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슈] 한화에어로 사고작업장, 뭘 만드는 어떤 공정이었길래

로켓 추진체 제조 뒤 공구·배관에 남은 화약류 세척
“물이 닿으면 위험성 사라진다”던 공정서 대형 폭발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5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의 현장은 로켓 추진체를 조립하거나 충전하는 주 생산라인이 아니었다. 사고가 난 곳은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56동 세척공실. 이름만 보면 단순한 세척 작업장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로켓 추진체를 만든 뒤에 공구와 배관 등에 남은 화약류를 씻어내는 후처리 공정이었다. 

 

후처리 공정이라는 점에서 추진체를 만드는 과정과 달리 상대적으로 안전한 작업으로 평가됐지만, 문제는 대형폭발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지난 1일 오전 10시 59분쯤 이곳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나, 결국 현장에 있던 작업자 7명 가운데 5명이 숨지고 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부상자 가운데 1명은 전신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는 50대 2명, 30대 1명, 20대 2명으로 파악됐다.

 

이름은 ‘세척공실’…실제론 화약류 잔류물 다루는 후처리 공정

사고가 난 56동 세척공실은 로켓 추진체 제조 과정에서 사용된 공구와 배관, 설비 등에 묻은 화약류나 추진제 잔류물을 제거하는 공간이다. 로켓 추진체를 만들 때는 추진제 혼합, 충전, 조립 등의 과정에서 다양한 공구와 설비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공구 표면이나 배관 내부에 추진제 성분, 쉽게 말하면 화약이 묻을 수 있는데, 세척공실은 이런 잔류물을 물과 세제 등으로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세척’이라는 말이 주는 인상과 실제 위험성 사이의 간극이다. 일반 제조업에서 세척은 보통 기름때나 이물질을 닦아내는 보조 작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곳에서 씻어내는 대상은 로켓 추진체 제조 과정에서 남은 화약류와 추진제 성분이다. 단순 청소가 아니라, 폭발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다루는 공정의 연장선인 셈이다. 이 작업장의 경우 다연장 로켓인 천무 등의 작업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가재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장은 사고 직후 브리핑에서 “발사체 추진제를 세척하는 공정에서 화재가 났다”며 “화약 재료를 세척하는 과정에는 다양한 공구들이 사용되는데, 그 공구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화약의 경우 물이 닿으면 위험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물로 세척하는 과정은 위험한 작업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며 “어떤 이유인지는 정확하게 파악해봐야 한다. 지금으로는 정확한 폭발 원인을 추정하기 어렵고 현장을 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도 “로켓 추진체 제조 과정에서 다양한 공구가 사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묻은 화약을 세척하는 공정 중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018년, 2019년 사고 이후 큰 비용을 들여 해당 공정을 자동화하고 정리화했는데, 오늘 사고 공정은 당초 위험에 대해 크지 않다고 인지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위험도 분류 크지 않았지만... 보관 편하지만 온도에 민감한 고체연료

 

이 설명은 이번 사고의 핵심을 드러낸다. 회사 측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다고 봤던 공정에서 5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로 씻어내는 작업이라 하더라도, 세척 대상이 화약류가 묻은 공구라면 위험성이 작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화약류는 완제품 상태에서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공구 틈에 남은 잔류물, 분진, 세척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찌꺼기, 추진제 성분이 섞인 세척물도 조건에 따라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물론, 한화에어로 측에서도 전문가인만큼 이런 것을 알았겠지만, 결국 사고는 막을 수 없었던 셈이다. 

 

고체연료, 또는 고체 추진제는 로켓과 미사일을 앞으로 밀어내는 힘을 만드는 핵심 물질이다. 추진체 내부에 고체 상태로 들어가 있다가 점화되면 빠르게 연소하며 고온·고압의 가스를 만드는데, 이 가스가 노즐을 통해 분출되면서 로켓이나 미사일이 추진력을 얻는다. 액체연료보다 보관과 운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제조와 충전, 가공 과정에서는 마찰, 충격, 정전기, 온도 변화 등에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은 이런 추진체계와 관련된 핵심 방산 생산 거점으로 꼽힌다. 대형 추진기관 개발·생산, 추진제 혼화·충전, 전술지대지 무기체계 개발·생산 등 로켓과 미사일의 추진력을 만드는 공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추진제 혼화는 연료와 산화제, 결합제 등 여러 성분을 정해진 비율로 섞는 과정이고, 충전은 그렇게 만들어진 추진제를 추진체 내부에 넣는 작업이다. 이번 사고가 난 세척공실은 이 같은 제조 과정에서 쓰인 공구와 설비를 다시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 잔류 화약류를 제거하는 후처리 공정으로 볼 수 있다.

 

사고 당시 7명 작업…인원·절차·위험평가 조사 쟁점

 

사고 당시 작업 인원이 적정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확인된 것은 사고 당시 56동 내부에 7명의 작업자가 있었다는 점이다. 다만 이 공정에 평소 몇 명이 투입됐는지, 이날 작업 인원이 통상 수준이었는지, 위험 작업 기준상 적정 인원이었는지는 아직 당국 조사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 세척공실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다고 판단된 공정이었다면, 그 판단이 어떤 기준으로 이뤄졌는지도 따져볼 대목이다.

 

수사와 감식의 초점은 폭발 원인뿐 아니라 작업 방식 전반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세척 대상 공구에 어떤 화약 성분이 얼마나 남아 있었는지, 세척 전 잔류물 제거 절차가 있었는지, 작업자들이 어떤 순서로 어떤 장비를 사용했는지, 정전기나 마찰을 막는 조치가 충분했는지 등이 핵심이다. 특히 위험도가 낮다고 분류된 공정이 실제 현장에서는 어떻게 관리됐는지, 사고 전 비슷한 이상 징후나 아차 사고가 보고된 적은 없는지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

 

한화 측은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는 사고 현장에서 “안전해야 할 일터에서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 송구하고 참담하다”며 “같은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회사의 안전체계를 근본부터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사고 수습을 지시했다. 김 회장은 “고인들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께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희생된 직원들에 대한 예우와 유가족 지원, 부상자 치료를 신속하게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만큼 한화가 유가족 지원과 부상자 치료, 현장 수습, 관계기관 조사 협조에 적극 나서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중요한 일이다.

 

한편, 이번 사고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발생한 세 번째 대형 폭발 참사라는 점에서도 파장이 크다. 2018년 5월에는 대전사업장 51동 충전공실에서 로켓 추진체에 들어가는 고체연료 관련 작업 중 폭발이 발생해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충전공실은 추진체 내부에 고체연료를 넣는 핵심 공정과 관련된 장소였다.

 

2019년 2월에는 70동 추진체 이형공실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작업자 3명이 숨졌다. 이형공실은 추진체에서 화약 또는 추진체 관련 물질을 분리하거나 빼내는 공정과 관련된 곳으로 알려졌다. 2018년은 충전, 2019년은 이형, 2026년은 세척 공정에서 사고가 난 셈이다. 공정 명칭은 달랐지만, 모두 로켓 추진체와 화약류를 다루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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