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국내 방위산업의 핵심 기지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또다시 대형 폭발 참사가 발생해 노동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과거 유사한 폭발 사고로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도 안전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이번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책임자를 정조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방산업계와 노동계는 이번 사고를 두고 ‘예고된 인재(人災)’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공장(옛 한화 대전공장)의 고체 추진제 관련 폭발 참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8년 5월에는 로켓 추진용기에 고체연료를 충전하던 중 폭발이 발생해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이로부터 불과 9개월 후인 2019년 2월에는 추진체 이형공실에서 또다시 폭발이 일어나 근로자 3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1일 동일한 사업장에서 세척 작업 중 또다시 폭발사고가 발생해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불과 8년 사이에 같은 사업장에서만 세 차례의 대형 폭발 사고로 무려 1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과거 사고 당시에도 ‘표준작업 지시서 미준수’, ‘관리·감독 부실’이 원인으로 지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의 위험 요인을 완벽히 통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기업의 고질적인 안전 관리 부실과 불감증이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최고경영책임자 실형을 살까...중대재해처벌법 적용할 듯
가장 이목이 쏠리는 부분은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수위다. 과거 2018년, 2019년 사고 당시에는 공장 관계자들이 업무상 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대부분 집행유예와 벌금형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 참사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의 안전조치 의무를 극도로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돼 시행 중이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제6조(벌칙)는 ‘동종 참사가 반복되거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하여 1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법인 대표 등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돼있다.
법조계와 노동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복성’에 따른 가중 처벌 소지가 큰 것이다.
과거 두 차례나 대형 사망 사고가 있었던 취약 공정임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참사가 발생한 것은 경영책임자가 위험 요인을 인지하고도 방치했거나, 실효성 있는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하지 않았다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와 검찰은 손재일 대표이사를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법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했는지 파헤칠 예정이다. 서류상 매뉴얼만 마련해 두고 실질적인 현장 개선 노력이 없었다고 판단될 경우, 대기업 방산 계열사 최고경영자가 구속되거나 실형을 선고받는 첫 선례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사고 직후 이재명 대통령이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해 사고 수습에 대처하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정부와 사법당국의 움직임도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검경 전담수사팀이 밝혀내야 할 것은?
검찰과 경찰은 사고 당일 1일 오후 즉시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 역시 해당 사업장에 대해 즉각적인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특별감독에 돌입했다.
전담수사팀은 점성 물질인 고체 추진제를 용기에 주입하고 닦아내는 세척 공정 중에서 어떤 원인(마찰, 정전기, 화학 반응 등)으로 폭발이 촉발되었는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합동 감식을 통해 밝혀낼 예정이다.
화약 및 고체 추진제는 아주 작은 마찰이나 정전기, 혹은 표준 매뉴얼을 벗어난 미세한 행위만으로도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극위험 물질이다.
한화 관계자는 1일 참사 현장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2018년과 2019년도 사고 이후 큰 비용을 들여 해당 공정을 자동화 시켰다. 오늘 사고 공정은 당초 위험에 대해 크지 않다고 인지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공정에서 사용하는 화약은 물과 접촉하면 무력화하며, 세척 공정은 물을 다량 사용한다”며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됐는지 찾아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허록 노조위원장은 대전공장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에어로스페이스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장, 노동자가 존재하는 곳은 특별히 ‘어디가 위험하다, 덜 위험하다’는 것은 없다. 다 위험하다”라고 반박했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학과 명예교수는 언론에 “주로 고체 미사일에 들어가는 추진제에는 알루미늄이 들어가는데, 알루미늄가루는 정전기에 매우 취약하다”며 “그러다 보니 작업장 전체에 무정전 시설에 방진복, 접지 등 각종 안전 수칙을 갖춰도 공정 자체가 위험해 100% 사고가 안 날 거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약한 정전기라도 폭발로 이어질 수 있어 이를 차단하고 없애기 위한 안전조치가 필요한데, 어떤 부분에서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수사팀은 또 정규직 3명 외에 20대 계약직 근로자 2명이 포함된 만큼, 위험 작업에 대한 사전 안전 교육이 충분했는지, 현장 감독관이 배치되었는지, 방폭 설비가 정상 작동했는지를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방산 강국을 외치며 K-방산의 선두 주자로 우뚝 섰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참사로 인해 ‘노동자의 목숨을 담보로 한 성장’이라는 거센 비판과 함께, 창사 이래 가장 강력한 사법적 처벌을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