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슈] 지하철서 보조배터리 불나면 대처방법은.. 철로로 뛰어내린다?

직접 불끄려고 하기보다는 안전한 대피가 중요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1. 지난달 18일 저녁.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을 지나던 열차 안에서 승객이 갖고 있던 휴대용 보조배터리에서 연기가 났다. 퇴근길 승객들이 놀라 대피했고, 현장에서는 소화기를 이용한 초기 진화가 이뤄졌다. 역무원들은 신림역에서 승객들을 모두 내리게 한 뒤 문제의 배터리를 수조에 넣어 조치했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열차 운행은 한때 지연됐다.

 

#2, 지난 4월 27일 3호선 열차 안. 승객 가방에 들어 있던 보조배터리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다행히도 조치가 이뤄지면서 큰 탈없이 마무리됐다.

최근 지하철 내 휴대용 배터리 사고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 충전에 쓰는 보조배터리는 일상용품이지만, 내부에 주로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격이나 결함, 과열, 내부 단락이 발생하면 연기와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데, 사람들이 실제 경험을 많이 하지 못해 놀라기 일쑤다. 특히 지하철 객실은 많은 승객이 밀집해 있고, 연기가 빠르게 퍼질 수 있어 작은 발연 사고도 대피 혼란과 운행 차질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4호선 열차 안에서는 외국인 승객이 갖고 있던 보조배터리에서 연기가 나 이촌역에서 조치가 이뤄졌다. 또 2호선 합정역 승강장에서는 전기 스쿠터용 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해 2·6호선 열차가 한때 무정차 통과했다.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전기스쿠터 등에 들어가는 대용량 배터리는 일반 보조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이 커 사고가 나면 대응이 더 까다로울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막연히 놀라서 달리는 지하철 문을 열려고 하거나, 연기를 흡입하면서 물을 무리하게 끌려고 하는 행위는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 어떤 경우는 놀라서 지하철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는데, 맞은 편에서 지하철이 지나간다면 목숨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알려주는 대처법에 꼭 따라야 한다. 먼저, 보조배터리에서 연기가 나더라도 승객이 임의로 출입문 비상개방장치를 열고 선로로 내려가서는 안 된다. 선로로 뛰어내릴 경우 추락이나 감전, 인접 선로 열차와의 충돌 등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사는 “출입문 비상개방보다 신고 후 옆 칸 대피가 안전하다”는 취지로 안내하고 있다.

 

따라서 열차 안에서 보조배터리 연기나 타는 냄새가 감지되면 먼저 주변 승객에게 상황을 알리고, 연기가 나는 물건에서 거리를 둬야 한다. 이후 객실 내 비상통화장치나 역 직원, 기관사에게 즉시 신고하고, 가능하면 연기가 나는 객실을 벗어나 옆 칸으로 이동하는 것이 안전하다. 무리하게 배터리를 손으로 만지거나 가방째 들고 이동하는 행위는 화상이나 폭발성 분출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초기 대응도 중요하다. 행정안전부 재난포털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의 경우 겉불이 꺼진 뒤에도 배터리 내부의 열 반응이 계속될 수 있어 재발화 가능성이 있다. 보이는 불꽃은 물이나 일반 소화기로 먼저 제어하고, 주변 가연물을 치우며, 가능한 경우 배터리를 물에 완전히 담가 냉각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다만 일반 승객이 직접 무리하게 처리하기보다는 신고와 대피를 우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자체의 구조적 위험에도 주목한다. 정훈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에너지저장연구센터장은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와 관련해 “분리막이 손상되면 내부 단락이 일어나는데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주로 단락에 의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해질이 가연성 물질 역할을 할 수 있어 분리막과 전해질의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교통공사도 대응 장비를 늘리고 있다. 공사는 관할 모든 역사에 배터리 냉각용 수조를 비치했고, 방열장갑과 집게 등 전용 장비도 갖췄다. 역 직원을 대상으로 배터리 화재 대응 교육과 훈련도 병행하는 것은 물론, 연기가 나는 배터리를 맨손으로 다루지 않고, 장비를 이용해 수조에 담가 냉각하는 식의 초동 조치에 적극 나서고 있ㄷ. 
 

시민들도 평소 예방수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 보조배터리는 충격을 받은 제품이나 부풀어 오른 제품, 충전 중 심하게 뜨거워지는 제품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지하철 안에서는 보조배터리를 가방 안 깊숙이 넣은 채 장시간 충전하거나, 손상된 케이블로 충전하는 행위도 피해야 한다. 특히 전기자전거·전동킥보드·전기스쿠터용 대용량 배터리를 지하철로 옮길 경우에는 반입 제한 여부와 안전상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하철 안에서 보조배터리에 이상이 생겼을 때 필요한 것은 ‘직접 해결’이 아니라 신속한 신고와 질서 있는 대피"라면서 "작은 배터리 하나가 큰 혼란으로 번지지 않게 하려면 시민 행동요령과 현장 대응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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