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시각] 한화에어 폭발.. 하인리히 법칙은 여전히 존재한다

반복되는 참사 구조... 밑단부터 살펴봐야
수사도 처벌 위주보단 원인 확인 및 예방에 초점 둬야
한화 김승연 회장 적극 수습 밝혀.. '지나친 안전'이 답

 

한국재난안전뉴스 |

 

폭발은 한순간이었다. 그러나 참사는 결코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또다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로켓 추진체와 화약류를 다루는 국내 핵심 방산 시설에서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단순한 산업현장 사고라고 부르기에는 피해가 너무 컸고, ‘불의의 사고’라고 넘기기에는 같은 사업장에서 반복된 비극의 무게가 너무 안타깝고 무겁다. 

 

이번 사고는 로켓 추진체 생산 과정에서 사용된 공구나 설비에 묻은 화약류를 세척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확한 원인은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합동 감식을 통해 가려져야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도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왜 같은 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되풀이됐는가. 그리고 왜 한 번의 폭발이 또다시 다수의 생명을 앗아가는 참사로 이어졌는가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은 이미 대형 폭발 사고를 겪은 곳이다. 2018년에는 로켓 추진체 관련 작업 중 폭발이 발생해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2019년에도 추진체에서 분리하던 화약이 폭발해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사고까지 더하면 같은 사업장에서 폭발로 숨진 노동자는 13명에 이른다. 숫자는 차갑지만, 그 안에는 누군가의 아버지와 아들, 동료와 가족의 삶이 있다. 세 번의 사고를 단순히 ‘각각의 사고’로만 분리해 볼 수 없는 이유다.

 

산업안전 분야에는 잘 알려진 ‘하인리히의 법칙’이 있다. 지난 1931년 미국의 허버트 하인리히가 경험칙을 연구해 내놓은 법칙인데,  1건의 대형사고 뒤에는 29건의 경미한 사고와 300건의 아차 사고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숫자 자체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이 법칙이 말하는 핵심은 분명하다. 대형 사고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장에는 이미 크고 작은 이상 신호가 있었고, 불안전한 행동과 불안전한 상태가 반복됐으며, 운 좋게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순간들이 누적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인간의 행동은 거의 100년전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고도 단지 ‘그날 그 순간’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세척 과정에서 어떤 물질이 폭발했는지, 정전기나 마찰이 원인이었는지, 작업 절차가 지켜졌는지 확인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전에 비슷한 위험 징후는 없었는지, 잔류 화약이나 분진, 슬러지의 위험성은 충분히 관리됐는지, 작업자들은 평소 위험을 보고했는지, 보고했다면 조직은 그것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였는지, 작은 이상을 작은 일로 넘긴 문화가 없었는지를 철저하게 묻고 또 물어야 한다. 

 

하인리히의 법칙은 결국 안전관리의 초점을 ‘사고 이후’가 아니라 ‘사고 이전’으로 옮기라는 경고다. 대형 참사가 발생한 뒤 원인을 찾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진짜 안전관리는 사망 사고가 나기 전에, 경미한 사고와 아차 사고 단계에서 멈춰 세워야 한다. 작업자가 “이건 조금 위험하다”고 느끼는 순간, 설비에서 작은 이상이 반복되는 순간, 절차와 실제 작업 사이에 차이가 생기는 순간, 그때 조직이 반응해야 한다. 참사는 대개 그런 순간들을 놓친 결과다. 대부분이 이른바 사람의 실수(human error)에서 오기 때문이다.

 

방산 공정은 본질적으로 위험하다. 로켓 추진체, 고체연료, 화약류, 점화물질을 다루는 일은 작은 마찰, 정전기, 잔류물, 온도 변화, 작업 순서의 이탈만으로도 치명적 결과를 부를 수 있다. 위험 자체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면, 위험이 사람에게 닿지 않도록 여러 겹의 방어막을 세우는 것이 안전관리의 기본이다. 작업 인원을 줄이고, 작업 공간을 분리하고, 차폐 설비를 강화하고, 가능한 공정은 원격화해야 한다. 위험한 물질을 다루는 현장일수록 사람의 숙련도나 주의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참사가 반복됐다는 것은 그 방어막 어딘가에 구멍이 있었다는 뜻이다. 사고 직후에는 늘 원인 조사가 이뤄지고, 재발 방지 대책이 발표되고, 책임자 처벌이 거론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현장은 다시 움직이고, 공정은 다시 반복되며, 위험은 익숙한 일상이 되고 만다. 이른바 만성화의 고질적인 병폐가 어느 사업장을 막론하고 시작되는 것이다. 고위험 사업장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위험 그 자체가 아니라 위험에 익숙해지는 조직의 문화다. “그동안 괜찮았다”는 경험은 안전의 증거가 아니라, 때로는 다음 사고를 부르는 착각일 수 있다.

 

특히 이번 사고가 발생한 세척 공정은 이름만 보면 단순하고 보조적인 작업처럼 들린다. 하지만 화약류가 묻은 공구나 설비를 세척하는 과정은 결코 낮은 위험의 작업이 아니다. 폭발물은 완제품 상태에서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남아 있는 잔류 화약, 분진, 슬러지, 세척액과 섞인 물질도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폭발 위험을 가질 수 있다. ‘세척’이라는 말이 주는 일상적 이미지가 오히려 위험의 본질을 가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방산 사업장의 세척은 '청소'가 아니라 또 하나의 '폭발물 취급' 공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고의 핵심은 “무엇이 폭발했는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왜 그 순간 그 공간에 사람이 있었는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고위험 작업에서 사람은 마지막 방어선이어서는 안 된다. 사람을 위험 안으로 들여보낸 뒤 조심하라고 말하는 방식은 안전이 아니다. 진짜 안전은 위험한 순간에 사람이 그곳에 있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작업자의 실수 여부를 따지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수를 해도 죽지 않게 만드는 구조, 작은 이상이 대형 참사로 번지지 않게 막는 구조가 있었는지를 따져야 한다.

 

다행인 것은 한화 측이 적극적으로 숨김 없이 사고 수습에 나섰다는 점이다. 한화 그룹에서 전사적으로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나서는 것은 물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즉각적으로 이번 사고와 관련해 “고인들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께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희생된 직원들에 대한 예우와 유가족 지원, 부상자 치료를 신속하게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만큼 기업이 유가족 지원과 부상자 치료, 현장 수습, 관계기관 조사 협조에 책임 있게 나서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중요한 일이다. 사고 직후의 신속한 수습과 예우는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첫 단계다. 

 

다만 사고 수습이 사고 예방을 대신할 수는 없다. 유가족 지원과 부상자 치료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는 것과 별개로, 왜 참사가 반복됐는지에 대한 구조적 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한화가 진정으로 책임 있는 기업의 모습을 보이려면, 이번 사고의 원인 조사에 적극 협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 사고 이후 세운 재발 방지 대책이 실제로 현장에서 작동했는지까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피해자 예우는 말과 지원으로 시작되지만, 완성은 같은 죽음을 반복하지 않는 변화에 있다. 

 

방산 산업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 보안과 시설 보안은 중요하다. 그러나 보안이 안전의 그늘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외부 감시가 약해지고, 특수한 공정이라는 이유로 일반적 기준보다 느슨한 설명이 허용된다면 위험은 더 깊숙이 숨어든다. 오히려 이번이 기회인 것이다. 더 철저한 예방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국가를 지키는 산업이라는 이름은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까지 지킬 때 비로소 설득력을 갖는다.

 

수사도 철저히 이뤄져야겠지만, 처벌 위주로만 돼서는 안된다. 국가방안산업인만큼, 무엇이 원인인지를 제대로 밝혀야 한다. 그래야 반복사고를 면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사고 이후 재발 방지 대책은 실제로 이행됐는지, 위험성 평가는 문서에만 존재한 것은 아닌지, 경영책임자는 반복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필요한 조치를 다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하인리히의 법칙이 말하는 수많은 경미 사고와 아차 사고를 조직이 제대로 보고받고 관리했는지도 들여다봐야 한다.

 

참사 이후의 사과와 예우는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유가족과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애도의 말이 아니라, 다시는 같은 죽음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검증 가능한 변화다. 작은 위험 신호가 묵살되지 않는 구조, 현장 노동자가 위험을 말할 수 있는 구조, 위험 공정을 사람의 주의력보다 시스템으로 통제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 방산의 상징적 기업이다. 방산 수출이 국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우주·미사일 기술이 첨단 산업의 미래로 이야기되는 시대다. 그러나 첨단 기술의 성취가 현장 노동자의 희생 위에 세워져서는 안 된다. 세계적 방산 기업을 말하려면, 세계적 수준의 안전 시스템도 함께 말해야 한다. 생산성과 수주 실적, 기술력과 수출 성과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공정을 움직이는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능력이야말로 진짜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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