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반복되는 붕괴 경고, 우리는 왜 안전불감증을 반복하나

침하 징후 뒤 붕괴.. 문제는 ‘위험을 안 뒤 무엇을 했나’
공기 단축보다 작업중지권·감리 독립성 실질화가 먼저다

 

한국재난안전뉴스  | 법무법인(유한)클라스한결 파트너 변호사

 

건설 철거 현장 붕괴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서소문 고가 붕괴는 다소 어처구니가 없다. 돌아가신 분들에게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공사현장소장과 안전진단전문가가 진단과정에서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 사고는 다른 사건보다도 더 크게 우리 사회에 무거운 질문을 던지게 딘다. 사고 당일 이미 구조물 침하 징후가 확인돼 작업이 중단됐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안전진단 과정에서 구조물이 무너졌고 결국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의 정확한 원인과 책임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더라도 이 사고는 단순한 구조물 붕괴가 아니라, 위험 신호를 인지한 뒤 현장 대응 과정에서 발행했다는 점에 문제가 다르다. 

 

최근 논란이 된 삼성역 GTX 공사 구간의 철근 누락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철거 현장에서의 붕괴 사고이고, 다른 하나는 시공 과정의 구조 안전 문제다. 겉모습은 다르지만 두 사건은 모두 건설·인프라 안전관리 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묻고 있다. 도면과 보고서, 점검표 위에서는 안전이 관리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위험은 언제나 서류가 아니라 현장에서 먼저 드러난다는 점이다.

 

우리는 정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쉽게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은 빠른 도시 개발과 대규모 인프라 구축 을 통해 성장해 왔다. 짧은 기간에 도로와 철도, 교량, 고층건물, 지하공간을 만들어낸 경험은 분명 우리 사회의 역량이다.

 

그러나 그 속도 뒤에는 안전을 ‘반드시 지켜야 할 기준’이 아니라 ‘가능하면 줄이고 싶은 비용’으로 보는 관성이 남아 있다. 공기 단축은 성과가 되고, 비용 절감은 효율로 평가되지만, 안전을 위해 멈추는 결정은 여전히 부담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우리가 같은 말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참사는 부실 시공과 관리 부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줬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는 공정 압박과 현장 안전관리 실패가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음을 드러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위험 예측과 통제 실패가 시민의 생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남겼다. 그리고 이번 서소문 고가차도 사고는 위험 징후를 발견한 이후의 판단과 조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서소문 고가 사고에서 수사기관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위험을 알았는가’와 ‘알고 난 뒤 무엇을 했는가’다. 구조물 침하가 확인됐다면 현장에서는 단순 확인이나 점검에 앞서 추가 붕괴 가능성을 차단하는 조치가 선행됐어야 한다.

 

출입 통제는 충분했는지, 임시 지지대나 하중 분산 조치는 이뤄졌는지, 안전진단 인력을 투입하기 전 구조 안정성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그 판단의 책임자는 누구였는지가 핵심이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 여부도 결국 이 지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고가 났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이 아니다. 경영책임자 등이 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실제로 작동하게 했는지를 묻는 법이다. 따라서 이번 사고에서도 단순히 현장 작업자의 과실만 볼 일이 아니다. 발주처, 시공사, 감리, 안전진단 참여 주체 사이에서 위험 정보가 어떻게 공유됐는지, 위험 징후 발생 이후 누가 작업 중지와 현장 진입 여부를 결정했는지, 안전을 우선하는 지휘 체계가 실제로 작동했는지를 살펴야 한다.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권한 중 하나는 작업을 멈출 권한이다. 법과 제도는 이미 일정한 경우 작업중지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가 있다고 해서 현장에서 곧바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위험을 느낀 사람이 작업 중지를 말했을 때 “예민하다”거나 “일정이 밀린다”는 반응이 나온다면, 그 권한은 종이 위의 권한에 그친다. 안전을 이유로 멈추는 사람이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아야 한다. 공사가 늦어지는 것보다 위험을 무시한 채 계속 진행하는 것이 훨씬 큰 비용을 만든다는 인식이 현장에 자리 잡아야 하는 것이다.

 

감리와 안전진단의 독립성도 다시 봐야 한다. 감리는 공사의 속도를 맞춰주는 역할이 아니라 위험을 걸러내는 안전장치다. 안전진단 역시 공정을 계속 진행하기 위한 형식적 절차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발주처와 시공사의 이해관계 속에서 감리와 진단 기능이 위축되면, 현장은 위험 신호를 보고도 제대로 멈추지 못한다. 안전 검증 조직은 공정 압박에서 자유로워야 하고, 필요한 경우 공사를 중단시킬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가져야 한다.

 

공공 인프라 관리 방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 노후 교량과 고가도로, 지하차도, 철도 인접 구조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 요인이 축적된다. 과거처럼 정기 점검과 육안 확인에만 의존해서는 부족하다. 구조물의 변형, 하중 변화, 균열, 침하를 실시간 또는 상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관리체계를 확대해야 한다. 특히 철거 공사는 완성된 구조물을 유지하는 공사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구조물을 절단하고 해체하는 순간 기존의 하중 흐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철거 현장에서는 “괜찮을 것”이라는 추정이 아니라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전제에서 안전계획을 세워야 한다.

 

너무나 우리가 강조한 것. 바로 안전은 비용이 아니다. 사회가 유지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국민소득이 1인당 3만5천달러를 넘어 이미 일본을 넘어섰고, K문화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우리나라의 격에 이제 안전은 사치가 아니다.

 

때문에 철근 몇 개, 임시 지지대 몇 개, 하루 이틀의 공기를 줄여 얻는 이익은 사고 이후 치르는 비용과 비교할 수 없다. 생명 피해는 되돌릴 수 없고, 공공기관과 기업에 대한 신뢰도 한순간에 무너진다. 시민은 도로와 철도, 교량과 건물을 이용하면서 그 구조물이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믿음을 전제로 일상을 살아간다. 그 믿음이 깨지는 순간 피해는 사고 현장을 넘어 사회 전체로 번지는 것이다.

 

물론, 처벌은 필요하다. 책임 있는 사람이 책임을 지지 않는 사회에서는 같은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처벌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은 사고 이전에 멈출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위험 신호가 발견됐을 때 현장이 실제로 멈추고, 감리가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발주처와 시공사가 안전을 이유로 한 지연을 비용이 아니라 의무로 받아들이는 구조가 필요하다. 바람으로 두터운 외투를 벗길 일이 아니라 따뜻한 햇살이 더 효과가 좋지 않은가.

 

선진국은 건물을 빨리 짓는 나라가 아니라, 시민이 오랜 시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구조물을 만드는 나라다. 대한민국도 이제 속도의 경쟁에서 안전과 신뢰의 경쟁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붕괴는 콘크리트만 무너뜨리지 않는다. 그 구조물을 믿고 살아온 시민의 신뢰도 함께 무너뜨린다. 그리고 한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세우는 데에는, 무너진 구조물을 복구하는 것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안전은 오랜 투자와 신뢰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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