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약병 하나 깨졌는데 재난문자 발송되고”.. 충북대 브롬 누출, 연구실 안전관리 도마에

충북대 첨단바이오연구센터 실험실서 브롬가스 누출.. 학생·연구원 등 병원 치료
청주시 재난안전문자 발송.. 소방당국, 용기 수거·환기 조치 뒤 현장 통제 해제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심하면 폐손상까지 이어질 수 있는 독성물질인 담긴 시약병 하나가 깨지면서 대학 연구동이 한때 멈춰서는 것은 물론, 시민들에게 재난문자까지 보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충북대학교 실험실에서 독성 화학물질인 브롬 가스가 누출된 것인데,  대학 연구실의 유해화학물질 취급과 보관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28일 소방당국과 청주대학교 등에 따르면 사고는 28일 오후 7시 13분쯤 충북 청주시 서원구 개신동 충북대학교 첨단바이오연구센터 미생물 실험실에서 발생했다. 실험실 안에 있던 브롬 시약 용기가 파손되면서 액체 상태의 브롬이 기화했고, 자극성 가스가 실험실 내부로 퍼진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직후 건물 안에 있던 학생과 연구원 등 30여 명은 밖으로 대피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호흡 곤란과 어지럼증, 목 통증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초기에는 병원 이송자가 14명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치료 인원은 17명으로 늘어났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있는 중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화학사고 대응 장비를 갖춘 대원들을 현장에 투입해 실험실 주변 출입을 통제했다. 보호장비를 착용한 대원들은 파손된 시약 용기를 수거하고, 실험실 내부 환기와 잔류 가스 확인 작업을 진행했다. 사고 발생 약 1시간 30분 뒤 추가 누출 위험은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서 현장 안전조치가 마무리됐다.

 

청주시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시민 안전 안내에 나섰다. 시는 사고 발생 뒤 재난안전문자를 통해 충북대 첨단바이오연구센터 주변 접근을 자제하고 인근 차량은 우회해 달라고 알렸다. 대학 실험실 내부 사고였지만, 독성 가스 누출이라는 특성상 주변 확산 가능성과 시민 불안을 고려한 조치였다.

 

사고 원인은 아직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실험 과정 또는 시약 취급 과정에서 브롬이 담긴 용기가 떨어지거나 충격을 받아 깨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과 소방당국, 학교 측은 시약병이 어떤 과정에서 파손됐는지, 브롬이 흄후드 안에서 취급되고 있었는지, 보호구 착용과 대피 안내가 적절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브롬은 이번 사건에서처럼 상온에서 적갈색 액체로 존재하지만 쉽게 기화돼 증발한다. 병이 깨지는 순간 액체가 공기 중으로 퍼지며 가스 형태로 흡입될 수 있다는 뜻이다. 냄새가 강하고 눈과 피부, 호흡기를 자극하며, 고농도에 노출될 경우 기침, 호흡 곤란, 폐 손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피부에 닿으면 화상을 일으킬 수 있어 취급 과정에서 보안경과 보호장갑, 실험복, 적절한 환기설비가 필요하다.

 

특히 브롬처럼 휘발성이 강한 유해화학물질은 소량이라도 밀폐된 실험실에서는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액체 자체의 양은 500㎖에 불과했지만, 기화된 가스가 실험실 안으로 번지면서 대피와 병원 이송, 재난안전문자 발송으로까지 이어졌다. 작은 시약병 하나가 대학 연구동 전체를 멈춰 세운 셈이다.

 

이번 사고는 대학 연구실 안전관리의 취약한 지점을 드러낸 사례다. 대학 연구실은 교수와 연구원, 대학원생, 학부생이 함께 혼재돼서 연구하는 공간으로, 숙련도가 서로 다르고, 야간이나 주말에도 실험과 시약 정리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자칫 큰 사고로를 이어질 수도 있다.

 

연구실에서 가장 흔한 사고는설비 고장보다 작은 부주의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사람의 실수'(human error)로, 시약병을 옮기는 과정, 실험대 위 정리, 뚜껑을 여닫는 순간, 폐시약 처리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사고 원인이 단순 실수인지, 보관·취급 관리 부실인지, 안전설비 미비인지는 조사를 통해 가려지겠만, 연구실의 화학물질 관리는 연구자의 개인 주의에만 맡겨둘 문제가 아니다. 안전 전문가들은 "교육과 보호구, 환기설비, 비상대응 체계가 함께 제대로 된 예방과 대응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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