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당국의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사고 이튿날인 2일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공단 등이 합동 감식에 들어갔다. 5명이 숨지고 2명이 중경상을 입은 대형 참사인 만큼, 수사당국은 폭발이 시작된 지점과 인화성 물질의 존재 여부, 작업 절차상 문제, 안전관리 체계까지 폭넓게 들여다보고 있다.
대전경찰청은 2일 오전 10시쯤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시작해 오후 4시 40분쯤 마무리했다. 감식은 약 6시간 40분 동안 진행됐고, 경찰과 소방, 국과수,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 등 5개 관계기관에서 모두 34명이 투입됐다. 일부 유족도 감식 과정에 참여해 현장을 지켜봤다.
감식의 핵심은 사고가 난 56동 세척공실이었다. 이곳은 로켓 추진체 제조 과정에서 사용된 공구와 설비에 묻은 화약류나 추진제 잔류물을 물과 세제 등으로 씻어내는 공간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일인 1일 오전 10시 59분쯤 이곳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발생했고, 내부에 있던 작업자 7명 가운데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수사당국은 세척공실 안에서 실제 폭발이 시작된 지점을 찾는 데 주력했다. 폭발과 화재로 현장이 크게 훼손된 데다 건물 내부 구조물 일부가 무너져 내려, 감식반은 중장비를 동원해 벽체와 가림막 철골 등을 걷어낸 뒤 발화부로 추정되는 지점을 확인했다. 수사당국의 한 관계자는 "사고 원인을 곧바로 특정하기 어려운 만큼, 현장에서는 그야말로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듯 잔해 하나하나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수거한 연소 잔해물과 폭발 추정 지점 주변 물질 등을 국과수에 보내 정밀 감식을 의뢰하기로 했다. 인화성 물질이 있었는지, 화약류 잔류물이 어떤 상태였는지, 정전기나 마찰, 충격, 화학반응 등이 폭발로 이어졌는지는 육안 확인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거물 분석 결과가 나와야 폭발 원인에 대한 윤곽도 잡힐 것으로 보인다.
원인 규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고 당시 현장을 직접 촬영한 CCTV가 없었기 때문에 폭발 직전에 근로자들이 어떤 공구를 어떤 순서로 세척했는지, 어느 지점에서 최초 폭발이 일어났는지 등을 재구성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니면 이를 확인하기가 매우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수사당국은 현장 감식 결과와 함께 생존자 진술, 동료 직원 조사, 작업일지와 안전관리 자료 확보 등을 통해 사고 직전 상황을 복원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미 경상을 입은 현장 주임과 사고 당일 비번이었던 동료 직원 등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에게는 평소 56동 세척공실에서 어떤 작업이 이뤄졌는지, 작업 인원과 절차가 어떻게 운영됐는지, 세척 전후 안전 지침이 마련돼 있었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회사 측으로부터 작업 매뉴얼과 안전관리 자료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 부분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노동당국은 해당 공정의 위험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화약류 잔류물 세척 작업에 필요한 안전조치가 마련돼 있었는지, 작업자 보호와 대피 기준이 적정했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사고 원인 규명의 첫 번째 쟁점은 ‘세척’ 공정의 실제 위험성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사고 직후 로켓 추진체 제조 과정에서 사용된 공구에 묻은 화약을 씻어내던 중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로켓 추진체 제조 과정에서 다양한 공구가 사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묻은 화약을 세척하는 공정 중에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2018, 2019년도 사고 이후 큰 비용을 들여 해당 공정을 자동화 및 정리화시켰는데 오늘 사고 공정은 당초 위험에 대해 크지 않다고 인지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공정에서 5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서, ‘위험도가 크지 않다’는 판단이 적절했는지가 수사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세척공실은 이름만 보면 단순한 후처리 작업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로켓 발사체에 들어가는 고체 추진제인 화약을 만들 때 사용한 공구들을 물과 세제로 씻는 곳이다. 공구나 배관에 남은 추진제 잔류물, 분진, 찌꺼기, 세척액과 섞인 화약 성분이 어떤 조건에서 폭발성을 가질 수 있는지가 감식의 주요 대상이다.
사고 당시 작업 인원도 조사 대상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폭발 당시 56동 내부에는 7명이 있었고, 이 가운데 5명이 숨졌다. 수사당국은 평소 이 공정에 몇 명이 투입됐는지, 사고 당일 작업 인원이 통상 수준이었는지, 고위험 물질을 다루는 작업치고 한 공간에 너무 많은 인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도 따질 것으로 보인다. 위험작업에서는 작업 인원 최소화, 원격화, 차폐, 대피 거리 확보 등이 중요한데, 이 기준이 현장에서 어느 정도 지켜졌는지가 관건이다.
희생자들의 신원 확인과 사망 원인 규명 절차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희생자들의 신원 확인을 위해 국과수에 DNA 감정을 의뢰했고, 사망 원인 확인을 위한 부검도 진행하고 있다. 폭발과 화재로 시신 훼손이 심한 경우가 있어 최종 신원 확인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한화 측은 사고 수습과 유가족 지원에 나섰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는 사고 현장을 찾아 “무엇보다 안전해야 할 일터에서 일하시던 분들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며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이번 사고에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유가족 지원과 부상자 치료, 관계당국 조사 협조, 안전체계 재점검 방침도 밝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그룹 차원의 수습을 지시했다. 김 회장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던 직원들이 숨지고 다쳤다는 소식에 애통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며 “깊은 애도와 함께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유명을 달리한 직원들에게 최선의 예우를 하고 유가족 지원과 부상자 치료 등 피해 수습을 정성을 다해 신속하게 실행하라”고 당부했다. 한화그룹은 사고 수습을 위해 그룹 차원의 특별 대응 태스크포스도 구성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