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슈] 시내도로 162km 빗길 '광속질주' 대학생 3명 사망

창원 중앙대로 제한속도 60km 구간서 사고 직전 시속 161km 확인
같은 대학 같은 학과 동기 3명 참변.. 빗길 수막현상·초과속 위험 다시 도마에
빗길 제동 거리, 마른 노면보다 80% 증가.. 안전운전 철저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비가 내린 새벽, 창원 도심 한복판에서 대학생 3명이 탄 승용차가 주차된 버스를 들이받아 탑승자 전원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탑승자 전원 사망이라서 원인 판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빗길 초과속’이 부른 참사였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찰이 사고 차량의 사고기록장치, 사고기록분석장치(EDR)을 분석한 결과 사고 직전 차량 속도가 시속 161km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가 난 창원 중앙대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60km였다. 제한속도의 2.7배에 가까운 속도로 도심 도로를 달린 셈이다.

 

31일 창원중부경찰서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27일 오전 5시 2분쯤 경남 창원시 성산구 신월동 중앙대로에서 발생했다. 창원시청에서 경남도청 방면으로 달리던 이 승용차가 도로에 세워져 있던 버스 뒷부분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운전자인 20대 남성 A씨와 동승자 2명 등 차량에 타고 있던 20대 남성 3명이 모두 현장에서 숨졌다. 이들은 같은 대학교 같은 학과 동기 사이로 알려졌다. A씨는 부모 차량을 빌려 운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내 도로에서 속도제한 시속 60km보다 100km 초과 질주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속도는 충격적이다. EDR 분석 결과, 사고 3.5초 전 승용차의 속도는 시속 161km였다. 중앙대로 제한속도인 시속 60km를 훨씬 넘는 속도다. 경찰은 사고 직전 차량이 핸들을 꺾거나 제동을 시도한 정황도 확인했다. 비로 젖은 노면에서 고속으로 달리다 차량이 제어력을 잃었을 가능성을 보고 있다.

 

사고 당시 승용차는 편도 5차로 도로에서 3차로를 달리다 5차로에 주차돼 있던 버스를 들이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현장에 있던 버스는 주차 허용 시간대가 아닌 시간에 세워져 있었고, 주차 금지 구역인 황색 복선에도 걸쳐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경찰은 현재까지 버스 위치가 사고의 직접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음주 여부 확인은 쉽지 않게 됐다. 경찰은 숨진 대학생 3명의 혈액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음주 여부 등을 확인하려 했지만, 검찰이 ‘공소권 없음’ 사건이라는 이유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서 감정 절차는 무산됐다.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만큼 정확히 왜 이처럼 빠른 속도로 달렸는지는 주변인 조사와 차량 기록, 현장 분석 등을 통해 추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탑승자 주변 인물과 주차된 버스 운전사 등을 불러 사고 전후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빗길 과속은 사고위험 급배속 증대.. 제동거리 80% 증가

이번 사고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빗길 운전의 위험성이다. 비가 내린 도로에서는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 얇은 물막이 생길 수 있다. 이른바 수막현상이다. 수막현상이 발생하면 타이어가 도로를 제대로 붙잡지 못하고 물 위를 떠가는 것처럼 움직인다. 이때 운전자가 핸들을 꺾거나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량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 속도가 빠를수록 수막현상은 더 쉽게 발생하고, 한 번 차량이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운전대로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한 수준이다. 

 

빗길에서는 제동거리도 크게 늘어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승용차의 빗길 제동거리는 마른 노면보다 약 80% 증가할 수 있다. 마른 도로에서 30m 안팎에 멈출 수 있는 상황도 젖은 도로에서는 50m 이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번 사고 차량의 속도가 일반적인 감속 운전과는 정반대였다는 점이다. 제한속도 60km 구간에서 시속 161km로 달렸다면 1초에 약 44.7m를 이동한다. 사고 3.5초 전 속도가 유지됐다고 단순 계산하면 충돌 전 불과 몇 초 사이 차량은 150m 이상을 지나간다. 빗길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운전자가 상황을 인지하고, 브레이크를 밟고, 차량이 실제로 멈추기까지 필요한 거리를 고려하면 사실상 방어운전은 불가능한 수준이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장마철 빗길 교통사고 치사율이 맑은 날보다 높고, 젖은 노면을 고속 주행할 경우 타이어와 노면 사이 수막으로 차량이 미끄러질 수 있다"며 20~50% 감속과 충분한 안전거리 확보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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