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NOW] 라오스에서 금광에 갇힌 주민, 10일 만에 극적 구조

라오스 중부 사이솜분주 동굴서 5명 구조, 2명 실종
폭우로 물 차오르고 출구 막혀
태국·핀란드 등 국제 구조팀 투입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라오스에서 제대로 된 장비도 갖추지 않은 채, 그냥 먹고 살기 위해 금을 캐러간 마을 주민이 열흘 만에 극적으로 구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라오스 중부 산악지대의 동굴에서 폭우로 동굴에 물이 차면서 발생한 이번 구조에는 국제 구조팀까지 출동하면서 마치 영화 장면 같은 스토리가 전개됐다. 
 

31일 NBC와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라오스 사이솜분주의 한 동굴에 갇혔던 주민 7명 중 1명은 지난 29일 밤 먼저 구조됐고, 나머지 4명은 30일 추가로 구조됐다. 금 캐러간다고 들어간 지 열흘만이다. 이들은 지난 19일 동굴에 들어간 뒤 폭우로 물이 갑자기 불어나면서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구조된 주민들은 진흙투성이 상태였고, 일부는 산소마스크와 보온 담요를 두른 채 의료진에게 인계됐다.

 

먹고 살기 위해 사금 찾으러 들어간 주민들

이들이 동굴에 들어간 이유는 금 등 광물을 찾기 위해서였다. 외신들은 이들을 대형 광산업체 소속 전문 광부가 아니라, 생계를 위해 금광석을 찾아 나선 지역 주민들로 전했다. 당시 이 동굴에 들어간 일행 중 1명은 폭우로 인해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 초기에 가까스로 빠져나와 당국에 신고했고, 이 신고를 계기로 이번 구조작업이 시작됐다.

 

사고는 우기가 시작된 시점에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폭우가 내리면서 동굴 안으로 흙탕물이 밀려들었고,  모래와 자갈이 출구 쪽 통로를 막았다. 이 동굴은 과거에도 기계를 이용한 금 채굴 등이 있어서 내부는 자연 동굴과 과거 채굴 흔적이 얽힌 복잡한 구조였고, 일부 통로는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고, 물에 잠긴 구간도 많아 구조대 접근이 쉽지 않았다.

 

바위 위에서 어떻게 열흘을 버텼나

구조대가 생존자들을 발견한 곳은 동굴 입구에서 무려 안으로 약 300m 떨어진 안쪽 공간이었다. 이들은 물 위로 드러난 바위 턱에 모여 있었다고 한다. 현장에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생존자들은 매우 초췌하고, 지치고 굶주린 상태였지만 의식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대는 물과 부드러운 음식, 보온 담요를 먼저 전달했다.

 

다행스럽게 이들이 무려 열흘이나 칠흑 같은 어두운 동굴에서 버틸 수 있었던 데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우선 이들은 다행스럽게도 동굴 안에서 며칠 머물 생각으로 음식과 장비 일부를 챙겨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생존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공기 공급인데, 발견된 지점은 완전히 밀폐된 공간은 아니어서 공기가 통했던 점도 생존에 도움이 됐다. 현지 구조팀 관계자는 "나름 준비한 식량은 장기 고립을 감당할 만큼 충분하지 않았고, 구조 당시에는 체력이 급격히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고 전했다.

 

"커피 안에서 헤엄치는 기분".. 흙탕물 속 구조

구조를 어렵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은 시야였다. 동굴 안으로 흙탕물이 계속 밀려들면서 수중에서는 거의 앞을 볼 수 없었다. 호주 동굴 다이버 조시 리처즈는 현지 구조 환경을 두고 “커피 속을 다이빙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흙탕물이 동굴로 밀려온 탓에 물속에서 시야가 사라지면 구조대원은 줄과 손끝 감각, 동굴 지형에 대한 기억에 의존해 이동했다.

 

특히, 이들의 구조는 더욱 어려웠다. 한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비좁은 구조에 진흑물까지 차있어서, 잠수를 위한 산소통을 이용해야 했다. 동굴에서 주민을 찾은 뒤에는 다시 동굴 밖으로 나와서, 신병을 확보한 주민을 위한 산소통까지 매고, 동굴로 내려갔다고 한다. 이후에는 구출을 위해 주민에게 잠수산소통 사용법을 가르친 뒤에야 밖으로 탈출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태국 구조단체 메타탐 구조 칼라신의 켕카지 봉카웡은 구조 과정에 대해 “온도, 좁은 공간, 움직임 통제, 생존자의 공포 관리가 모두 문제였다”며 "특히 유턴할 공간조차 부족한 좁은 수중 통로를 지나야 하는 점이 매우 위험했다"고 전했다.

 

핀란드, 프랑스 등 국제 잠수 구조팀의 합류

이번 구조에는 라오스와 태국 구조대뿐 아니라 핀란드, 프랑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일본, 호주 등 여러 나라의 전문 다이버들이 참여했다. 일부는 2018년 태국 탐루앙 동굴에서 유소년 축구팀과 코치를 구조했던 작전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대원들이었다.

 

핀란드 출신 동굴 다이버 미코 파시도 현장에 합류했다. 그는 구조 환경이 외진 산악지대와 좁은 동굴 통로, 홍수, 붕괴 가능성이 겹친 어려운 현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첫 구조자는 다이버들의 안내를 받아 물에 잠긴 구간을 빠져나왔다. 생존자가 구조대를 믿고 호흡장비에 의지해야 하는 방식이어서, 작은 실수도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구조대는 추가로 동굴 안으로 흘러드는 물길을 막고, 배수로를 만들고, 펌프를 동원해 물을 빼내야했다. 수위가 낮아지면서 30일에는 남아 있던 4명이 추가 잠수 없이 다이버들의 안내를 받아 걸어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금과 구리 많은 라오스 사이솜분.. "주민, 금 캐는 아르바이트"

사고가 난 사이솜분주는 라오스에서도 금과 구리 등 광물 자원이 많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수도 비엔티안 북쪽에 있는 푸캄 광산은 라오스의 대표적인 구리·금 광산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대규모 광산 개발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동굴이나 폐갱도 주변에서 광물을 찾는 일도 벌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번 주민들이 들어간 동굴에 실제로 상업적 가치가 있는 금이 얼마나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이들이 금광석을 찾기 위해 동굴에 들어갔다고 전했을 뿐, 해당 동굴의 구체적 매장량이나 채굴 가능성은 별도로 확인하지 않았다. 

지난 2018년 태국 탐루앙 동굴 구조에도 참여했던 핀란드 출신 동굴 다이버 미코 파시는 이 동굴의 위험성을 “손으로 판 갱도라 지지 구조물이 거의 없고, 몸이 천장에 계속 닿을 만큼 좁아 붕괴 위험이 크다”며 추가 생존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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