는 해제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해수면 변화가 관측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여진이다. 본진 이후 규모 6 안팎의 강한 여진이 여러 차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강진으로 이미 약해진 건물과 산비탈은 여진에 더 취약하다. 한 번 버틴 건물도 다시 흔들리면 무너질 수 있고, 균열이 생긴 도로와 교량도 추가 피해를 낼 수 있다. 현지 당국이 주민들에게 파손 건물에 다시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한 이유다.

 

한국 교민 피해는 아직 확인 안 돼

한국 교민 피해 여부도 관심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외신 보도와 현지 발표에서는 한국인 사망 또는 부상 피해가 확인됐다는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민다나오 남부와 제너럴산토스 일대에는 교민, 선교사, 사업가, 여행객 등이 체류할 수 있어 외교당국의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지에 머무는 한국인은 당분간 여진과 쓰나미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고,  균열이 생긴 건물, 담장, 절벽, 해안가 주변은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통신이 불안정한 지역에서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현재 위치와 안전 여부를 가능한 한 빨리 알리고, 현지 당국과 공관의 안내를 확인해야 한다는 게 외교당국자의 설명이다.

 

포항지진과 비교하면 위력 더 선명

이번 지진의 위력은 한국의 포항지진과 비교하면 더 쉽게 이해된다. 지난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은 규모 5.4~5.5 수준으로, 국내 지진 대응 체계를 크게 흔든 사건이었다. 당시 건물 외벽이 무너지고 학교와 주택에 균열이 생겼으며, 이재민이 발생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될 정도로 사회적 충격도 컸다.

 

이번 필리핀 지진은 규모 7.8이다. 포항지진을 규모 5.5로 놓고 비교하면 규모 차이는 2.3이다. 지진 에너지는 규모가 1 커질 때마다 약 32배 증가한다. 이를 계산하면 규모 7.8 지진은 규모 5.5 지진보다 약 2,800배 많은 에너지를 방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포항지진도 한국 사회에는 큰 충격이었지만, 이번 필리핀 강진은 그보다 훨씬 강한 자연재난인 셈이다.

 

물론 피해 규모는 지진의 크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진원의 깊이, 진앙과 도시의 거리, 지반 상태, 건물의 내진 성능, 발생 시간, 인구 밀도, 대피 체계가 함께 작용한다. 포항지진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진원이 얕고 도심과 가까워 피해가 컸다. 반대로 이번 필리핀 지진은 해역에서 발생해 쓰나미 위험까지 동반했다는 점에서 더 복합적인 재난으로 볼 수 있다.

 

규모 7.8은 도시 기능 흔드는 대형 강진

규모 7.8은 국제적으로도 대형 강진에 속한다. 특히, 내진 설계가 부족한 건물은 부분 붕괴나 전체 붕괴 위험이 커지고, 도로와 교량, 전력망, 통신망 같은 도시 기반시설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때문에 학교, 병원, 쇼핑몰처럼 많은 사람이 모이는 시설이 흔들림을 직접 받으면 인명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필리핀은 지진 경험이 많은 국가지만 지역별 건축 수준과 재난 대응 여건에는 차이가 있다. 민다나오 남부 일부 지역은 산악지형과 해안도시가 맞물려 있어 산사태, 건물 붕괴, 쓰나미, 정전, 도로 단절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재난 대응이 어려운 조건이 겹쳐 있는 것이다.

 

흔들릴 땐 뛰지 말고 몸부터 낮춰야

행정안전부 안전수칙에 따르면, 지진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머리와 몸을 보호하는 것이다. 실내에서는 책상 아래로 들어가거나 가방, 방석 등으로 머리를 감싸야 한다. 흔들림이 계속되는 동안 무리하게 밖으로 뛰어나가면 유리창, 간판, 외벽, 낙하물에 다칠 수 있다. 엘리베이터는 사용하지 말고, 흔들림이 멈춘 뒤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밖에 있을 때는 건물 외벽, 담장, 전신주, 간판 주변을 피해야 한다. 운전 중이라면 급하게 핸들을 꺾거나 멈추지 말고 도로 가장자리의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운 뒤 라디오나 재난문자를 확인해야 한다. 해안가에서 강한 흔들림을 느꼈다면 쓰나미 경보를 기다리지 말고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원칙이다. 바닷물이 갑자기 빠지거나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쓰나미 전조일 수 있다.

 

지진 뒤에도 위험은 끝나지 않는다. 여진은 몇 시간 뒤, 때로는 며칠 뒤에도 이어질 수 있다. 균열이 간 건물에 다시 들어가거나, 무너진 담장 주변을 지나거나, 산사태 위험 지역에 머무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가스 냄새가 나면 불을 켜지 말고 즉시 환기와 대피를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필리핀이나 일본처럼 강진이 잦은 국가는 아니지만, 경주지진과 포항지진 이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라고 말하기 어려워졌다"며 "학교, 병원, 노후 아파트, 산업시설, 지하철 등 다중이용시설의 내진 점검과 대피 교육은 평상시에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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