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NOW] 네탄야후, 26년來 레바논 심장부 진격.. 또다른 중동전쟁 뇌관인가

이스라엘군, 리타니강 넘어 보포르트 능선 장악.. 2000년 철수 이후 최심부 진입
네탄야후 “전략의 극적 변화” 선언.. 헤즈볼라 위협 제거 명분 속 장기 점령 우려
레바논 “집단적 처벌” 반발, 프랑스도 안보리 소집 요구.. 또다른 중동전쟁 뇌관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 리타니강을 넘어 보포르트 능선과 보포르트성을 장악하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중대 분기점에 섰다. 이스라엘군의 이번 진입은 2000년 남부 레바논 철수 이후 26년 만에 가장 깊은 레바논 영토 내 군사작전으로 평가된다.

베냐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를 “전략의 극적인 변화”라고 규정하며 헤즈볼라가 장악했던 지역에 대한 통제 확대를 공개적으로 시사하고 나면서, 또다른 중동전쟁의 씨앗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에 이은 또 다른 뇌관이 21세기에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1일 NBC와 A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헤즈벌라의 거짐인 레바논 남부에 대한 진입을 강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번 작전을 헤즈볼라의 로켓·드론 공격을 차단하기 위한 안보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레바논 정부와 프랑스 등 국제사회는 이를 레바논 주권 침해이자 사실상 점령 확대라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때문에 4월 중순 이후 명목상 휴전이 유지돼 왔지만, 보포르트성 점령으로 휴전의 틀은 사실상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이란 전쟁을 빌미로 중동의 어수선한 틈을 타 이스라엘 영토확장의 계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리타니강 넘은 이스라엘군.. ‘완충지대’ 넘어 점령 확대 신호

이번 작전의 상징성은 리타니강에 있다. 리타니강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충돌의 군사적·외교적 기준선처럼 여겨져 왔다. 2006년 제2차 레바논 전쟁 이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1701호도 헤즈볼라 등 무장세력이 리타니강 남쪽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레바논 남부 국경지대에서 헤즈볼라의 군사시설을 제거하겠다는 명분으로 공습과 제한적 지상작전을 벌여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리타니강을 넘어 보포르트 능선까지 진입했다. 단순한 국경 방어가 아니라 레바논 남부 깊숙한 지역을 군사적으로 통제하려는 단계로 넘어간 셈이다.

 

보포르트성은 나바티예 인근 산악지대에 자리한 중세 성곽이다. 남부 레바논과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지역을 동시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고지여서 군사적 가치가 크다. 이스라엘군은 1982년 레바논 침공 당시 이 성을 장악했고, 2000년 철수 때까지 남부 레바논 점령의 상징적 거점으로 활용했다. 이번 재점령이 “26년 만의 최심부 진격”으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이스라엘 카츠는 보포르트 능선 장악을 “갈릴리 주민을 방어하고 병력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핵심 전략 거점 확보”라는 설명했으나 설득력은 약하다. 반면 레바논 측은 이스라엘이 군사적 필요를 넘어 남부 레바논을 다시 장기 점령하려는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네탄야후의 ‘전략 변화’.. 안보인가, 장기전의 문인가

네탄야후 총리는 보포르트성 장악을 두고 “극적인 단계”이자 “정책의 극적인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헤즈볼라가 장악했던 지역에 대해 더 깊고 넓은 통제권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놓았다. 이는 이스라엘의 목표가 더 이상 국경 인근 위협 제거에만 머물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헤즈볼라는 하마스보다 더 강력한 비국가 무장세력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를 근거지로 수만 발의 로켓과 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 북부 도시들은 헤즈볼라의 사정권 안에 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단순한 레바논 내 정파가 아니라 이란의 전초기지로 간주한다.

 

그러나 문제는 군사작전의 출구다. 이스라엘이 남부 레바논의 고지와 마을을 장악한다고 해서 헤즈볼라의 군사력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헤즈볼라는 점령지 안팎에서 게릴라전과 로켓 공격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1982년 침공 이후 이스라엘이 남부 레바논에 장기간 주둔했다가 결국 2000년 철수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점령은 안보를 보장하기보다 저항의 명분을 키웠고, 헤즈볼라의 정치·군사적 위상을 오히려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1982년 침공, 2000년 철수그리고  2006년 전쟁의 기억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충돌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1982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 PLO를 몰아낸다는 명분으로 레바논을 대규모 침공했다. 이스라엘군은 베이루트까지 진격했고, 이후 남부 레바논을 사실상 완충지대로 삼아 장기간 점령했다.

 

하지만 점령은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레바논 내 시아파 세력을 기반으로 헤즈볼라가 성장했고, 이란 혁명수비대의 지원을 받으며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 저항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결국 이스라엘은 국제적 압력과 지속적인 군사적 부담 속에 2000년 남부 레바논에서 철수했다.

 

2006년에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를 납치하면서 제2차 레바논 전쟁이 벌어졌다. 이스라엘은 대규모 공습과 지상군 투입에 나섰지만, 헤즈볼라를 완전히 무력화하지 못했다. 전쟁은 막대한 민간인 피해와 레바논 기반시설 파괴를 남겼고,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전쟁 수행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이번 보포르트성 장악은 이 역사적 기억을 다시 불러내고 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위협 제거”를 말하지만, 레바논과 국제사회는 “점령의 재개”를 우려한다. 남부 레바논 주민들에게 보포르트성은 단순한 고성이 아니라 과거 이스라엘 점령기의 상징이기도 하다.

 

국제사회 반발.. 프랑스 “정당화될 수 없다”

국제사회의 우려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프랑스 외무장관 장노엘 바로는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를 요청하며 “이스라엘의 자위권은 인정하지만, 레바논 영토에 대한 군사작전 지속과 더 깊은 점령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레바논 총리 나와프 살람도 이스라엘의 공격을 “초토화 정책과 집단적 처벌”로 규정하면서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그는 남부 도시와 마을의 파괴, 주민 강제 이주가 이스라엘에 안보도 안정도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화유산 훼손 우려도 제기된다. 보포르트성은 십자군 시대 성곽으로, 레바논 남부의 대표적 역사유산이다. 레바논 문화장관 가산 살라메는 보포르트성과 티레 등 남부 유적지 보호 필요성을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유네스코는 2024년 레바논 내 34개 문화유산에 임시 강화보호 지위를 부여했으며, 이 가운데 보포르트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적 피해 확대.. ‘안보 작전’의 대가

이번 충돌의 가장 큰 피해자는 민간인이다. AP 등에 따르면 3월 이후 레바논에서는 3,300명 이상이 숨지고 100만 명 이상이 피란길에 올랐으며, 레바논 측 집계를 인용해 사망자가 3,370명을 넘고 피란민은 120만 명 이상이다. 이스라엘 측도 군인과 민간인 등 2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자흐라니강 이남 일부 지역을 전투구역으로 지정하고 주민들에게 대피를 요구했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질수록 대피는 생존의 문제가 된다. 주거지와 병원, 도로, 전력망이 파괴되면 피란민은 다시 돌아갈 곳을 잃는다. 이스라엘이 말하는 ‘안보’가 레바논 주민들에게는 ‘생활 기반의 붕괴’로 다가오는 이유다.

 

전망.. 또 다른 중동전쟁의 뇌관 되나

향후 관건은 이스라엘이 어디까지 들어가고, 얼마나 오래 머무를 것인가다. 만약 이스라엘이 보포르트 능선과 리타니강 이북 일부 지역을 단기 작전 거점으로만 활용한다면 외교적 중재 여지는 남아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을 장기 점령하거나 자흐라니강까지 새로운 방어선으로 삼으려 할 경우, 전쟁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

 

헤즈볼라는 점령지를 빼앗긴 채 물러설 가능성이 낮다. 이란 역시 헤즈볼라를 통해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전략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레바논 남부는 다시 장기 소모전의 무대가 될 수 있다. 이스라엘이 원하는 ‘안전한 북부 국경’은 오히려 더 멀어질 수 있다.

 

미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휴전 협상도 시험대에 올랐다. 워싱턴에서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대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군사작전이 확대되면, 협상은 평화의 통로가 아니라 전장 상황을 추인하는 절차로 전락할 수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이스라엘의 군사적 승리 여부만이 아니다. 보포르트성 장악은 전술적으로는 고지 확보지만, 전략적으로는 과거 레바논 점령의 기억을 되살리는 사건이다. 중동 전문가들은 "네탄야후 정부가 이를 ‘전략 변화’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새로운 영토확장을 위한 명분이며, 중동에서 또 하나의 중동전쟁을 여는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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